울긋불긋 지리산 단풍, 환상이네~

지리산 피아골·뱀사골 산행을 다녀와서

등록 2008.10.24 10:59수정 2008.10.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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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리산 뱀사골에서.  

지리산 뱀사골에서.   ⓒ 김연옥


빨간색, 노란색 그림물감을 팔레트에 풀어 놓은 듯 온 산에 울긋불긋 단풍이 물드는 가을 풍경은 자연이 우리들에게 주는 선물이리라.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 천상의 색깔을 내뿜고 있는 것 같은 가을산은 화려한 유혹처럼 우리들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마침 지리산 피아골과 뱀사골로 산행을 떠나는 '경남사계절산악회' 회원들을 따라 나는 지난 19일 단풍 산행을 나서게 되었다. 아침 7시에 마산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지리산국립공원 연곡매표소(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를 거쳐 직전마을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께였다.


피아골은 옛날 이 일대에 피밭(稷田)이 많아서 피밭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의 중턱에서 발원한 물이 이곳을 지나 섬진강으로 흘러내린다. 정유재란, 한말(韓末) 격동기, 6·25전쟁 때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어 어두운 우리 역사를 마주하는 듯한 뼈아픈 슬픔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a 지리산 피아골  

지리산 피아골   ⓒ 김연옥


a 피아골에서.  

피아골에서.   ⓒ 김연옥


a   

  ⓒ 김연옥


산도, 물도,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피아골. 지난해 가을에 이어 두 번째 산행이라 낯익은 풍경이었지만 불타오르는 오색 단풍 길을 걸어가며 나는 환호성을 질러 댔다. 피아골대피소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0분께. 대피소 군데군데 등산객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피아골대피소에서 피아골삼거리(1336m)까지는 계속 오르막이 이어졌다. 너무도 예쁜 핏빛 단풍들이 내 마음을 흔들어 대지 않았다면 정말이지, 야속한 오르막길이었다. 그러나 일상으로 메마르고 팍팍해진 마음밭을 아름다운 자연으로 채워 나가는 산행은 내겐 늘 즐거움 그 자체이다.

a 피아골삼거리로 가는 길에서.  

피아골삼거리로 가는 길에서.   ⓒ 김연옥


낮 12시 30분께 드디어 피아골삼거리에 이르렀다. 그곳 또한 등산객들이 북적거렸다. 거기서 7분 정도 더 걸어가면 임걸령(1320m)이다. 오르막길에 질려 버려 임걸령으로 이르는 평탄한 길이 고맙기만 했다. 그곳에서 우리 일행이 모여 점심을 함께했다. 나는 점심을 맛있게 먹은 뒤 임걸령옹달샘으로 내려가서 시원한 물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예년에 비해 물줄기가 부쩍 약해졌다고들 한다. 그래도 물맛은 기막히게 좋았다.

a 임걸령에서 바라본 풍경.  

임걸령에서 바라본 풍경.   ⓒ 김연옥


나는 일행을 뒤로하고 혼자서 노루목(1498m)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또 오르막이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쉬엄쉬엄 올라갈 수밖에. 다행히도 다시 편한 산길이 이어졌다. 그렇게 30분쯤 걸었을까, 노루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노루목에서 노고단 방면으로 바라본 경치는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행복하다는 느낌이 그런 것일까. 나는 그저 단풍에 취해 햇살이 쏟아지는 노루목 바위에 누워 있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거기서 15분 남짓 더 가면 삼도봉(1550m)에 이르게 된다.

경남, 전북, 전남 등 세 개 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어 삼도봉이라 부른다. 옛날에는 봉우리 정상 부분의 바위가 낫의 날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낫날봉으로 불렸다고 한다. 삼도봉이라 불리는 또 다른 산이 있다. 민주지산의 한 봉우리로 충북, 전북, 경북의 세 개 도와 접해 있는 삼도봉(1176m)이 바로 그것이다. 


a 노루목에서 노고단 방면으로 바라본 경치.  

노루목에서 노고단 방면으로 바라본 경치.   ⓒ 김연옥


a 삼도봉  

삼도봉   ⓒ 김연옥


지리산 삼도봉과 화개재 사이에는 길이 240m, 너비 1.5m인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얼마나 계단이 긴지 끝없이 걸어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화개재에서 삼도봉으로 올라가는 산행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자 그만 아찔해졌다.

화개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40분께였다. 화개재는 옛 하동과 남원의 물물교역 통로의 중간 지점으로 경상남도에서 화개면 범왕리 연동골을 따라 가져온 소금과 해산물, 전라북도에서 뱀사골로 가져온 삼베와 산나물 등을 물물교환 하던 장터였다. 그래서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넘나들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오르내렸을까.

a 화개재  

화개재   ⓒ 김연옥


그날 거기에서 몇 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한 학교 후배를 우연히 만났다. 그러고 보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화개재에는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일행과 함께 서둘러 뱀사골(전북 남원시 산내면)로 해서 반선마을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뱀사골이란 이름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1300여년 전에 현 지리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전북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자리에 송림사(松林寺)라는 절이 있었다. 칠월 백중날(음력 7월 15일)에 신선바위서 기도 드리면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 하여 해마다 스님 한 분을 뽑아 행사를 치러 왔다고 한다. 한 고승이 이를 기이하게 여겨 스님에게 독약이 묻은 옷을 입히고 신선바위에 올라 기도 드리게 했다.

a 뱀사골의 가을.  

뱀사골의 가을.   ⓒ 김연옥


그날 새벽에 괴성과 함께 기도 드린 스님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용소(龍沼)에는 이무기가 죽어 있었다 한다. 그 뒤로 뱀이 죽은 골짜기라 하여 이 계곡을 뱀사골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스님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마을 이름을 '절반의 신선'이란 뜻으로 반선(半仙)이라 붙였다는 거다.

뱀사골은 지루할 정도로 계곡이 길고 돌밭이 많았다. 그러나 여러 색깔의 단풍이 곱게 물든 뱀사골의 풍경은 몹시 아름다웠다. 반선마을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20분께. 산행을 하면서 8시간 정도 걸은 셈이다. 나는 일행 몇몇과 함께 식당에 들어가 시원한 막걸리를 몇 잔이나 들이켰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함양 I.C→88고속도로(남원 방면)→구례 방면(19번 국도)→연곡사 방면→연곡매표소
*부산→남해고속도로→하동 I.C→19번 국도(구례 방면)→연곡사 방면→연곡매표소
*광주→호남고속도로(곡성 방면)→석곡 I.C→18번 국도(구례 방면)→19번 국도(하동 방면)→연곡사 방면→연곡매표소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함양 I.C→88고속도로(남원 방면)→구례 방면(19번 국도)→연곡사 방면→연곡매표소
*부산→남해고속도로→하동 I.C→19번 국도(구례 방면)→연곡사 방면→연곡매표소
*광주→호남고속도로(곡성 방면)→석곡 I.C→18번 국도(구례 방면)→19번 국도(하동 방면)→연곡사 방면→연곡매표소
#피아골단풍 #뱀사골단풍 #노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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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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