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김석기 청장의 과잉충성이 부른 참극"

검찰 수사 항의 1인 시위 나선 김규복 목사

등록 2009.02.05 16:48수정 2009.02.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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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말은 모두 믿고, 철거민들의 피맺힌 절규는 외면하는 게 바로 대한민국 검찰입니다. 진압과정에 용역동원은 없었다고요? 경찰과 철거용역이 한 패가 되어 철거현장마다 불법폭력을 일삼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검찰이나 경찰이나 모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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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철거민 참사에 대한 검찰의 편파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5일 오전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규복 목사(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 ⓒ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난 2002년 대전 용두동 철거민들과 함께 1000일 투쟁을 했던 빈들교회 김규복 목사(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가 5일 오전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김 목사는 당시 주택공사의 밀어붙이기식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에 나선 철거민들과 함께 중구청 앞에서 1년이 넘도록 노숙투쟁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담임하고 있는 교회에서 철거민들의 식사를 제공하면서 자본을 내세운 권력의 부당함을 온 몸으로 세상에 알렸다. 기나긴 싸움 끝에 주민들이 요구하던 가수용단지와 적절한 보상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큰 성과는 현재 방식의 재개발방식의 모순을 세상에 알린 일이었다.

많은 단체와 언론에서 이 사건을 주목했고,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 김 목사는 용산철거민 참사라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을 접하고 또 다시 검찰청 앞에 서 있다.

"이런 참사는 어쩌면 필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고요.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철거용역들이 휘두르는 폭력을 경찰은 그대로 묵인해 왔습니다. 늘 그랬듯이 경찰과 검찰은 개발주의자들의 편에 서 있었고, 개발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힘없는 약자들을 무참히 짓밟아 왔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김 목사는 검찰의 수사는 경찰편들기에 불과할 뿐이고, 철거민에 뒤집어씌우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며 당장 검찰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6명이라는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저 죽어서 말이 없는 희생자들에게 뒤집어 씌우려고만 합니다. 파렴치한 사람들이지요. 김석기 청장이나, 이명박 대통령이나…."

"경찰은 거짓말로 일관하고, 검찰은 경찰 편들기에 바쁘고… 그런 수사 뭣 하러 합니까? 그렇게 한 수사 결과를 믿을 국민이 어디 있겠습니까? 검찰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경찰청장에 내정된 김석기 청장의 과잉충성이 부른 참극이라고 단정한다.

"경찰청장에 내정되자 이명박 정권에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신임청장의 과욕이 이번 사건을 부른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한마디로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보여주던 '충성심'이죠. 어청수 경찰청장이 광화문에 컨테이너로 산성을 쌓았듯이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건의 근본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도록 하고, 모순된 제도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근본적으로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재개발을 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발로 인한 이익을 모두 주민들에게 환원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분양원가도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근본원인을 바로 잡기보다는 과격시위를 막겠다는 식이더군요. 매우 부적절한 발상이죠. 대통령이 그 정도 수준이니까 이 모양인 것입니다. 한심하죠."

그는 끝으로 "김석기 청장이 양심이 있다면, 보고만 받았다느니, 청장실 무전기를 꺼놨다느니 하는 구차한 변명이나 할 게 아니라 하루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면서 "그것이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희생된 부하 직원에게도 떳떳한 자세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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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웅 민주노동당충남도당 서산시위원장이 5일 오후 서산경찰서 앞에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민주노동당충남도당


검찰의 편파수사에 항의하기 위한 이날 1인 시위는 오후 4시까지 대전지역 단체대표들이 릴레이로 참여하여 진행됐다.

또한 민주노동당 충남도당도 이날 오후 2시 천안과 공주, 연기, 예산, 아산, 서산 등 충남지역 6개 경찰서 앞에서 '용산 살인진압 지휘자 김석기 처벌 촉구 1인 시위'를 동시다발로 펼쳤다.
#용산철거민참사 #김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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