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25) 대형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473] '널리 퍼진 일'과 '일반화'

등록 2008.11.12 15:32수정 2008.11.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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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일반화하다

 

.. 저장성이 좋고 신맛이 적은 ‘도요노카’를 대형 하우스에 심고 10월쯤부터 수확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  《후루노 다카오/홍순명 옮김-백성 백작》(그물코,2006) 18쪽

 

 “저장성(貯藏性)이 좋고”는 “간수하기 좋고”로 다듬습니다. “대형(大型) 하우스(house)”는 “큰 비닐집”으로 손봅니다. ‘수확(收穫)하는’은 ‘거두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 이런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

 │→ 이런 방식이 널리 퍼졌다

 │→ 이런 방식이 두루 퍼졌다

 │→ 이런 방식이 곳곳에 퍼졌다

 │→ 이런 방식이 온 나라에 퍼졌다

 └ …

 

 어떤 농사법이 사람들한테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이니, 말 그대로 “널리 퍼졌다”고 적으면 됩니다. “곳곳에 퍼졌다”고 적어도 되고 “온 나라에 퍼졌다”고 적어도 어울립니다. ‘두루’뿐 아니라 ‘두루두루’를 넣어도 되며, ‘널리’뿐 아니라 ‘널리널리’를 넣어도 됩니다. 비슷한 뜻으로 ‘골고루’나 ‘고루’를 넣어도 괜찮습니다. 앞말과 이어 “흔히 큰 비닐집에 심고 10월쯤에 거둔다”로 다듬어도 봅니다. 이렇게 하면 ‘방식(方式)’이라는 한자말까지 말끔히 털어낼 수 있습니다.

 

 ┌ 여러 현상의 일반화를 유도하다 → ?

 ├ 학계에서 일반화된 이론 → 학계에 널리 퍼진 이론

 └ 과소비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 과소비 현상이 퍼지고 있다

 

 국어사전을 살피면 여러 가지 ‘일반화’ 보기가 실려 있습니다. 이 가운데 “여러 현상의 일반화를 유도하다”라는 글월은 어딘지 어설픕니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두루뭉술합니다. “학계에 널리 퍼진 이론”이라는 보기글을 보면, ‘이론’이라는 낱말을 헷갈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낱말을 쓰고프다면 써야겠지만 ‘이야기’쯤으로 다듬으면 어떨까 싶어요. “과소비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같은 글월은 “사람들 씀씀이가 헤퍼지고 있다”로 고쳐쓸 수 있을 테지요.

 

 

ㄴ. 대형화하다

 

.. 텔레비전 프로 같은 것이 대형화하면 할수록 우리들의 실제의 삶과 괴리되어 가는 것을 보게 되거니와 ..  《이호철-명사십리 해당화야》(한길사,1986) 23쪽

 

 “우리들의 실제(實際)의 삶”은 “우리들이 실제로 꾸리는 삶”으로 다듬으면 되는데, “우리 삶”이라고만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괴리(乖離)되어 가는 것을”은 “멀어져 가는 모습을”이나 “동떨어지고 있음을”로 고쳐 줍니다.

 

 ┌ 대형화(大型化) : 사물의 형체나 규모가 커짐

 │   - 규모도 날로 대형화하고 있다 /

 │     사업이 날로 번창하여 드디어 기업의 규모를 대형화하기에 이르렀다

 │

 ├ 대형화하면 할수록

 │→ 커지면 커질수록

 │→ 자꾸자꾸 커질수록

 └ …

 

 ‘대형화’라는 말을 쓰니 ‘소형화’라는 말도 쓰겠지요? ‘대형화’는 ‘커지다’로 고쳐쓰면 되니, ‘소형화’는 ‘작아지다’로 고쳐쓰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크니까 ‘크다’라 하고, 커지니까 ‘커지다’라 할 뿐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작으면 ‘작다’라 하고, 작아지니 ‘작아지다’라 할 뿐입니다.

 

 ┌ 규모도 날로 대형화하고 있다 → 크기도 날로 커지고 있다

 └ 기업의 규모를 대형화하기에 → 기업을 크게 넓히기에 / 기업을 키우기에

 

 우리한테는 ‘크다’와 ‘작다’가 있습니다만, 한자 ‘大’를 뒤집어씌워서 ‘대 아무개 고등학교’라 하거나 ‘대 무슨 대학교’처럼 제 학교를 내세우는 버릇이 있습니다. 나라이름마저도 ‘한국’이 아닌 ‘大한민국’으로 적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큰’ 나라라고 밝힌다 하여 우리 나라가 커지지는 않을 텐데, 마음그릇은 조금도 크지 않으면서 허울뿐인 이름만 자꾸 크게 쓰려고 합니다.

 

 어쩌면, 마음그릇이 작기 때문에 몸집만 크게 불리고픈지 모를 노릇입니다. 마음밭이 꾀죄죄하기 때문에 남 앞에 보여지는 모습만 큼직하게 부풀리고픈지 모를 일입니다.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북돋워 자기 삶을 아름다이 살찌우는 데에는 마음을 쓰지 못하는 우리들 아니겠습니까. 언제나 들뜬 채 돈에 매이고 이름에 좇기며 힘이 끄달리는 우리들 아닙니까.

 

 수수하면서 조촐하게 나눌 말은 쓰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소담스러우면서 살뜰하게 주고받을 글을 펼치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가진 돈이 적다 하여 나눌 수 있는 살림 또한 적지 않은데, 사는 집이 좁다 하여 길손을 재울 방이 모자라지는 않은데, 우리한테 힘이 없다고 하여 어깨동무를 못할 까닭이란 없는데, 우리 스스로 우리 값을 떨어뜨리고 우리 삶을 내동댕이치며 우리 얼을 사랑하지 못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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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2 15:32ⓒ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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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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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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