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유의지, 정말 환상일까?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

등록 2009.04.05 12:29수정 2009.04.0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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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 빈의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법의학자인 저자는 진화생물학적 입장에서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열음사

인간과  동물의 변별 영역으로  흔히 이성과 자유의지 등 정신세계를 예로 든다. 그런데 만일 '자유의지'란 것이  한낱 인간이 지닌 환상에 불과하다면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인간은 그저 다른 동물보다 조금 더 진화한 존재일 뿐 생식 본능에 따라 사는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를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을까 없을까라는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로 논의되어 왔다. 게놈지도를 통해 인간에 대한 신비가 하나씩 그 베일을 벗겨지기 시작하고 있고, 이미 진화생물학자나 '이기적 유전자'를 쓴 도킨스 같은 이들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라는 것은 없으며 환상에 의한 진화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를 쓴 생물학자며 과학철학자인 프란츠 M 부케티츠 역시 '우리는 또한 새로운 경험적 지식이 자유와 잘못과 책임과 관련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이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하울트만의 말을 인용하며 자유의지가 없다는 견해에 무게를 싣는다. 물음 자체를 진화생물학적 견지에서 던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생물학과 그 주변 영역의 분파로부터 나온 경험적 결과들은 우리가 더는 자유의지라는 이념을 전통적인 형태로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동물로서 우리 인간은 다른 종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효과적인 번식과 그 전제로 생존과 결부된 자원의 확보를 목표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유전자들이 "이기적이며" 우리는 그것들의 운반자에 불과하다는 것을(도킨스) 글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행동에서 유전학적 구상 요소를 부정할 수는 없다. -책인용-

오랫동안 인간 정신의 우위를 가늠하는 잣대로 인간의 이성, 특히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라는 것이 논의되어 왔다. 만일 저자의 주장대로 자유의지가 단지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면 지금까지 인간이 쌓아 온 많은 사고의 체계에 혼란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특히 윤리나 도덕적 측면이나 양심을 논의하는 부분과 법체계, 사회 구성 체계는 지금과 확연히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인간 뇌의 비밀을 과학적, 생물학적으로 증명해내려는 수많은 생물학자와 의학자들의 노력을 굳이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전혀 문외한인 나도 그저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그들이 발견한 부분을 들여다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신경정신 의학자들이나 급진적 진화론자들의 이론을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정신세계에 관한 생물학적 접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인간의 비밀을 과학이 모두 풀어 낼 수도 없을 것이며 설사 풀어낸다 해도  인간은 인간이 지닌 정신력의 무한한 가능성과 신적인 요인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다른 동물과의 변별을 꾀할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과학보다 인간의 정신세계가 지닌 변별력을 더 신뢰하며 살고 싶다.


그런 의미로 만일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환상이 판도라 상자의 맨 밑바닥에 남아있는 '희망'과 동의어라면 더 이상 호기심을 접어두고 희망과 환상을 좇아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길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 프란츠 M 부케티츠 지음. 원석영 옮김/열음사/13,000


덧붙이는 글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 프란츠 M 부케티츠 지음. 원석영 옮김/열음사/13,000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

프란츠 M. 부케티츠 지음, 원석영 옮김,
열음사, 2009


#자유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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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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