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로 얼룩진 인디아를 읽어라

[서평] 외교관 김승호의 <맛살라 인디아>... 동시대 인디아의 친밀한 보고서

등록 2008.12.11 12:12수정 2008.12.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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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맛살라 인디아 김승호 저 맛살라 인디아표지

맛살라 인디아 김승호 저 맛살라 인디아표지 ⓒ 모시는 사람들

▲ 맛살라 인디아 김승호 저 맛살라 인디아표지 ⓒ 모시는 사람들

중국이나 인도 등 현지 거주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이곳에 일주일 정도만 다녀가면 전문가가 되고, 한 달을 다녀가면 책을 쓴다. 하지만 일 년이 되면 이곳에 관한 글 한줄 쓰기가 어렵게 된다"는 식의 말이다. 오래될수록 이해하는 것이 너무 복잡하고 다변적이어서 무엇이든 쉽게 언급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푸념에 필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지역이나 사건에 관해서 10년을 본 사람보다 1년을 본 사람이 훨씬 더 정확하게 본질을 읽어낼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중국에서 10년 산 사람에게 사업 아이템을 내고, 1년 산 사람에게 아이템을 내서 사업을 시작하면 나는 1년 산사람이 오히려 더 좋은 아이템을 낸다고 생각한다. 10년 산 사람은 그곳에 관성이 쌓여 이미 그곳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볼 혜안이 없지만 다른 시각을 갖고 들어와 1년 정도 그곳을 익힌 이들이 더 신선한 아이템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본질을 관통하는 시각과 능력이 있는가'이다.

 

현직 외교관인 김승호씨는 인도 거주 3년 만에 <맛살라 인디아>를 펴냈다. 세계 정신문화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고, 지금도 다른 나라에서 이해되지 않는 카스트제도를 비롯해 수많은 제도와 사상이 혼재하는 인도를 3년 만에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걱정을 불식시킨다. 우선 저자는 가장 객관적인 자세에서 인도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15년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느꼈던 것의 총제란 것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그가 인도를 풀어내는 한 단어는 '맛살라'다. 맛살라는 인도의 향신료로 지역에 따라 재료나 맛이 다르다. 이 특성이 대중문화는 물론이고 문화 전변에 깔려있는데 이곳을 통칭해서 맛살라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로 하자면 고추장 정도일 텐데, 우리나라보다 땅이 넓어 지방마다 고추장 맛이 다른 경우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다양한 느낌의 인도를 객관적으로 저술하는 인도 개론서라 볼 수 있다. 이런 책을 쓰면서 가장 주요한 점은 '저자가 인도를 어떻게 보는가'이다. 중국을 놓고 어떤 이들은 '중국이 미래 세계를 지배한다'에서부터 '중국은 가짜다'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외교관인 이 책의 저자는 인도를 접하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하려 했다는 흔적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미 체계적인 시스템에 익숙한 이들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정 처리 과정들은 이곳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반면에 IT나 자원 등은 이곳이 함부로 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말한다. 또 종교나 문화는 물론이고 인도 개론서로서 갖출 다양한 면모를 갖고 있다.

 

반면에 전문 필자가 아니다보니 일관된 흐름이 없어서 책을 집중해서 읽기가 쉽지 않다. 또 외교관으로서 책을 저술하다보니 지나치게 한국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저술한 것도 객관성을 잃게 한다.

 

어떻든 같은 아시아 국가이자 머잖아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가 될 나라인 인도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곳임에 틀림없다. 최근에 뭄바이 테러에서 볼 수 있듯이 인도는 쉽게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내용이 중층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국가다. 그런데 우리가 인도에 갖는 지식은 법정스님이나 후지와라 신야처럼 느낌 중심이었다. 반면에 이 책은 우리의 관점에서 이해해야만 하는 인도의 최신 정보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풀어준다는 장점이 있다. 

 

조금의 과장은 있겠지만 우리 기업들이 이곳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워낙 빠른 적응력이 아마도 인도에서도 빛을 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마드를 꿈꾸는 이들이 인도를 경유한다면 한번은 읽고 가야할 책이다.

2008.12.11 12:12ⓒ 2008 OhmyNews

맛살라 인디아 -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

김승호 지음,
모시는사람들, 2008


#김승호 #맛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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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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