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단속 3번에 벌점 15점...50점 넘으면 퇴학!

일부 고교 '벌점제' 도입 후 퇴학생 늘어...학생생활규정 개정 필요

등록 2008.12.01 17:08수정 2008.12.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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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생생활지도 시 종전 체벌과 징계의 대안으로 도입된 상·벌점제도가 오히려 학생들을 퇴학시키거나 자퇴를 종용하는 데 악용되고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천 계양구 A고교, 벌점 누적으로 8명 퇴학 예고

지난 11월 중순경 인천 계양구의 A고등학교는 벌점이 50점 이상 누적된 학생 8명에게 퇴학을 예고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할 것을 권유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생들의 일부 학부모는 잘못을 했으면 벌점을 주고 징계하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벌점 규정이 추상적이고 벌점을 과도하게 부과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A고교는 체벌과 징계를 통한 생활지도의 대안으로 학생들 스스로 생활습관을 바르게 정립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며, 2005년부터 상·벌점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학교 상·벌점제 규정에 따르면, 상점은 담임·부장교사·학생회 추천 모범학생에 대한 상점과 학교명예 신장·봉사·선행 등 14가지 항목의 상점이 있다. 최고 10점, 최저 2점을  받는다. 벌점은 두발복장용의·학생생활·수업·교내생활 등 9개 영역에 머리·핸드폰·폭력·흡연·교권 등 33개 항목으로 구성돼있으며, 교권침해의 경우 최고 35점, 액세서리를 착용할 경우 최저 2점의 벌점을 받는다.

상점 누계가 20점이 초과되면 학년말에 학교장상을 수여한다. 벌점이 20점 이상이면 교내봉사 3일, 30점 이상이면 사회봉사 3일, 40점 이상이면 특별교육 이수와 징계가 주어진다. 벌점이 50점을 넘을 경우에는 학생선도위원회 회부와 함께 퇴학 조치된다. 상점과 벌점은 별도로 관리되며, 상점은 징계 학생선도위원회에서 참고될 뿐이다.

퇴학 조치된 8명의 학생 중 한 학생의 경우 흡연 2회 30점, 두발규정위반 3회 15점, 교사지시 불이행 4회 20점 등 총 72점의 벌점으로 전출 또는 퇴학 조치됐다. 다른 학생의 경우 두발규정위반 3회 15점, 교사지시 불이행 6회 30점, 단체질서 교란 1회 10점 등 총 59점으로 퇴학을 통보받았다.


이외 6명의 학생들도 유사한 벌점을 받아 퇴학 또는 전출될 처지에 놓였다. <경인일보> 보도에 따르면 A고교의 경우 올해 들어 자퇴나 전학생 수가 인근 고등학교보다 2~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 A고교는 벌점이 과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과한 벌점으로 인근 학교에 비해 전학생 수가 많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인천 부평구 B고교도 과도한 벌점제 논란

인천 부평구의 B고등학교도 과도한 벌점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B고교는 2005년부터 상·벌점제를 실시했는데, 올해 4월부터 상·벌점제 운영계획을 따로 마련해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B고교가 공개한 2006~08년 학생선도위원회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6~07년까지 벌점과다로 인한 퇴학이나 전출은 없었다. 그러나 2008년 6월 4명의 학생이 벌점 과다로 교내봉사 및 전문상담교육을, 10월 2명이 벌점과다로 퇴학, 1명이 교내봉사 및 특별상담을 진행했다.

또한 B고교 학생 변동현황에 따르면,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자퇴나 전출한 학생이 2006년 5명, 2007년 5명이었으나, 올해 11월 현재 10명으로 전년보다 2배가 늘어났다.

B고교는 외부기간으로부터 선행사실이 알려진 학생, 습득물 신고 등 5가지 사안의 경우 각 5점의 상점을 1주 단위로 1회에 한해 줄 수 있다. 상점이 20점 이상이면 5월과 10월에 모범학생으로 학교장이 표창한다.

벌점의 경우 복장위반·두발규정위반·수업시간 휴대폰사용 등 21가지 사항에 대해 최소 2점에서 최대 10점까지의 벌점을, 1일 단위로 1회에 한해 줄 수 있다. 벌점이 20점 이상 누계되면 학생선도위원회에 회부된다. 학생선도위원회에 회부될 경우 최고 퇴학까지 징계를 내릴 수 있다. B고교도 A고교와 마찬가지로 상점과 벌점이 상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9월 학교장이 바뀐 후 두발규제가 강화되고(윗머리 5㎝, 옆·뒷머리 1㎝) 두발규정 위반과 수업시간 중 핸드폰 사용에 대한 벌점이 2점에서 10점으로 바뀌면서 벌점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두발규정을 한 번 위반하고 수업시간 중 핸드폰을 한 번 사용하다 적발되면 바로 학생선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벌점이 강화된 9월 이후부터 학교생활 부적응과 대안학교 입학으로 인한 자퇴·퇴학생이 6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B고교 관계자는 "최근의 자퇴나 퇴학생들은 올 초부터 벌점이 누적된 학생들"이라며 "벌점 20점이 넘더라도 봉사활동으로 점수를 감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과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B고교 C군은 "얼마 전 한 학생이 수업이 시작했는데도 떠든다는 이유로 벌점을 10점이나 받기도 했다"며 "상점을 받는 경우를 본적이 없고 상·벌점제에서 상점은 벌점을 명분화하기 위한 무의미한 점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규정 기준안 제시해야

상·벌점제가 체벌을 없애고 학생인권 존중을 위한 대안으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선 학생 통제나 '문제 학생'을 퇴출시키기 위한 규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벌점제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B고교 관계자도 "실상 껍데기만 상·벌점제인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체벌을 못하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없으면 학생생활지도는 어떻게 하겠냐"고 반문했다.

노현경 인천광역시 교육위원회 부의장은 "학생들에게 퇴학 조치는 인생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하며,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인정할 정도의 '범죄형' 행위에 제한적으로 적용해야한다"며 "시교육청은 인천 전체 고교의 학생생활규정(상벌규정)에 대해 모범적인 기준을 마련해 학생생활규정이 개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상벌점제 #학생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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