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정치쟁점화보다 제도 개선이 먼저"

[인터뷰] '쌀 직불금' 감사원 자료 폭로한 정해걸 한나라당 의원

등록 2008.11.17 10:40수정 2008.11.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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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해걸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해걸 한나라당 국회의원 ⓒ 유성호

정해걸 한나라당 국회의원 ⓒ 유성호

정해걸 한나라당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이 18대 총선에서 당선되지 않았다면 2008년 국회 국정감사의 최대 현안이었던 '쌀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는 불거지지도 않았고 쌀 직불금은 여전히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급될 수도 있었다.

 

초선인 정 의원이 감사원의 비공개 자료를 폭로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경상북도 의성군 토박이로 1995년부터 2006년까지 11년 동안 1·2·3대 의성군 민선군수를 하면서 농촌 현실을 지켜본 이가 국회의원이 됐으니 농촌과 관련된 부조리를 그냥 덮어둘 리가 만무했다.

 

지난 14일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91회 탄생일 숭모제'에 참석한 정해걸 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쌀 농사를 지어서 먹고사는 영세농을 위한 제도"라면서 쌀 직불금 문제의 본질을 ▲ 영세농에게 가야할 직불금이 지주들에게 가고 있다는 것 ▲ 돈 많고 땅 많은 기업농들도 직불금을 타 갈 수 있다는 것 ▲ 새롭게 농지를 취득한 대도시 거주자와 투기꾼들에게도 직불금이 지급된다는 것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현재 국회 '쌀 직불금' 진상조사 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 의원은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해서 시끄럽게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제도를 고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농수산식품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에 쌀 직불금 문제를 보고했는데도 인수위가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갔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정 의원은 "직불금과 관련해서 인수위에 보고된 것은 딱 4줄 밖에 없었다"며 "인수위가 직불금 문제를 크게 다루지 않은 것에는 책임이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은 "오히려 노무현 정권 시절 감사원이 대통령에게 상세하게 보고했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 사실이 알려지면 농민 폭동도 나겠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며 "노무현 정권 시절 이 문제를 파악해놓고도 확실히 마무리 짓지 않은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폐기한 '쌀 직불금 부정 수령 의혹자 명단' 등 각 부처에서 파악한 명단이 국회 진상조사 특위에 제출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정 의원은 개인정보 보호 등 각 부처가 내세우는 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겠다는 견해를 내비치면서도 "결국에는 다 제출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국회 진상조사 특위가 명단을 공개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특위가 검토하고 여야가 함께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행정안전부가 밝힌 공직자 자진신고 내용을 신뢰하면서 "고급 공무원의 경우 그렇게 크게 문제되는 일은 더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국회 현안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FTA 비준 동의안 처리 시기와 관련, 정 의원은 "정부의 농업 분야에 대한 대책이 완전하지 않다. 비료지원, 사료지원 같은 차원의 대책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미FTA 비준안을 무리해서 통과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농촌 대책을 먼저 세우고 여야가 합의를 통해서 (한미FTA 비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당 지도부에서도 잘 봐야하는 게, 무리해서 통과시키면 야당뿐 아니라 여당 지방 의원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정해걸 의원 인터뷰 전문이다.

 

"쌀직불금 정치 쟁점화에는 반대... 제도 개선이 먼저"

 

- 쌀 직불금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린 장본인이다.

"3선 군수를 하면서 오랫동안 농촌 현장을 봐 왔다. 오랫동안 농촌에 살면서 영세농민에게 가야할 쌀 직불금을 지주들이 가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 문제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쌀 직불금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쌀값이 80kg 한 가마당 17만83원의 기준에 미달되면 그걸 보전하는 제도다. 쌀 농사를 지어서 판매하는 걸로 먹고 사는 농민들에게 떨어진 쌀값만큼 보전해주는 게 쌀 직불금이다. 그러면 쌀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민, 특히 영세농에게 직불금이 가야 하는데 지주들에게 가고 있다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이다.

 

지주들이 받는 것도 문제지만 돈 많고 땅 많은 기업농들에게도 쌀 직불금이 가고 있다는 것 또한 문제다. 이전에 쌀 직불금 이전에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이 있었는데 토지면적에 대한 상한선이 있었다. 2002년엔 2㏊, 2003년엔 3㏊, 2004년 4㏊로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논의 면적을 제한했다. 영세농의 소득보전을 위한 제도이니까.

 

그런데 2005년 3월 2일 상한선을 폐지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초 농림부가 입법예고한 것에는 상한선 폐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그런데 법제처 법안심사 과정에서 상한선에 대한 문구가 없어져버렸다.

 

상한선이 없어지니까 2005~2006년 기간 동안에 5000만원 이상의 직불금을 받은 사람이 43명이고 1억 이상을 받은 사람이 8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대 서산농장의 경우엔 3년동안 121억원의 직불금을 타갔다. 영세농을 위한 제도가 돈 많고 땅 많은 기업농이 더 많이 타갈 수 있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농지의 상한선이 반드시 재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 농지를 구입한 사람들도 직불금을 탈 수 있게 됐다는 것도 문제다. 대도시에 사는 부자들이나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는 사람들이 직불금을 탈 수 있도록 돼 있는 허점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해서 시끄럽게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제도를 고치는 것이 먼저다."

 

-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등이 직불금을 탄 것은 분명 문제 아닌가.

"감사원 자료에서 2006년 직불금을 타간 공무원이 4만 명 정도로 나왔고 행안부가 자진신고를 받은 것이 4만9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행안부에서 조사한 바로는 고급 공무원들이 쌀 직불금 지급 대상인 토지를 보유한 사례들은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도 직불금은 다 경작자들이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고급 공무원들의 경우에는 그렇게 크게 문제되는 일은 더 불거지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에도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경작하거나 읍면동에 근무하면서 가족들이 농사를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감사원이 쌀 직불금의 문제를 파악하면서 '의심되는 것이 몇 명이다'라면서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명단을 만든 것이 의혹을 키웠다고 본다."

 

"인수위 직불금 보고는 딱 4줄, 노무현 정권 시절 마무리 못한 책임 더 커"

 

- 그렇다면 공직자에 관련해선 행안부의 조사결과가 결정판이 될 것이라고 보는 건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감사원이 만든 명단은 부당수령이 의심스러운 것까지 다 포함하면서 정작 부당 수령인지에 대한 확인이 없어서 물의가 빚어진 것이라고 본다."

 

- 그러면 감사원이 명단을 폐기하는 게 옳았던 건가.

"폐기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혹이 생기고 증폭되지 않았나. 명단 폐기한 것은 잘못이었다. 감사원이 계속 검증하고 대책 수립에 나서야 했다."

 

-현재 정부 부처가 국회의 쌀 직불금 국정조사 특위에 명단 제출을 미루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건보공단 같은 경우는 예전에 다른 건에 대해 국회에 명단을 제출했다가 명단에 포함된 당사자들이 소송을 걸었고, 판결에서 건보공단이 졌던 사례가 있어 곤란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부처에서는 제출에 시일이 걸린다는 것인데, 결국에는 제출할 것으로 본다." 

 

-명단이 특위에 제출되면, 특위에서 공개할 것인가.

"그것은 명단을 제출 받은 뒤 특위에서 검토하고 여야가 함께 결정할 것이다." 

 

-이 문제가 이명박 인수위에 어떻게 보고된 것으로 보고 있나.

"농수산식품부가 직불금과 관련해서 인수위에 보고한 것은 딱 4줄 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내용 밖에는 없어서 인수위에서 직불금 문제를 크게 다루지 않은 것에는 책임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노무현 정권 시절 감사원이 대통령에게 상세하게 보고했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 사실이 알려지면 농민 폭동도 나겠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노무현 정권 시절 이 문제를 파악해놓고도 확실히 마무리 짓지 않은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한미FTA 비준안 무리하면 여당 지방 의원 반발 클 것"

 

- 현재 국회 현안이 한미FTA 비준 동의안 통과시기이다. 농업에 밝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견해는?

"사실 농촌에서는 한미FTA를 많이 두려워하고 있다. 한미FTA가 시행되면 쌀 관련 16개 품목을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이 개방되게 돼 있다. 그런데 우리 농촌이 유럽과 달리 개방에 대한 준비가 안 돼있다. 정부의 농업 분야에 대한 대책이 완전하지 않다. 비료지원, 사료지원 같은 차원의 대책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미FTA 비준안을  무리해서 통과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농촌 대책을 먼저 세우고 여야가 합의를 통해서 통과시켜야 한다. 당 지도부에서도 잘 봐야하는 게, 무리해서 통과시키면 야당뿐 아니라 여당 지방 의원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거다.

 

정부에서는 농업의 규모화를 통해 농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쌀 직불금에 상한선을 없앤다고 해서 규모화가 잘 되는 게 아니다. 농업 현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결하고 농촌에서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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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7 10:40ⓒ 2008 OhmyNews
#정해걸 #쌀 직불금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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