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물결 속에 빛나는 <가문의 영광>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39] 사랑의 진성성과 가족의 참의미에 대한 물음

등록 2009.02.17 10:14수정 2009.02.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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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랑의 참의미를 되물어 보는 <가문의 영광>

사랑의 참의미를 되물어 보는 <가문의 영광> ⓒ sbs


‘막장 드라마’라는 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지금, 시청자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며 연일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주말드라마 <가문의 영광>이 그러하다. 특히나 상대 방송사 드라마 <천추태후>라는 대작에 맞서 기세가 전혀 눌리지 않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물론 방영 초 <가문의 영광>은 가부장적인 드라마로서 돌싱들의 새로운 짝짓기 정도였다. 그래서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고, 그저 그런 드라마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중반부를 넘어선 지금, <가문의 영광>은 자극적인 소재, 한국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진부한 듯하면서 그 안에 진정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진부한 스토리에서 발견하는 사랑의 진정성

드라마의 전체적인 줄기는 종갓집 집안의 손자들의 사랑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 면에서는 단순할뿐더러 역시나 주말드라마에서 볼 법한 사랑과 결혼의 주요 이야기이기 때문에 종갓집이라는 배경 자체만 색다른 뿐 여타의 드라마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의 모습은 얽히고설킨 삼각관계의 모습 속에서 빚어지는 악녀의 탄생과도 같은 소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녀의 사랑의 지고지순한 모습을 담아냈다.

종손으로 태어난 수영(전노민). 종손이기에 책임감이 막중하고, 증손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불륜을 저지른 아내에게 무릎을 꿇는 남자이다. 그런 남자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자신보다 한참 아래이며, 영구불임에 부모도 없는 여자 진아(신다은)가 마음속으로 들어온 것. 그녀에 대한 사랑과 종손이라는 책임 사이에 갈팡질팡하던 수영은 결혼을 결심한다.


동생 태영(김성민)이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과거와 아이까지 받아줄 여자 말순(마야)을 만나면서 조금씩 정착하고, 세상과 타협하며 새로운 삶을 사는데 적응하기 시작한다. 물론 형처럼 사랑의 모습이 구구절절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변화하는 것은 따뜻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막내 동생 단아(윤정희)는 더 하다.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남편이 세상을 떠나 사랑을 포기하고 살았다. 그러던 그녀에게 나타난 강석(박시후)으로부터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려 하지만 두 집안의 관계 때문에 쉽사리 결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강석의 엄마(서권순)은 “도화살이 낀 여자는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선언하고 나서 그들의 사랑이 더욱 힘겨워지고 있다.


물론 이들의 사랑이 그저 그렇다. 저렇게 지고지순한 사랑이 현실에서 얼마나 될까, 수영과 단아와 같은 캐릭터를 지닌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 품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도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랑 이야기인들 어떠하리. 더욱이 드라마는 참사랑이란 이런 것이라며 진전성을 묻는다.

참사랑이라면 상대의 허물을 덮어줄 만한 포용력이 있어야 하며, 참사랑이라면 상대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사랑이 빠르게 변화해 가는 현대 사회의 속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라 할지라도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마음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각설하는 듯하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는 이러한 지고지순한 사랑의 모습에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고 살던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인스턴트식 사랑이 판을 치고, 불륜과 출생의 비밀이 판을 치는 요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특별한 것이다.

종갓집의 혈연주의 편견은 버려주길


여기에 <가문의 영광>에서는 가부장적인 집안 종갓집과 졸부집안을 대비시켜 가족의 참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으레 종갓집 하면 유교적인 전통 사상에 입각해 가부장적인 집안으로서 장손과 대를 이어가는 일들이 구태의연하게 펼쳐지는 집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문의 영광>은 그러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혹은 사실, 종갓집의 실체는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종갓집이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부터 색다르다. 대부분 종갓집 하면 지방 어느 집안의 유지로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집안으로 여겼는데, 떳떳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인으로의 등장은 새롭다.

더 나아가 하만기(신구)는 집안의 어른이지만 자식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며, 가부장적인 집안의 가풍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식들에 명령을 하지 않는다. 자식들도 그러한 하만기를 공경하며, 뜻을 이어가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우리는 아버지라는 존재, 부모님이라는 존재, 이 시대를 이끌어 갔던 어른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종갓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를 이어가고자 혈연주의가 팽배하고 있다는 것이 편견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일례로 하씨네가 종부를 받아들이는데 인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부모가 없는 고아, 즉 흔히들 말하는 근본을 찾지도 않을뿐더러 불임인데도 양자를 하는 방법으로 대를 이어갔다며, 오히려 그녀가 속일 수도 있는 불임 사실을 고백했다며 종부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종갓집에 대한 편견을 사라졌고, 실제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실제로 유교주의 사상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공자로부터 이어진 유교사상을 단지 사람들이 받아들일 때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가문의 영광>은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집안인 졸부 강석이네를 보자. 전인 졸부 집안으로 돈밖에 모르고 자식을 키워준 댓가를 자식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바란다. 종갓집에 대비시키기 위해 여타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시쳇말로 속물들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속물처럼 그려지던 강석의 아버지(연규진)와 어머니의 모습은 조금 더 다르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어머니가 단아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같은 여자이지만 어머니이기에 자식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래서 팔자가 드센, 도화살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단아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아들이 부정한다는 이유로 반대를 했지만 어머니는 그러한 이유가 아니었다. 여기까지는 분명 여타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엄마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어머니로서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자식이 평탄한 삶을 사는 여자와 결혼하길 바라는 것이 그리 과욕은 아닌 듯싶다. 여기에 강석의 어머니는 자신이 단아를 받아들이 못하는 이유에 대해 누구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에, 자신이 단아를 받아들일 수 없음에 괴로워한다.

그 부분은 드라마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아들에게 “힘들지. 미안해. 하지만 엄마는 많이 배우질 못해서 그렇게 밖에 생각하질 못해”라며 말하는 대목에서 자신도 괴로워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러한 부분은 기존의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으레 결혼을 반대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여자에게 찾아가서 어쩜 저렇게 모질게 굴 수 있나 할 수 있을 정도로 반대가 대단하다. 또한 결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거나 하지 않는다. 

이처럼 <가문의 영광>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평범한 소재 아니 진부한 소재일지도 모르는 내용을 주요 줄거리로 삼고 있지만 진부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도리, 사랑의 진정성, 가족의 참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좋은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가문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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