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46)

― ‘자신들의 먹이가 되는 식물’ 다듬기

등록 2009.01.11 12:21수정 2009.01.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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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들의 먹이가 되는

 

.. 곤충들은 어떤 방법으로 자신들의 먹이가 되는 식물을 찾아내는가? ..  《마거릿 D.로우먼-나무 위 나의 인생》(눌와,2002) 20쪽

 

 ‘곤충(昆蟲)’은 ‘벌레’로 다듬고, “어떤 방법(方法)으로”는 “어떻게”로 다듬습니다. ‘식물(植物)’은 ‘풀’로 손봅니다.

 

 ┌ 자신들의 먹이가 되는 식물을

 │

 │→ 자신들한테 먹이가 되는 풀을

 │→ 먹이가 되는 풀을

 │→ 먹는풀을

 │→ 먹이를

 └ …

 

 알맞게 붙일 토씨를 알맞게 붙인다면 사람들 말씀씀이에는 아무런 말썽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말씀씀이를 찬찬히 살피면, 토씨든 씨끝이든 이음씨든 매김씨든 알맞게 붙이거나 넣는 일이 퍽 드물어요. 으레 대충 붙이거나 넣습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틀리는 일은 아예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엉망입니다.

 

 어쩌면, 오늘날 국어학자들이 세운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지나치게 얄궂거나 알맞지 않아서 사람들이 자꾸 틀리게 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대목을 지나칠 수 없기는 하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 말과 글을 올바르게 익히고 알맞게 쓰도록 마음쏟는 매무새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사귀려고 하는 우리들이라 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만나서 사귀려는 그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반기고 꺼리는가를 비롯하여 숱한 이야기들을 알아야 합니다. 찾아서 들어야 하고 귀기울이며 들어야 합니다. 밥 한 그릇을 하건 찌개 한 그릇을 끓이건, 어떤 밥거리를 장만하여 손질하여 끓이는지를 찬찬히 익히고 살피고 돌봐야 합니다. 세상 어느 일이든 제대로 배워야 하고 알맞게 익혀야 합니다.

 

 ┌ 벌레는 어떻게 자신들한테 먹이가 되는 풀을 찾아내는가?

 ├ 벌레는 어떻게 먹이가 되는 풀을 찾아내는가?

 ├ 벌레는 어떻게 먹는풀을 찾아내는가?

 ├ 벌레는 어떻게 먹이를 찾아내는가?

 └ …

 

 영어를 아주 어릴 때부터 가르쳐서 아이들이 제대로 받아들여서 쓸 수 있게끔 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한자도 아주 어릴 때부터 가르쳐서 아이들이 알뜰히 되새기며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이리하여 요즈음 아이들은 영어나 한자 지식이 꽤 높습니다.

 

 그렇지만 요즈음 아이들 말씀씀이는 많이 뒤처집니다. 요즈음 아이들 글씀씀이는 퍽 엉성하다고 할 만합니다. 어릴 때부터 영어와 한문은 기나긴 시간 많디많은 품을 들여서 익히느라 웬만큼 할 줄 알지만, 우리 말과 글을 알맞고 올바르게 배워 보는 자리나 틈이 없거나 드문 터라, 우리 말과 글은 참 형편없습니다.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말을 잘할 줄 알겠습니까. 오늘날 어른이 얼마나 어른답습니까. 초중고등학교 제도권 입시교육에 찌들다가 대학교에 들어간대서 자기 학문을 갈고닦는 데에 힘을 쏟는다 하여도 자기 말과 글을 추스르는 데에까지 힘을 쏟지 못합니다. 그럴 겨를이 없어요. 이러는 가운데 일자리 얻으려고 발버둥을 쳐야 하고, 어렵사리 일자리를 얻어서 다니면서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면 또 얼마나 바쁩니까. 이 바쁜 사이에 조금이나마 짬을 내어 ‘그래, 난 이 나이가 되도록 우리 말과 글을 제대로 배우거나 익히거나 살피거나 헤아린 적이 없었으니까, 이제부터라도 우리 말과 글을 제대로 배우자!’ 하고 다짐을 하겠습니까. 이런 다짐을 하는 분이 얼마나 있습니까.

 

 ┌ 자신들의 꿈 (x)

 │

 ├ 자신들 꿈 (o)

 └ 자신들이 품은 꿈 (o)

 

 말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애써야 합니다. 글이 제걸음을 걷게 하려면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올곧게 꾸려 나가게끔 힘써야 합니다.

 

 다만, 영어 낱말 외우듯 토박이 낱말을 외울 수 없습니다. 영어 글월 독해 하듯 우리 말씨와 말투를 돌아볼 수 없습니다. 내 넋이 스미는 말임을 느껴야 하고, 내 마음을 펼치는 글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낱말 하나하나를 어루만져야 하는 까닭을 스스로 찾고, 말씨 하나하나를 손질해야 하는 까닭을 스스로 캐야 합니다.

 

 말이란 무엇이고 글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토박이말이란 무엇이고 한글이란 무엇인지를 곱씹어야 합니다. 내가 건네는 말과 맞은편이 건네는 말은 어떻게 다르고, 서로 어떤 뜻으로 말을 하는지를 견주거나 맞댈 수 있어야 합니다. 입으로 읊는 글이 되고 눈으로 읽는 말이 되도록, 처음부터 차근차근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이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어도, 아직 철부지 티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들임을 짚어내면서, 어이하여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도 갚고 천 냥 빚도 지는지를 가누어 보아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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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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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1 12:21ⓒ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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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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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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