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맛·유연성 3박자를 갖춘 초당두부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아무나 만들지만 아무나 낼 수 없는 맛

등록 2009.02.12 17:56수정 2009.02.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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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순두부 구수한 향에 취했다. 감미로움에 넘어갔다

순두부 구수한 향에 취했다. 감미로움에 넘어갔다 ⓒ 맛객


좋은 두부는 향으로 먹는다. 초당마을에서 순두부 한 숟가락을 떴을 때 향이 피워 올랐다. 그 향은 어린시절 고향의 구수한 냄새와 맞닿았다. 그 순간 나는 두부를 먹는 게 아니라 추억을 먹는 중이다. 그리움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있었다.


향이 좋은 두부에서는 단맛이 난다. 인공적인 단맛이야 호부(好否)가 있지만, 자연적인 단맛은 인간의 본능을 일깨운다. 이리 감미로운 두부는 참 간만이다.

a 경두부 제대로 만든 두부는 구수한 단맛에 육즙 가득 머금어, 먹고 난 후에도 이물질이 별로 남지 않는다

경두부 제대로 만든 두부는 구수한 단맛에 육즙 가득 머금어, 먹고 난 후에도 이물질이 별로 남지 않는다 ⓒ 맛객


향, 감미와 함께 두부의 3대 맛으로 연한 질감을 꼽는다. 이 두부의 특성은 명칭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최승범 시인은 <풍미기행>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두부의 한자인 '썩을 부(腐)'는 두부의 경우 썩는다는 뜻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연하고 물렁물렁하다는 뜻으로 풀어야 한다.

두부는 글자 그대로 유연성이 생명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딱딱하고 퍽퍽한 두부는 두부의 체면을 갉아먹는 것으로 상품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다시 초당마을의 두부이야기이다.

몽글몽글 뭉쳐있는 순두부는 부드러운 듯, 살짜기 탄력까지 존재한다. 순두부도 좋지만 초당두부의 백미는 역시 경두부에 있다. 네모진 두부를 씹는 순간 터져 나오는 달콤한 육즙은 여타 두부와의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형태를 갖췄으면서도 뛰어난 유연성은 비전의 비법이 아니면 쉽지 않은 공력이다.


a  두부공장 갖춘 식당까진 바라지 않는다. 한 지역에 한곳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두부공장 갖춘 식당까진 바라지 않는다. 한 지역에 한곳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맛객


아무나 만들 수 있지만 아마나 낼 수 없는 맛, 평범 속에 깃든 심오한 맛, 단순미속에서 느껴지는 대미필담(大味必淡). 이 맛에 동화되고 나면 중독될지도 모른다. 요즘 두부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 맛이 간절하다.
#두부 #초당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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