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한파와 '방송장악' 논란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현재 방송계의 현실이다. KBS는 예정된 대형 다큐멘터리를 취소하고, MBC는 PD특파원 제도가 사실상 폐지하는 등 일선 제작진은 한파를 본격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래도 드라마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피겨 스케이팅, 야구, 골프 등과 같은 스포츠 드라마에서부터 여왕을 중심으로 한 사극들까지 대형 드라마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009년 방송계, 드라마·예능·다큐·시사교양 등을 분야별로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하나. '피겨' '야구' '골프' '패션'…스포츠·전문직 드라마 뜬다!
내년에는 다양한 소재로 무장한 색깔 있는 드라마들이 쏟아진다. 먼저 '피겨요정' 김연아의 열풍은 안방극장에서도 계속된다. MBC <태릉선수촌>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 PD가 메가폰을 잡는 <트리플>은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광고회사에 다니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작사 올리브 나인에서도 MBC <늑대> 김경세 작가를 영입, 19세 피겨 스케이트 선수들의 성장기 <질 수 없다>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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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세 만화 '버디' ⓒ 이현세
▲ 이현세 만화 '버디'
ⓒ 이현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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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만화의 인기는 새해에도 계속된다. <타짜> <식객>의 허영만에 이어,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버디>가 드라마로 제작된다. 윤태영 주연의 <2009 외인구단>이 내년 상반기 MBC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또 KBS는 드라마 사상 최고액인 200억~300억원을 투입한 골프드라마 <버디>를 선보인다.
'패션'도 화두다. 권상우 주연의 MBC <신데렐라맨>은 옷에 살고 옷에 죽는 동대문 시장 사람들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담는다. SBS도 올 상반기 서점가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스타일>을 드라마로 만든다. 패션잡지 8년차 여기자를 내세워 여성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단막극 부활도 관심거리다. KBS는 내년 봄 개편부터 단막극을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드라마시티>가 지난 3월 막을 내린지 1년 만이다. KBS는 드라마국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새로운 개념의 단막극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MBC도 평PD를 중심으로 단막극 부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둘. 리얼 버라이어티 지고, 시트콤 뜰까?
올해 예능의 화두는 ‘리얼리티’였다.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 등 집단MC 체제에서 선보인 프로그램들이 나란히 인기를 얻었다. 또한 KBS <해피투게더>,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 '라디오스타' 등 버라이어티 토크쇼도 다채로운 형식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반면 시트콤은 침체기였다. 지난해 <거침없이 하이킥〉의 돌풍이후 MBC는 <김치치즈 스마일> <크크섬의 비밀〉<그분이 오셨다> 등을 연달아 내놨다. 하지만 엄기영 MBC 사장도 창사 기념사에서 "시트콤의 경쟁력 회복이 급선무"라고 할 만큼 '새로운 소재'가 없는 가족 시트콤, 독특한 캐릭터 부재에 시달리며 한계를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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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김치치즈 스마일>, <크크섬의 비밀>, SBS <달려라 고등어>, KBS <못 말리는 결혼>. ⓒ PD저널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김치치즈 스마일>, <크크섬의 비밀>, SBS <달려라 고등어>, KBS <못 말리는 결혼>.
ⓒ PD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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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5월에 종영한 <못 말리는 결혼>을 마지막으로, SBS는 <달려라 고등어>를 2007년 6월 끝낸 후 시트콤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저비용-고효율'을 담보하는 시트콤이 부활할 수 있을까.
'아나테이너'들도 사라졌다. KBS '연예대상'에서 유일하게 이지애 아나운서가 신인상을 받은 것을 제외하곤, 스타 아나운서들이 전멸에 가까운 성적을 올린 것. 프리랜서를 선언한 강수정도 맡은 프로그램이 대부분 폐지됐고, 김성주도 주목도가 떨어진다. 최송현은 연기자로 변신 중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방송사마다 아나운서들의 활용이 많아질 것으로 보여, 끼 있는 아나운서가 등장할 지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셋. 해외촬영 취소? 드라마는 예외!
금융위기에 따른 환율폭등으로 각 방송사들이 해외취재 및 특파원 부문부터 줄이고 있다. KBS는 '인사이트 아시아' 기획으로 <차마고도>(2007), <누들로드>(2008)에 이은 <불교>편의 해외촬영을 일정부분 마쳤다. 그러나 높은 제작비를 이유로 제작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MBC도 경비 절감 등을 이유로 현재 미국과 중국에 있는 PD 특파원 두 명을 모두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KBS '인사이트 아시아' 기획은 해외 수출에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성장기에 '제동'이 걸려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만큼은 예외다. 내년 1월부터 KBS 2TV에서 방송되는 월화 미니시리즈 <꽃보다 남자>는 남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섬, 마카오 등에서 해외촬영을 진행 했다. MBC <종합병원> 후속으로 2월 선보이는 <돌아온 일지매>도 대만과 일본에서 해외로케를 마쳤다.
지난 1일 첫 방송한 SBS 와인드라마 <떼루아>도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 보르도에서, SBS 수목드라마 <스타의 연인>은 약 한 달간 일본에서 촬영을 마쳤다. 이밖에 <올인> 이후 이병헌의 안방 복귀작으로 선택된 <아이리스>는 미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해외로케를 예정하고 있다. 또 소지섭 주연의 <카인과 아벨>은 중국 고비사막과 상하이 등지에서 촬영이 한창이다.
드라마 시장의 위기 속에서도 이렇게 해외 촬영은 전혀 줄지 않았다. 그러나 투자한 만큼의 시청률이나 수익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그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넷. 뉴스·시사,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올 한해 시사 프로그램은 가시밭길이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더 혹독한 한파가 몰아닥칠 지도 모른다.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로 촛불이 타오르고 난 뒤, 국가는 검찰·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전방위적 압박을 행사했다. EBS <지식채널e>, YTN <돌발영상> 등은 제작진이 교체되거나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정권 비판에 소극적인 KBS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도 논란거리다. KBS 국감에서조차 폐지 여부로 거리로 떠올랐던 KBS <시사투나잇>은 결국 폐지됐다. 이를 대신해 생긴 <시사 360>은 '미네르바' 논란 이후에도 소극적·기계적 균형 보도라는 지적을 시청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예전의 인기를 좀처럼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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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8뉴스> ⓒ SBS
▲ SBS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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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총파업에 들어갔지만, 이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방송사마다 온도차이가 드러난다. MBC와 YTN이 소식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반면, KBS와 SBS는 이를 단신처리 하는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 SBS는 <8뉴스>에서 "이번 파업이 불법인 만큼 가담자는 사규에 따라 조치될 것"이라며 노조에 경고해 이 같은 우려를 더했다.
때문에 내년 방송사에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언론계 총파업 이후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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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시라, 이요원, 고현정, 정려원 ⓒ KBS·MBC·SBS
▲ 채시라, 이요원, 고현정, 정려원
ⓒ KBS·MBC·S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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