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은 천생 농사꾼

한 해 농사는 봄에 달렸고

등록 2009.01.11 09:51수정 2009.01.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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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작년에 찾아 일을 거들어 드린 형님의 배 밭 모습

작년에 찾아 일을 거들어 드린 형님의 배 밭 모습 ⓒ 홍경석

작년에 찾아 일을 거들어 드린 형님의 배 밭 모습 ⓒ 홍경석

어제(10일)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던 중에 인척 형님을 만났습니다.

 

특유의 빠른 걸음으로 걷던 분이었기에 금세 제 눈에 띈 것이었지요.

 

“이 추운 날 어딜 가세요?”

 

형님께선 배 밭에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나저나 병원에 입원했을 적에 자네가 연락을 안 하는 바람에 못 가 봐서 미안하이.”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이미 퇴원하여 통원치료중이고 이젠 얼추 다 나았는데요.”

 

엄동설한임에도 그처럼 배 밭에 가 볼 일이 있다며 휑휑하게 떠나시는 형님을 뵙자 형님은 어쩔 수 없는 천생 농사꾼이란 느낌과 교훈이 들었습니다.

 

신탄진에 위치한 형님의 배 밭은 작년에 저도 하루 가서 일을 거들어드렸습니다. 하지만 작년의 배 밭에서의 형님 소득은 원가를 겨우 건졌거나 아님 적자였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이구동성이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든 그 배 밭에 들인 형님과 그 가족들의 공과 성과로서 세 아이를 모두 대학에 보낸 분이기에 평소 저는 그 형님을 존경하고 좋아하지요.

 

지금은 대지가 꽁꽁 얼어있는 엄동설한입니다. 그러나 잠시만 지나면 우리의 산하는 다시금 농사를 짓는 분들의 부산한 손길로 말미암아 지금 잠자고 있는 땅들도 죄 눈을 뜨곤 기지개를 켤 것입니다.

 

배 농사든 논 농사든 밭 농사까지도 모두가 같은 건 땅을 매개로 한 농부의 노력과 땅에 들이는 정성, 그리고 마치 자식을 위하는 것 이상의 사랑일 것입니다.

 

그처럼 곡류와 과채류 따위의 씨나 모종을 심어 기르고 거두는 따위의 일 모두를 ‘농사’라고 총칭하는데 농사에도 따르는 말이 많습니다.

 

먼저 문전의 마른 땅을 가는 일을 ‘개똥갈이’라고 합니다. 마른 논을 써레로 썰고 나래로 골라 흙을 부드럽게 하는 일은 ‘건삶이’이며 밭고랑의 잡풀을 뽑아 없애는 일은 ‘골걷이’입니다. 식물이 잘 자라고 넘어지지 않게 뿌리나 밑줄기를 흙으로 두두룩하게 덮어주는 건 ‘북주기’라고 하지요. 형님처럼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가족끼리 농사 짓는 걸 일러서는 ‘호락질’이라고 부릅니다.

 

그같이 일년 내내 노력하여 가을에 수확을 할 때 있어 모든 농부들의 소망인 풍년이 들 적에도 부르는 말이 다릅니다. ‘어거리풍년’은 매우 드믈게 든 풍년이며 작년에 사회적 문제가 된 쌀 직불금이 연상되는 ‘마름’은 지주를 대신하여 소작권을 관리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지난해는 저도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해는 바뀌었습니다. 고로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올해를 어거리 풍년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각오만큼은 누구 못 지 않습니다.

 

한 해 농사는 봄에 달렸고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같은 의미를 품은 말이 ‘일생지계재어유(一生之契在於幼)'인데 공자 삼계도(三契圖)에 나오는 이 구절의 뜻은 ‘한 해 일을 잘 하려면 봄에 부지런히 씨를 뿌려야 하고 일생을 행복하게 잘 살려면 어릴 때 부지런히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라네요.

 

언제나 부지런하고 성실하신 형님을 본받아서라도 올해는 예년보다 더욱 빠른 보폭으로 열심히 살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2009.01.11 09:51ⓒ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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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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