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쓰는 천 생리대
권영숙
친정 엄마는 제가 천 생리대를 폭폭 삶아서, 잘 정리해 놓은 걸 보시고 혀를 끌끌 차십니다. 왜 맨날 넌 별스럽게 구냐, 하십니다. 형제간 중에 엄마 눈에는 제가 유독 별납니다. 평범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엄마의 지론을 늘 깨는 자식이 접니다.
어릴 때는 남들 보다 늘 앞서라고 하시더니, 이제 저더러 제발 그냥 남들 하는 대로 따라만 가라십니다. 친정 엄마는 젊음도 모르고 아이들 키우고, 돈에 발발 떨며 살았던 지난 날이 늘 한이십니다. 당신들이 많이 배우지 못하신 것을 자식들에게 채우고자 하셨기에 자식들에게 더 집착하셨습니다. 그런 엄마가 지금은 변해서 저더러는 다 소용없으니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고 하십니다.
"한길아, 니 생리대는 니가 빨아라.""어머니, 어머니 것도 있어요.""왜 이러셔? 내거는 두 개고, 니거는 네 개야.""사랑하는 어머니, 빠시는 김에 기냥 같이 빨아 주세요.""됐거든~ 나 곱게 자라서 힘없어. 내 것만 빨거야. ""진짜 치사하다. 무슨 엄마가 저래?""나 원래 그래. 꼬면 너도 딸 낳아서 나처럼 키워~"큰딸이 생리를 시작했을 때 천 생리대를 잔뜩 선물했습니다. 물론 딸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되느냐고 투덜거렸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엄마 말대로 그렇게까지 유난을 떨며 살 필요가 있나 싶었으니까요. 그러나 건강은 둘째치고라도 몇시간 쓰고 버리기 위해 그 많은 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는 사람의 자세는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때 깨닫게 된 건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을 해방시킨다는 말에 모순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이 맞다면 여성은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입니다. 자연을 파괴하고 얻은 여성 해방,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동안 우리는 여성해방을 이분법으로만 보았습니다. 남자가 담배를 피니, 여자도 담배를 핀다, 남자가 술 마시니, 여자도 술 마신다는 논리가 주였습니다. 그 속에는 숱한 세월 속에서 여성이 차별당해온 것의 반대 급부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담배가 몸에 해로우니 남녀가 안 피우는 것이 좋고, 과한 술이 건강을 해치고, 정신을 해치니 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독성 물질로부터 벗어나는 것, 해방은 그 안에 있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십시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생리대 빨아 쓰는 딸에게, '니 와 그카고 사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