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55)

― ‘우물 안의 개구리’, ‘전문가의 의견’, ‘합의의 문화’ 다듬기

등록 2009.02.04 20:10수정 2009.02.04 20:10
0
원고료로 응원

 

ㄱ. 우물 안의 개구리

 

.. 초밥은 초밥요리사에게 맡기라고? 우물 안의 개구리 주제에 어디서 큰소리야!! ..  《테라사와 다이수케/서현아 옮김-미스터 초밥왕 (10)》(학산문화사,2003) 212쪽

 

 토씨 ‘-의’를 붙여야 할 자리에 알맞게 붙인다면 이 말씨를 놓고 무어라무어라 떠들 까닭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태껏 토씨 ‘-의’를 제대로 쓴 사람을 거의 못 보았습니다. 말이든 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해 보면, 입으로 말할 때 토씨 ‘-의’를 붙이는 사람은 퍽 드뭅니다. 거의 글에서만 나타나요.

 

 ┌ 우물 안의 개구리 주제에 (x)

 └ 우물 안 개구리 주제에 (o)

 

 어린아이도 알 만한 옛말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우물 안 개구리”를 말했지, 토씨 ‘-의’를 붙인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어이하여 토씨 ‘-의’를 이런 데에다가도 붙일까요.

 

 잘 된 말보다 잘 안 된 말들, 올바르게 쓰는 말보다 올바르지 않게 쓰는 말들을 흔히 듣다가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버릇이 들었을까요.

 

 사랑과 믿음이 가득한 집에서 태어나 자라는 사람은, 자기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사랑과 믿음이 몸에 짙게 뱁니다. 미움과 싸움이 가득한 집에서 태어나 자라는 사람은, 자기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미움과 싸움이 자기 마음 깊은 곳까지 또아리를 틀고 있기 일쑤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 한 마디나 글 한 줄도 이와 마찬가지이지 싶어요. 어릴 적부터 둘레 어른들이 어떤 말을 어떻게 쓰고 있느냐에 따라, 살갑고 깨끗한 말을 늘 듣던 터전에서 자랐는지, 얄궂고 어긋난 말을 함부로 쓰는 어른한테 둘러싸인 채 자랐는지에 따라, 말 문화가 발돋움하거나 뒷걸음질을 친다고 느낍니다.

 

 

ㄴ. 전문가의 의견

 

.. “좀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  《박남정-초딩, 자전거길을 만들다》(소나무,2008) 79쪽

 

 “찾기 위(爲)해선”은 “찾으려면”이나 “찾자면”으로 다듬고, ‘의견(意見)’은 ‘생각’으로 다듬습니다. “들어 보는 것도 필요(必要)할 것 같아요”는 “들어 보아야겠어요”나 “들어 보면 좋겠어요”로 손질합니다. “좋은 방법(方法)”은 그대로 두어도 괜찮으나, “좋은 길”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는

 │

 │→ 전문가 생각을 들어 보는

 │→ 전문가한테 생각을 들어 보는

 │→ 전문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 보는

 │→ 전문가한테 이야기를 들어 보는

 └ …

 

 우리들끼리 풀기 어려운 일이 있어서, 어느 한 가지 일에 오롯이 마음을 기울여 파고드는 이들을 찾아가곤 합니다. 늘 돌아보고 언제나 되짚는 이들은, 여느 때에는 그다지 돌아보지 않고 되짚지도 않는 사람들보다 한결 깊고 너르게 알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쓰는 말과 글이 나날이 뒤틀리면서 아예 뒤틀린 채 뿌리를 내리거나 말 문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우리들은 여느 때에는 거의 우리 말과 글을 안 돌아보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우리 스스로 여느 때에 말과 글을 찬찬히 돌아보고 되짚는 삶을 꾸린다면, 구태여 글쓰기 책을 뒤적일 까닭이 없습니다. 글쓰기 학원에 다닐 일이 없습니다. 우리 삶 그대로 아름다움일 때에는 우리 말 또한 아름다움이요, 우리 글 또한 사랑스러움이 배어납니다.

 

 닥쳐서 하는 일이 아니라 늘 부대끼고 있는 일이 되도록 우리 생각을 바꾸어야지 싶습니다. 맞닥뜨릴 때만 헤아릴 일이 아니라 언제나 헤아리면서 추슬러야지 싶습니다. 날마다 사람을 만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우리들이라면, 서류든 공문이든 글을 다루고 있는 우리들이라면, 이러저러한 우리 삶자락부터 알맞고 알뜰히 다스리도록 삶을 고쳥 나가야지 싶습니다.

 

 

ㄷ. 합의의 문화를 전제한다

 

.. 전쟁이 합의의 문화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삐라 역시 적보다는 오히려 내부용으로 쓰인 경우가 많았다 ..  《이치석-전쟁과 학교》(삼인,2005) 151쪽

 

 “내부용(內部用)으로 쓰인 경우(境遇)가 많았다”는 “나라안에서 쓰이는 일이 많았다”나 “나라안에서 많이 쓰였다”쯤으로 다듬습니다. ‘전제(前提)한다’는 ‘내세운다’ 손보고, ‘역시(亦是)’는 ‘또한’으로 고쳐 줍니다.

 

 ┌ 합의(合意)

 │  (1) 서로 의견이 일치함. 또는 그 의견

 │   - 합의 사항 / 합의를 보다 / 합의에 이르다 / 합의를 이끌어 내다

 │  (2) 둘 이상의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함. 또는 그런 일

 │   - 고소를 취하하기로 합의를 보다

 ├ 합의(合議) : 두 사람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서 의논함

 │

 ├ 전쟁이 합의의 문화를 전제한다는 점

 │→ 전쟁이 합의하는 문화를 내세운다는 대목

 │→ 전쟁이 합의 문화를 내세운다는 대목

 └ …

 

 토씨 ‘-의’를 알맞게 다듬어 본다고 끄적여 보았지만 보기글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아리송합니다. 저로서도 어떻게 풀어 주어야 곧바로 알아들을 만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글을 쓰신 분 스스로 다듬어야지 싶어요. 자기만 아는 말을 넘어서, 자기가 품은 생각을 다른 이들하고도 널리 나눌 수 있도록 조금 더 생각하고 마음을 써 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2009.02.04 20:10ⓒ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5. 5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