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선거용 상품이 아닙니다

비정규직 비율때문에 단일화를 못한다면, 진보라는 말을 쓰지 말아주세요!

등록 2009.04.04 12:04수정 2009.04.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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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울산에 사는 비정규노동자입니다. 제가 사는 울산에선 요즘, 연일 방송에 후보단일화가 뜨거운 뉴스 거리입니다. 하루하루 불안한 일자리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저로서야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더군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 때문에 후보단일화가 잘 안된다는 얘기가 들리더군요. 하도 비정규직이 많이 늘어났고, 제가 사는 노동자 도시 울산도 비정규직 차별문제는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 제 처지도 그런지라 당연히 눈과 귀를 쫑긋하게 되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4월말 울산북구 국회의원선거에서 단일화를 논의하고 있는데, 방법을 얘기하면서 비정규직을 몇 퍼센트나 넣어 줄 거냐를 놓고 다툰다는 뉴스였습니다. 그것 때문에 텔레비전 뉴스마다 매일같이 뭔 말인지도 모를 주장과 설명이 계속되고 있더군요.

 

일 년 열두 달... 일하면서 얼마 되지 않는 월급봉투를 손에 쥐어야 하는 저로서는 먼 나라 얘기였습니다.

 

사실 하루 쉬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아닌 다음에야, 4월 선거 때도 공휴일이 아니어서 투표도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것은 숫자놀음이 아닐 텐데도, 자꾸 비율이 얼마면 비정규직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봅니다. 비정규직의 아픔은 비율이 아닙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숨과 어려운 처지는 정치인들이나 진보정당들이 자기 주장을 앞세우는 걸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여당이 비정규직을 더 늘리려고 법을 손보겠다는 얘기를 들으며 낙심했습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여론은 들끓었지만, 정작 비정규직이 줄어들지도 않고 근로조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지쳐버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이 노동자를 위하지 않습니다. 서민들 먹고 살기도 팍팍하기만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 IMF 같은 상황이 올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투표권을 가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4월 우리 지역에서 하는 선거에서 여당이 혼쭐을 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진보라는 사람들이 비정규직을 놓고서 정치공방 거리로 여기는 것은 반대합니다. 입으로 하는 비정규직 이야기는 신물 나도록 한나라당 정치인에게서 봐 왔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을 많이 이야기하면 표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진짜로 비정규직을 위한 정치인이 아닐 것입니다. 정치인들의 이미지 만들기일 뿐입니다.

 

한나라당에게 이길 수 있는 진보적인 후보로 단일화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때문에 하나로 합치지 못한다면 진보라는 말을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비정규직을 선거용 상품처럼 이용하는 것은 진보라고 말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수많은 말없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런 정치공방에 환멸을 느껴서 투표장에 가기를 꺼려하기 전에 제발 핑계를 거둬주세요.

 

하나로 합쳐서 한나라당을 이기는 것이면 좋겠고, 서로 공평한 방법을 잘 찾아서 하루빨리 합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단일화해서 한나라당 후보를 이겨주시길 간곡히 빌겠습니다. 비정규직을 핑계로 단일화를 못한다면 진보라는 말을 더 이상 하지 말아 주셔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헷갈릴 테니까요.

2009.04.04 12:04ⓒ 2009 OhmyNews
#비정규직 #울산북구 #조승수 #김창현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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