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그러면 도서관 가요?"

등록 2009.01.16 15:42수정 2009.01.1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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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조카들이 우리 집으로, 밤에는 우리 아이들이 할머니 집으로 갑니다. 겨울 방학 동안 계속되었으니 벌써 스무 날이 넘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둘, 3학년 둘, 4학년 하나가 집에 있다면 집안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한 마디로 정신이 없습니다. 거기다가 18개월 된 우리 집안 막둥이 예설이까지 있으니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모릅니다.


겨울이라 바깥 나들이도 만날 나갈 수 없는 노릇입니다. 30분에 500원 하는 일명 '퐁퐁'을 보내지만 다섯이 가면 2500원과 새참까지 하면 5000원입니다. 만날 하면 돈벌이도 별로 없는 우리 집에는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집안에만 있을 수 있습니까? 아무리 추워도 바깥 나들이를 원합니다. 오늘(16일) 아침도 무조건 나가자고 했습니다. 추위를 워낙 많이 타는 나는 조금 후 날씨가 풀리면 가자고 했지만 아닙니다. 경남 진주는 생각보다 추운 동네입니다. 15일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4.1℃, 오늘은 영하 12.0℃였습니다. 춥다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아빠 어린이 교통안전공원에 가고 싶어요."
"김 막둥이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알아. 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 12.0℃. 12.0℃면 손이 얼어붙어버린다. 손이 얼어붙어면 어떻게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있어."
"아빠 그럼 도서관가요."
"도서관?"
"형하고, 누나가 빌린 책도 반납해야 돼요."
"너희들도 가고 싶어. 하경하고, 예경이는 도서관 가봤어?"
"예, 가고 싶어요."

어쩔 수 없이 나섰습니다. 경남 진주시에는 시립도서관에 두 군데 있습니다. 어린이 도서관도 여럿 있지만 아직 우리 아이들은 시립도서관을 다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도서관은 '연암시립도서관'입니다. 이 도서관은 산 중턱에 있어 차를 타고 갈 수 있지만 걸어 가는 것도 재미 있습니다.

a  도서관 가면서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도서관 가면서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 김동수


a  연암시립도서관을 산 중턱에서 있어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연암시립도서관을 산 중턱에서 있어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 김동수


아이들이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을 스스로 반납하고, 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도서관 사서를 통해서만 반납과 빌릴 수 있었지만 자기들이 반납하고, 빌릴 수 있으니 얼마나 재미 있겠습니까?


나는 어떻게 반납하지는 몰랐는데 막둥이와 딸 서헌이는 쉽게 합니다. 조카들고 하고 싶은 눈치지만 막둥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 하겠다고 합니다.

"김 막둥이 하경이 누나하고, 예경이도 해봐야지, 너만 하면 되나."
"하경이 누나는 한 번도 안 해봐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잖아요."

"네가 가르쳐주면 되잖아."


a  아이들 스스로 책을 빌릴 수 있고, 반납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책을 빌릴 수 있고, 반납할 수 있습니다. ⓒ 김동수


a  아이들 스스로 책을 빌릴 수 있고, 반납할 수 있습니다. 서로 하겠다고 다투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책을 빌릴 수 있고, 반납할 수 있습니다. 서로 하겠다고 다투었습니다. ⓒ 김동수


바깥은 추워도 도서관 안은 따뜻했습니다. 난방 때문만이 아니라 책 읽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유치원에서 도서관 탐방을 나왔는지 네다섯 살 되는 아이들이 여러 명이 왔습니다. 벌써 글도 읽을 수 있고, 그림을 보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합니다.

<마법천자문>와 <고사성어>를 빌려와서 읽겠다고 합니다. 빌려 온 책이 천자문과 고사성어입니다. 신동이 하나 태어났을까요? 천자문과 고사성어를 깨우쳐 아빠에게 옛 선조들 말을 가르쳐 줄지 기대해보겠습니다.

a  천자문을 읽겠다고 나선 막둥이 과연 소원 성취할 수 있을까요

천자문을 읽겠다고 나선 막둥이 과연 소원 성취할 수 있을까요 ⓒ 김동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책 넘어가는 소리만 들립니다. 숨소리도 크게 들립니다. 만화가 좋은 아이는 만화책을, 동화가 재미있는 아이는 동화책을 읽었습니다. 조금 큰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바깥은 영하였지만 도서관 안은 따뜻했습니다. 공부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만화를 읽고 싶으면 만화책을 손에 잡고, 동화를 좋아하면 동화책을 스스로 손에 잡과 읽는 것이 진짜 공부가 아닐까요? 대학을 가기 위한 책 읽기가 아니라 그냥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있는 도서관이 되면 좋겠습니다.

a  아이들이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가지면 좋습니다. 부모와 함께 가면 더 좋은 일이 없지요.

아이들이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가지면 좋습니다. 부모와 함께 가면 더 좋은 일이 없지요. ⓒ 김동수


a  아이들이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가지면 좋습니다. 부모와 함께 가면 더 좋은 일이 없지요.

아이들이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가지면 좋습니다. 부모와 함께 가면 더 좋은 일이 없지요. ⓒ 김동수


a  책 읽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집니다.

책 읽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집니다. ⓒ 김동수


책 한 권의 힘은 지금 당장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드러납니다. 당장 성과를 내라는 높은 분이 생각하면 정말 한심한 인생살이지만 어쩌면 가장 빠른 길인지 모릅니다. 막둥이 등쌀에 못이겨 도서관을 갔지만 영하 12.0℃를 견딜 수 있는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도서관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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