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숲의 복원이 절실한 까닭

[주장] 이강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등록 2009.04.03 16:38수정 2009.04.0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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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006년 4월 2일 서울 마포구 성미산 복원을 위한 가족나무심기 장면.

지난 2006년 4월 2일 서울 마포구 성미산 복원을 위한 가족나무심기 장면. ⓒ 마포연대 제공

지난 2006년 4월 2일 서울 마포구 성미산 복원을 위한 가족나무심기 장면. ⓒ 마포연대 제공

 

C40를 준비하고 있는 서울시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평균 온도가 0.74℃ 오르는 동안 서울시의 평균온도는 지구평균의 약 4배인 2.5℃가 올랐다고 한다. 공룡을 멸종시켰던 빙하기와 간빙기의 평균온도 차이가 6℃ 전후라고 하니, 정말이지 엄청난 변화가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별로 심각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냄비속의 개구리처럼 일정한 위험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그 심각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의 고온과 열섬현상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우선은 지구 전체의 평균온도가 오르는 지구온난화가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는 도시가 과도하게 개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시가화지역의 82%가 건물, 도로로 개발되어 있다. 과밀개발된 시가화 지역을 열섬지역이라 부르고, 반대로 숲으로 남아있는 지역을 냉섬지역이라 부른다.

 

2008년 여름 서울의 열섬지역과 냉섬지역을 비교측정한 결과, 남산과 상계동 아파트단지에서 한 낮의 최고온도가 18℃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숲은 증발산을 통해서 도시의 온도를 낮춰주는 냉섬역할을 하며, 적정규모의 냉섬(숲과 하천, 호수)이 있어야만 대기순환을 통해서 도시의 기후가 조절될 수 있다. 그러나 농촌지역과 달리 도시지역은 숲을 훼손하고 하천을 복개하였기 때문에 냉섬지역이 크게 줄어들어 도시의 온도 불균형이 심화되었기 때문에 도시고온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도시고온현상의 세 번째 이유로는 건물과 차량에서 발생하는 열 때문이다. 여름철의 경우 더위가 심해질수록 사람들은 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냉방기를 더 많이 쓰게 되어, 냉방기를 쓰는 에너지만큼 고스란히 도시 온도를 상승시키게 된다. 특히 고층빌딩은 낮 동안 비추는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밤이 되면 도시에 열을 방출하여 밤중에도 도시의 온도가 20℃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을 심화시킨다.

 

결국 우리는 도시숲을 파괴함으로써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과도한 도시개발과 냉방기 사용으로 도시열섬현상을 가속화시키고, 더 많은 CO₂를 배출하여 기후변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도시고온 및 열섬현상은 홍수, 가뭄과 함께 도시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후변화 재난 현상이 될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2003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하여 5만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를 계기로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도시고온 및 열섬 현상에 대응하기 위하여 다양한 연구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런던시 예측에 따르면 지구평균 온도가 2℃ 상승할 경우 유럽의 여름철 최고온도는 8℃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해본다면 서울의 여름철 최고온도는 50℃를 육박하게 될 것이다. 50℃란 사막의 기온을 의미한다. 도시고온현상은 도시를 사막으로 만들고, 도시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건조한 기후는 나무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게 될 것이고, 물의 순환이 악화되어 도시는 폭염 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a  지난 2007년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대전시 직원과 사회단체 회원 등이 식목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대전시 직원과 사회단체 회원 등이 식목행사를 하고 있다. ⓒ 대전광역시

지난 2007년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대전시 직원과 사회단체 회원 등이 식목행사를 하고 있다. ⓒ 대전광역시

 

이에 대응하여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최근 도시녹화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숲 등 대규모 도시숲을 조성하고, 청계천을 복원하고, 옥상녹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도시열섬 현상에 대응하는데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 반면, 도시열섬현상을 악화시키는 초고층 주상복합 개발은 서울시 전체를 집어 삼킬 듯한 기세이다. 도시 외곽의 그린벨트가 계속 해지되어 개발되고 있어, 20년 전에 비하여 서울의  농경지는 50%로 급감하였다.

 

이대로 가다가 우리의 도시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서울이라는 도시는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한 곳이 될 것이다. 수십년 내에 오일피크가 도달하고 그 전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는 도시는 매우 고온건조할 것이며, 부족한 에너지와 물로 인하여 마음껏 샤워하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불행한 미래예측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북극곰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2007년 세계기후변화패널(IPCC)의 보고에 의하면 우리에게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2020년까지 획기적인 대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의 재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도시는 세계인구의 50%가 거주하고 있고,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CO₂의 80%가 도시에서 배출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는 투발로와 같은 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인구가 밀집된 도시가 훨씬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CO₂는 대기 중에 50~60년간 머무르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기후변화 현상은 산업혁명 때부터 발생된 CO₂때문이며, 지금 우리가 당장 CO₂배출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대기 중 CO₂가 안정화되는 데는 최소 50년 이상, 지구의 온도가 안정화되는 데는 수백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UN은 21세기 말까지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더라도 지구평균온도의 2℃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로 인한 도시고온 및 열섬현상과 우리에게 미칠 결과는 명백하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함께 반드시 병행해서 풀어야 문제가 도시숲의 복원이다. 도시숲의 복원은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고, 시민의 건강과 생존에 직결된 과제이다. 도시숲을 복원하게 되면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도시 온도가 낮아지면 그만큼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으며, 도시숲을 통해 자전거와 보행과 같은 녹색교통을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되므로, 가장 근본적인 기후변화 대응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2009.04.03 16:38ⓒ 2009 OhmyNews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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