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85) 생리적

― ‘생리적 노화’, ‘생리적으로 거부반응’ 다듬기

등록 2009.04.02 09:27수정 2009.04.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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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생리적 노화

.. 생리적 노화에 따라 점차 기억력이 쇠퇴하고 자기개조를 의욕하지 못하게 된다 ..  《송건호-현실과 이상》(정우사,1979) 222쪽


"점차(漸次) 기억력(記憶力)이 쇠퇴(衰退)하고"는 "조금씩 머리가 나빠지고"나 "차츰 생각하는 힘이 떨어지고"로 다듬습니다. "자기개조(自己改造)를 의욕(意欲)하지"는 "자기를 고쳐 보려고"나 "자기를 갈고닦으려는 마음을 품지"로 손질해 봅니다.

 ┌ 생리적(生理的)
 │  (1) 신체의 조직이나 기능에 관련되는
 │   - 생리적 발작 / 생리적 조건 반사 / 생리적 변화 / 생리적인 현상
 │  (2)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생긴 대로의 본능적인
 │   - 생리적 본능 / 생리적 욕구 / 단체 생활이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 생리(生理)
 │  (1) 생물체의 생물학적 기능과 작용
 │   - 한 발의 탄환이면 쓰러져 버리는 육체의 생리로서 무슨 초인이냐 말이다
 │  (2) 생활하는 습성이나 본능
 │   - 생리에 맞다 / 그렇게 사는 게 그들의 한결같은 생리라는 것
 │  (3) = 월경
 │
 ├ 생리적 노화에 따라 점차 기억력이 쇠퇴하고
 │→ 몸이 늙음에 따라 조금씩 기억력이 떨어지고
 │→ 몸이 늙으니 차츰 머리가 나빠지고
 │→ 몸이 늙으면서 머리는 자꾸 나빠지고
 └ …

'생리' 셋째 뜻이 '월경(月經)'이라 하는데, 우리한테는 생리도 월경도 아닌 '달거리'일 뿐입니다. '생리' 둘째 뜻이 "생활하는 습성이나 본능"이라 하지만, 덧달린 보기글을 살피면, "몸에 맞다(← 생리에 맞다)"와 "그들한테 한결같은 삶이라는 것(← 그들의 한결같은 생리라는 것)"으로 손질해 주면 한결 낫습니다. 둘째 뜻은 '몸'이나 '삶'이나 '버릇'을 밀어내고 쓰이는 셈입니다. 첫째 뜻에 달린 보기글을 살피면, "사람 몸"으로 고쳐 줄 수 있습니다.

 ┌ 단체 생활이 →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 단체 생활이 몸에 맞지 않는다
 │→ 여럿이 함께 지내는 일이 몸에 맞지 않는다
 ├ 생리적 욕구 → 몸에서 바라는 (무엇)
 ├ 생리적 본능 →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무엇)
 ├ 생리적 변화 → 몸이 달라짐
 └ 생리적인 현상 → 자연스러운 모습 / 자연스러운 몸 움직임

그런데 '생리 + 적'이 될 때에는 웬만한 자리에서는 다듬어 주기 어렵습니다. 아니, 워낙 이렇게 오래도록 굳어지고 있다 보니, '-적'만 털어낸다고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달리 풀어내면 아예 처음 뜻이나 느낌하고는 멀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어요.


올바른 말이라 하여도 오래도록 안 쓰다 보면 낯설거나 어설프다고 느끼게 되고, 얄궂거나 뒤틀린 말이라 하여도 오래오래 쓰고 있다 보면 낯익거나 참 알맞다고 느끼게 됩니다. 우리 몸이 그렇거든요. 우리 마음도 그래요. 우리 머리며 입이며 눈이며 귀이며 마찬가지입니다. 올바른 길을 따라서 차근차근 나아가기보다 어쩐지 한 번이라도 더 듣고 본 쪽으로 움직입니다. 더욱이 "생리적 발작"이나 "생리적 본능"처럼 한두 낱말만 딱딱 적어 놓을 때에는 도무지 어찌 손보아야 하는지 가름할 수 없습니다.

 ┌ 그리 하는 것이 사람들의 생리적 본능 아니겠습니까?
 │→ 그리 하는 모습이 사람들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 그리 하는 양이 사람들 삶 아니겠습니까?
 ├ 아버지는 생리적 욕구를 참지 못하고 전봇대에 오줌을 누었다
 │→ 아버지는 오줌이 몹시 마려워 참지 못하고 전봇대에 누었다
 │→ 아버지는 몹시 마려운 오줌을 참지 못하고 전봇대에 누었다
 └ …


흐름을 살피고 느낌을 살려야 합니다. 때를 돌아보고 곳을 헤아려야 합니다. 그때그때 알맞게 쓸 우리 말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곳저곳 어떠한 말을 넣어야 좋을지 곰곰이 되짚어야 합니다.

나 혼자 쓰는 말이 아니고, 나만 알아들으면 그만인 말이 아닙니다. 내 지식을 뽐내는 말이 아니고, 나한테 익숙하다고 남들한테도 익숙한 말이 아닙니다. 생각과 마음이 오가야 하는 말입니다. 삶과 삶이 만나야 하는 말입니다. 얼과 넋이 따뜻하게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이 빛나게 도와주는 말이어야 하고 글이어야 합니다.

ㄴ. 생리적으로 거부반응을

..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생리적으로는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  《E.브조스토프스키/홍윤숙 옮김-작은 자의 외침》(성바오로출판사,1987) 11쪽

"거부반응(拒否反應)을 나타내는 것이었다"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나 "싫어한다"로 손보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 생리적으로는 거부반응을
 │
 │→ 몸으로는 거부반응을
 │→ 몸뚱이는 싫어하는
 └ …

보기글 앞쪽에 '머리로는'이라고 적습니다. 그러면 뒤쪽은 '몸으로는'으로 적어 줄 때 앞뒤가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몸은 따르지 않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이야기이고,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몸은 영 안 움직였다"는 이야기입니다.

 ┌ 어쩐지 하기 싫어지는 일이었다
 ├ 왠지 움직이기 싫어지는 일이었다
 ├ 어인 일인지 따르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 …

알고 있으니 해야 할 텐데, 머리로는 '하자'고 하나 몸으로는 '하지 말자'고 하는 셈입니다. 알고 있어 머리로는 '하자'고 생각하나 몸은 '하기 싫다'며 안 따르겠다고 꼼짝 않는 셈입니다.

또는,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으로는 싫다고 나타내는 셈이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으로는 꺼려 하는 셈이었다"는 이야기일 테며,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내키지 않아 하는 셈이었다"는 이야기라고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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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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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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