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수도권 잘살면 '동생' 지방도 잘 산다"

[토론회] '수도권 규제 완화' 찬-반 교수들 '격돌'

등록 2008.11.14 18:51수정 2008.11.1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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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4일 오후 희망제작소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노영민 의원, 김성수 의원, 신도철 교수.

14일 오후 희망제작소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노영민 의원, 김성수 의원, 신도철 교수. ⓒ 오마이뉴스 김영균

14일 오후 희망제작소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노영민 의원, 김성수 의원, 신도철 교수. ⓒ 오마이뉴스 김영균

 

"한 집안에 형제가 있으면, 형님이 사업 잘해서 그 돈으로 창업 투자하고, 동생도 잘 살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자."(김성수 한나라당 의원)

 

"지방에 재정과 권한을 분산시키자고? 부모가 농촌에서 집 팔고 땅 팔아서 자식을 서울 보내 교육시켰더니, 남은 거라곤 초가집 뿐인 부모한테 자식이 와서 '이제 각자 책임 아래 살자'고 하는 꼴이다."(노영민 민주당 의원)

 

14일 오후 희망제작소(상임이사 박원순)가 주최한 '수도권 규제완화' 토론회에서 '형님론'과 '부모론'이 맞붙었다. 수도권 규제 완화 찬성론자들은 "수도권이 먼저 잘 살아야 한다"는 견인론을 주장한 반면, 반대론자들은 "지주와 재벌만을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또 찬성론자들은 "세계화 추세가 이어질수록 대도시의 경쟁력이 중요하다"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규제 완화 이유로 내세웠다. 김성수(한나라당, 경기도 양주·동두천) 의원은 "지금은 무한경쟁시대다, 도시와 도시가 경쟁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경쟁력·성장동력은 누가 뭐래도 수도권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론자들은 지난 10월 30일 정부가 내놓은 '국토이용효율화방안'이 부동산 투기를 일으켜 경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경륭(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교수는 "감세조치, 부동산규제 완화 조치,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로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투기가 재연되면 앞으로 거대한 부동산 버블 붕괴가 예상된다"며 "이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론 "수도권 대도시 경쟁력 강화하자"

 

수도권 규제 완화 찬성론자인 신도철(숙명여대 경제학) 교수는 '대도시 경쟁력 강화'와 지방분권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호주·캐나다 등을 예로 들어 "수도권 과밀화는 어느 나라든지 있는 문제"라며 "세계화 추세에서 대도시 경쟁력이 중요하다"면서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또 "지방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여 수도권 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독자 생존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 교수는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은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한 뒤 광역지방정부(1000~1500만 인구 규모)를 만들어 수도권과 같은 대도시로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수(한나라당) 의원도 경쟁력 강화를 앞세웠다. 김 의원은 "우리 경쟁 상대는 도쿄·상하이·베이징"이라며 "반에서 공부 잘해봐야 소용없다, 전교에서 몇 등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런던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도 모두 수도권을 규제하다 포기했다"며 "영국 대처 수상이 1980년대 런던 규제를 풀어 경기를 되살린 것을 거울삼아 수도권을 살려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형님이 잘 살아야 동생도 잘 산다"며 먼저 수도권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반대론 "투기 조장... 심각한 경제위기 올 것"

 

a  성경륭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성경륭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 오마이뉴스 김영균

성경륭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 오마이뉴스 김영균

반면 진장철(강원대 정외과) 교수는 수도권의 발전이 곧 지방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허구라고 반박했다.

 

진 교수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서울 중심의 일급 공간체계가 더 심화되는 것"이라며 "지방에 인적·물질적 자원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지방으로부터 빨아올려 지방의 사막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영민(민주당, 충북 청주) 의원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역사를 보면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시작됐다"며 "이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정권 문제가 아니라 백년대계이고 헌법적 가치기 때문"이라고 정부와 여당을 비난했다.

 

노 의원은 또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찬성론자들에게 "해외자본의 대규모 투자가  수도권 규제 때문에 안 된 것이 있느냐"고 따진 뒤 "수도권의 경쟁력이 외국에 비해 높지 않은 것은 과밀화 비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규제 완화하자는 쪽은 경제적 성과를 비수도권에 투자하겠다는데, 이야말로 지난 수십년간 수도권 규제완화론자들이 지방을 속여온 논리"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지방분권'을 주장한 신 교수의 주장을 "땅 팔아 대학 보냈더니, 늙은 부모에게 이제 각자 따로 살자고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교수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경제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국토이용효율화방안으로 1982년 수립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사실상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헌법에 국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며 "정부는 헌법만이라도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성 교수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사실상 수도권 규제체제를 해체해 앞으로 엄청난 투기를 조장하고 부동산 버블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우려 있어 중단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2008.11.14 18:51ⓒ 2008 OhmyNews
#수도권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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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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