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바다에 다다를 때까지

파울로 코엘료의 첫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

등록 2008.12.10 14:16수정 2008.12.1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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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문학동네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파울로 코엘료 ⓒ 이명화

▲ 문학동네 파울로 코엘료 ⓒ 이명화

깊은 강을 흐르는 한줄기 강물처럼

두려움도 슬픔도 없이 나아가라

마침내 바다에 다다를 때까지...

 

파울로 코엘료 그는 누구인가?

 

전 세계 160여 개국 66개 언어로 번역되어 1억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한 이 시대에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의 한 사람, 언어의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그는 누구인가? 무엇이 그토록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것일까. 작가의 삶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작가적 성공은 그냥 주어진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십대 시절에는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청년 시절에는 브라질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반정부 활동을 하다 두 차례 수감되어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감옥에서 나온 후에는 히피문화에 심취해 록밴드를 결성해 120여 곡의 음악을 만들어 브라질 록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고, 히피, 저널리스트, 록스타, 배우, 희곡작가, 연극 연출가, tv프로듀서 등 다양한 경험을 해 왔다고 한다.

 

1986년 서른여덟 살 되던 해 파울로 코엘료는 음반회사의 중역이라는 자리를 버리고 나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순례 경험을 토대로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으며 그가 펴내는 작품마다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할머니가 들려준 연필 이야기처럼 그는 ‘당장은 좀 아파도 심을 더 예리하게 쓸 수’있도록 하기 위한 시련이라는 담금질이 필요했던 것일까.

 

문득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읽고 난 후 그의 소설에 반해 <순례자>,<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11분>등 그의 소설이란 소설을 다 서점에서 구입해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언어의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첫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을 만나고 보니, 오랫동안 파울로 코엘료의 책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흐르는 강물처럼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문학동네)은, 101가지 작은 이야기들을 한데 모은 글로, 그가 홀로 칩거하면서 깊은 생각 속에서 끌어올린 잠언 같은 글들과 우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그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 속에서 들은 이야기들과 그가 얻은 영감의 샘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얻은 영감의 샘을 독자들의 영혼의 정수리에 부어주어 각자의 마음과 정신, 삶 속에 흘러들게 한다.

 

프롤로그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15살 때부터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파울로 코엘료는 긴 세월동안 먼 길을 돌아 서른여덟 살에 작가가 되었고, 꿈을 이루었던 그의 문학의 여정이 얼핏얼핏 글 속에 담겨 있음을 발견한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노라면 바람에 일렁이던 강 수면이 잔잔해지듯 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음을 느낀다. 저자의 글 길을 따라 책장을 넘기면 그와 함께 내면(영혼)여행을 함께 떠난다.

 

“어림잡아 보건대, 독자들이 이 책 한 페이지를 읽는 데는 삼분 정도가 걸릴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그 시간 동안 약 삼백 명이 죽고, 육백이십 명이 이 세상에 태어난다. 내가 이 한 페이지를 쓰는 데는 약 반 시간 정도가 걸린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옆에는 책들이 흐트러져 있고, 머릿속에는 영감이 떠오르고, 밖에는 자동차들이 지나간다. 모든 것이 지극히 평범한 상태다. 그럼에도 그 삼십분 동안 삼천 명이 죽고 육천이백명이 세상의 빛을 본다.”

 

파울로 코엘료의 이 말이 지금 당신에겐 어떤 생각을 하게 할까. 내가 서평을 쓰기 위해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 시간에도 그 누군가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째깍째깍 초침소리 들리는 듯 하고 시간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런 생각을 하노라면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들을 결코 허투루 쓸 수 없을 것 같다.

 

길을 갈 용기가 있는 자에게만 길이 열리는 법

 

내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이 선물은 그토록 오늘을 살기를 바랐던 어제 죽어간 많은 사람이 살고 싶었던 오늘이라는 사실, 그 사실을 명료하게 깨닫는다. 그의 말대로 우리도 출생 통계수치에 들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사망자 수치에 포함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삶과 죽음, 영원, 사랑, 각자의 삶에서 이루어야 할 신화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죽는다면 화장을 하기 원하지만 만약 묘비명이 생긴다면, 그의 묘비명에는 ‘살아서 죽었다’라고 새겨지길 원한다고 말한다.

 

살아서 죽었다는 것은 무엇일까. 살았으나 산 것처럼 살고 있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마누엘’이란 인물을 가지고 그가 만든 우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단 15분 동안만이라도 세상에 대해,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조차 없이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막’에 관한 이야기에서 ‘곡식도 꽃도 심을 수 있고, 양도 먹일 수 있는 넓은 들판이 되어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사막‘이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으로 눈물을 흘리고’있는 것처럼 사막보다도 수명이 더 짧은 인간들이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으로 긴 세월을 낭비하며 허비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또, ‘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해보려고 하지 않는 걸까?’라고 반문한다.

 

'그의 삶은 흘러갔네 그의 삶을 살지 않았다네‘ 한 시인의 이 시처럼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그동안 해 오던 방식대로 살아가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어도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느날 그의 친구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나눈 이야기를 잠잠히 들려준다.

 

“가끔 사람들은 영화에서 본 것만을 기억하고 실재가 어땠는지를 잊어버리지. 영화 <십계>기억하나?”

“그럼, 모세역을 맡은 찰턴 해스턴이 지팡이를 들자 바닷물이 쩍 갈라졌고, 이스라엘 민족이 홍해를 건넜잖아.”

“성서에서는 그와 달라.” 친구가 말했다. “성서에 따르면 신이 모세에게 이렇게 명령했어. ‘이스라엘의 자녀들에게 말하라. 앞으로 나아가라고.’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서야 모세는 지팡이를 들었지. 홍해가 갈라진 건 그 다음이야. 결국, 길을 갈 용기가 있는 자에게만 길이 열리는 법이지.”

 

파울로 코엘료는 이 책의 곳곳에서 의미 있는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아니, 글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그냥 책장을 넘길 수 없도록, 자신을 향해 짧은 한순간이라도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영감으로 가득한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을 따라 빠르게 흘러가는 이 하루 가운데 짧은 몇 분이라도 내 자신과 대면하고서 세상과 나, 신과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어떨까.

 

지금 이 순간,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이 세상 어디선가 그토록 오늘을 살고 싶었던 그 누군가가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 삶은 짧다. 이 짧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남의 정원을 돌보느라 내 삶을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파울로 코엘료의 할머니가 들려주셨다는 연필에 관한 이야기가 감동적이라 일부를 옮겨 적으며 글을 맺는다.

 

“연필에는 다섯가지 특징이 있어. 그걸 네 것으로 할 수 있다면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첫 번째 특징은 말이다. 네가 장차 커서 큰일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때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네게 있음을 알려주는 거란다. 명심하렴. 우리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지. 그분은 언제나 너를 당신 뜻대로 인도하신단다. 두 번째는 가끔은 쓰던 걸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야. 당장은 좀 아파도 심을 더 예리하게 쓸 수 있지. 너도 그렇게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게야.

 

세 번째는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란다.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옳은 일을 걷도록 이끌어주지. 네 번째는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이라는 거야. 그러니 늘 네 마음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렴. 마지막 다섯 번째는 연필이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야. 마찬가지로 네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긴다는 걸 명심하렴, 우리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란다.“

2008.12.10 14:16ⓒ 2008 OhmyNews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2008


#파울로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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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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