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이 막장 드라마인 이유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38] 솔직해져라, 시청율이 더 중요했다고

등록 2009.01.27 11:27수정 2009.01.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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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시청률은 높아져만 갈수록 막장 드라마의 오명은 더 깊어질 뿐이다.

시청률은 높아져만 갈수록 막장 드라마의 오명은 더 깊어질 뿐이다. ⓒ sbs

막장드라마가 활개를 치는 요즘, 대표주자격인 <아내의 유혹>의 인기는 나날이 상승해 시청률 40%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 가운데 <아내의 유혹>을 맡고 있는 오세강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막장'이라고 부르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더 나아가 불륜이란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그려내는 것으로 생각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아내의 유혹> 히로인 장서희도 '막장 드라마'라는 표현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 나보다 스태프들이 더 속상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들 회식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열심히 촬영하고 있고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심정을 십분 헤아릴 수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여건상 쪽대본을 외워서 드라마에 촬영에 임할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없을 테고, 밤샘 촬영은 예삿일이 된 지 오래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독, 배우와 제작진 모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 더욱이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방송에서 '막장 드라마'로 부르고 있으니 섭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막장 드라마라는 용어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렇지 그동안 막장 드라마 부류에 것들을 넘쳐났다.

<아내의 유혹>, 막장 드라마일까 아닐까

이러한 이유들로 제작진과 배우들이 서운해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래서 여기서 우리는 '막장 드라마'에 대해서 정의를 한 번쯤 내려주어야 할 듯싶다. '막장 드라마'라는 용어의 정의는 얼마 전 종방한 <너는 내 운명>과 함께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직까지 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네티즌들의 해석도 의견이 분분한데, 대체적으로 '막 가는 드라마', '끝장난 드라마'로 해석하고 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본다면 '막장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의 병폐라고 할 수 있는 불륜, 출생의 비밀, 시한부 인생 등이 한데 어우러져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법한 일들이 드라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드라마'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대로 본다면 <아내의 유혹>은 막장 드라마가 맞다. 은재(장서희)와 교빈(변우민), 애리(김서영)의 불륜 코드뿐만 아니라 교빈의 고모가 사실은 교빈의 아버지 정하조(김동건)와 민여사(정애리) 사이에서 난 딸이라는 출생의 비밀까지 한국의 드라마 병폐라고 불리는 요소가 가득하다. 그만큼 외형적으로만 볼 때 <아내의 유혹>은 막장 드라마로 분류해도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듯싶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것들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적어도 이제껏 막장 드라마 성격의 드라마는 인기가 치솟을 때 억지로 연장을 한 까닭에 억지스러운 이야기가 등장하고 캐릭터들이 변질되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조악해진 반면 <아내의 유혹>은 단 1회에 불륜부터 출생의 비밀까지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는 점 또한 <아내의 유혹>이 드라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막장 드라마 이래도 아니랍니까?

a  신애리는 간통죄부터 몇 가지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신애리는 간통죄부터 몇 가지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 sbs

그래도 아니라 하신다면 <아내의 유혹>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면밀히 살펴보자. 우선 감독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접근한다고 했는데, 어떠한 점이 다른 방식이냐고 되묻고 싶다. 기존 불륜 드라마와 다른 것이 있다면 딱 두 가지!

첫째, 내연녀인 애리는 더이상의 악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쳇말로 킹왕짱이다. 대다수 불륜 드라마에서 내연녀들은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악녀로 곧잘 등장했다. 또한 전체적으로 드라마에서 '권선징악'을 다루기 때문에 드라마의 시선이 조강지처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상대적으로 악녀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을 뛰어 넘어선 것이 바로 '신애리'라는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자식에게 번듯한 가정을 만들어주겠다는 일념 아래 친구의 남편을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친구인 은재를 죽이려 한다. 

또한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온 몸을 다해 분노를 표출한다. 오죽하면 시청자들이 그녀의 별명을 '버럭 애리'로 지어주었을까. 그뿐이 아니다. 신애리란 인물은 이제까지 간통죄부터 시작해 악행이란 악행은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애리의 모습은 여타의 드라마 속에서 최강자로 군림할 만큼 색다른 악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애리의 악녀 기질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라고 꼽을 수도 있겠다.

둘째는 <아내의 유혹>이라는 타이틀 롤에 맞추기 위해서 발 빠르게 진행해왔다는 점이다. 어느 드라마에서도 내연녀가 안방을 차지한 기간이 애리만큼 빨랐던 적이 없으며, 복수극이 펼쳐지는 것 또한 이렇게 단시간 안에 이루어진 적도 드물다.

어쩌면 버림 받은 아내가 남편을 다시금 유혹하면서 복수하겠다는 주요 내용을 위해서 이렇게 단숨에 달려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이외에 다른 방식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아내의 유혹>이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몇 년 전 김수현 작가의 <내 남자의 여자>에는 선인도, 악인도 등장하지 않았다. 단지, 인간의 이기적인 사랑 방식만이 존재했다. 내연녀 화영(김희애)조차도 드라마 속에서는 불같은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듯 악녀로 그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아내의 유혹>의 오세강 감독이 말한 '다른 방식'의 진정성이 어디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할 듯싶다.

시청률을 언급하면서 이래도 아니라 우기고 싶다면 그것은 정녕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싶다. 배우 장서희 말대로라면 시청률이 나온만큼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가정을 한 듯 싶은데, 드라마가 오로지 시청률로 따져야 하는 것일까.

그건 방송국 국장님에게 가서 말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대리만족이 높은 것은 결코 아니다. <너는 내 운명>에서 보듯 시청률은 대박을 터트렸지만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분노 지수가 나날이 높아져갔다.

또한 대리만족을 보이는 시청자들이 있다 해도 그것은 드라마로부터 현실에서 충족할 수 없는 것을 대리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극중 애리에게 복수하는 은재의 모습에 그저 통쾌함을 느끼는 것일 뿐, 그 이상이 아니다.

그것을 드라마로부터 대리만족이라 우긴다면, 오히려 시청자들이 서운하다. 차라리 시청자들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시청률이 더 중요했다고.
#아내의 유혹 #막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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