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갈등 풀 의무 방기하고 있다"

[인터뷰] 광주에 '무등사랑' 연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록 2009.04.08 08:53수정 2009.04.0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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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비서관이 광주 동구 대인동 '무등사랑'을 열고 인재양성 등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비서관이 광주 동구 대인동 '무등사랑'을 열고 인재양성 등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이주빈

지방선거 출마 준비 의혹 받으며 '무등사랑' 문 연 까닭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지난 4일 광주 동구 대인동에 사랑(舍廊)을 열었다. 사랑의 이름은 '무등사랑'.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동네 도랑을 살리고, 광주와 서남해안지역의 발전비전 제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의 대부로 통하던 그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수석을 맡으며 출향했다. 이후 그는 외교부 NGO대사, 여수엑스포 유치위 부위원장, 서남해안포럼 상임대표 등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특히 그는 지난해에는 현대기아차그룹 인재개발원장을 맡아 1년여 동안 일하기도 했다.

이렇듯 정부와 민간단체, 기업을 오가며 다양한 이력을 쌓은 그가 광주에 무등사랑을 열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7일 오전 무등사랑 안채인 '청우당(廳雨堂)'에서 <오마이뉴스>와 단독인터뷰를 한 정 전 수석은 질문마다 특유의 진한 전라도 사투리로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지방선거 출마준비설에 대해서 그는 "나는 내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얘기를 한다"며 "(나의 활동을) 너무 선거와 연결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는 기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분야가 있고, 정치도 그 중의 한 분야"라면서 "선거는 그런 정치의 일부분이고 (선거)입후보는 많은 일부분 중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특히 그는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 문제를 놓고 아시아문화중심추진단과 오월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와 관련 "갈등을 풀어야할 지방정부(광주광역시)가 권한과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며 "답답한 일"이라고 인터뷰 도중 이례적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와 관련 "앞으로 공개적이고 합리적 토론이 가능한 자리에선 지역현안에 대한 나의 생각과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어떤 식으로든지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명박정부의 사정칼날이 참여정부 핵심을 향해 정조준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그는 "그 질문은 없었던 걸로 하자"며 차를 따랐다. 결코 편치 않은 속내를 드러내는 제스처였다. 그는 "이제 나를 전 인사수석이라 부르지 말고 사단법인 인재육성 아카데미의 이사장이라고 불러 달라"며 "인재를 육성하고 사람을 키우는 일에 전문성을 발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찬용 전 수석은 이명박정부의 사정칼날이 참여정부 핵심을 향해 정조준 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그 질문은 없었던 걸로 하자”며 차를 따랐다.
정찬용 전 수석은 이명박정부의 사정칼날이 참여정부 핵심을 향해 정조준 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그 질문은 없었던 걸로 하자”며 차를 따랐다. 이주빈

"무등사랑, 지나치게 선거와 연결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 지난 '무등사랑' 창립식에 500여 명의 지역 인사들이 함께 했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포석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있다.
"지방선거가 앞으로 15개월이나 남아있다. 또 선거는 여러 종류가 있다. 지방선거, 총선거, 대선, 조합장 선거…. 내일(8일)이 경기도 교육감 선건데 (나의 활동을) 너무 선거와 연결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얘기를 한다.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분야가 있고 정치도 그 중의 한 분야다. 선거는 그런 정치의 일부분이고 (선거)입후보는 많은 일부분 중 아주 작은 부분이다. 너무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 외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 아이들 가르치는 교육도 그중의 한 부분이다."

- 무등사랑의 주요 사업을 인재육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내년이 환갑인데 내 삶의 족적을 짚어보니 어려서는 그냥 성장했고, 초·중·고·대학교 때는 공부했고, 첫 직장인 경남 거창고에 가서는 거창고를 훌륭한 학교로 반듯이 세우는 데 일조했더라. 또 19년 동안 YMCA에서 일하면서는 사회교육을 많이 했고, 정부에 들어가서는 인사수석을 맡아 사람 발굴하는 일을 했고, 현대에 가서는 회사인재 키우는 일을 했다.

사람 키우고 찾아내는 일을 평생 해온 셈이다. 또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전문성도 갖추게 됐다. 인재를 육성하고 사람 키우는 일에 전문성을 발휘해서 동네 사람 키워보자는 것이다.

- 그렇다면 정찬용식 인재육성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나라 안팎이 침체와 절망 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 아이들이 취업 삼수를 기본으로 하며 절망에 빠져들고 있고, 부모조차도 취업 삼수하는 아이들과 함께 절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용기와 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해서 일차적으로 취업역량을 향상해 사회와 기업이 환영하는 인재를 키워내야겠다는 것이다. 공부가 먹고살 일자리에 연결되지 못하면 의미가 줄어든다. 16년간 공부한 결과를 사회에 환원시키는 그 대가가 일자리다."

"사회와 기업이 환영하는 인재 키워내겠다"

-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으면 밝혀 달라.
"수도권 애들에 비해 지방 아이들의 의지는 강하지만 위축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끓는 물에 비유하면 우리 지방 아이들의 외국어나 전공능력이 99도다. 1도만 높이면 물이 끓는데 그 1도를 못 올려 항상 좌절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올바른 공부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작풍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과 회사와 연계해서 강좌를 공동개설할 계획이다. 대학은 학생을 모으고 장소를 제공하고, 우리는 강사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연간 200시간을 학생들을 회사에 연결시켜 사실상 예비사원 교육을 실시하게 하는 것이다. 이미 몇몇 굴지의 회사와 합의를 봤다.

교육도 아주 구체적인 것을 가르치려고 한다. 서울 지리 알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팩스 보내는 일, 잘 웃기 등 아주 실천적이고 구체적 일부터 가르칠 계획이다. 훌륭한 품성을 가진 경쟁력 있는 교양을 갖춘 열정이 있는 아이를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지난 4일 문을 연 무등사랑의 안채인 ‘청우당(廳雨堂)’. 정찬용 전 수석이 이곳에서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일 문을 연 무등사랑의 안채인 ‘청우당(廳雨堂)’. 정찬용 전 수석이 이곳에서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이주빈

- 서남해안포럼 결성을 주도하며 '신발전지역특별법'이 제정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바다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가.
"여수 엑스포 유치활동을 하면서 바다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바다가 우리의 살길이다. 우리의 블루오션이다. 누천년을 땅에서 빼먹어 육지는 이제 거의 탈진상태다. 하지만 바다는 아직 거의 그대로다. 여수엑스포를 통해 얻어지는 바다의 생산성이 바로 육지로 들어온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신분해방은 모택동이 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중국을 해방시킨 이는 등소평이다. 그는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하며 바다에 근접해 있는 상해와 홍콩, 대련부터 부자도시로 만들었다. 중국바다의 부가 지금의 경제강국 중국을 이끌어온 것이다."

"광주광역시, 갈등 풀 생각도 방법도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

- 참여정부에서 인사수석을 지냈다. 이명박정부의 사정칼날이 참여정부 핵심을 향해 정조준되고 있는데.
"그 질문은 없었던 걸로 하자."

- 광주에 둥지를 틀었으니 광주 얘기를 좀 하자. 최근 도청 별관 문제 등 지역갈등 현안들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중재와 화해의 리더십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매우 어지럽게 얽혀있어 어떤 특정인 혼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도청 별관 문제는 간단하고 쉬운 문제다. 5.18 정신을 어떻게 잘 구현할 것인가가 답이다. 이미 분쟁거리로 나와 있는 사안을 가지고 갈등을 해결할 순 없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가 새로운 일을 함께 하며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이런 문제는 선출직이든 아니든, 권한이 있든 없든 개인이나 소수집단이 풀어갈 수 없다. 민·관·산·학·언·정·노 등 각 분야 리더들이 하나의 구심체를 형성해야 풀 수 있다. 그 중심에 지방정부가 있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많은 예산과 인력, 권한을 가지고 있다. 권한을 위임 받은 사람들이 앞장 서 일 풀어야 한다. 권한이 있기 때문에 갈등을 풀 고뇌를 해야 한다.하지만 현재 지방정부가 권한과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할까 고뇌할 생각도 없고, 고뇌의 방법도 모르는 것 같다. 답답한 일이다."

- 앞으로 지역현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인가.
"앞으로 공개적이고 합리적 토론이 가능한 자리에선 지역현안에 대한 나의 생각과 입장을 밝히겠다."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제 나를 전 인사수석이라 부르지 말고 사단법인 인재육성 아카데미의 이사장이라고 불러 달라. 우리 동네 인재를 육성하고 사람을 키우는 일에 전문성을 발휘하겠다. 무등사랑 문을 열던 날 500분의 손님이 오셨다. 이분들의 마음만 엮어내도 훌륭한 지도역량이 생긴다. 우리 역량을 생산성 있게 썼으면 좋겠다.

동네는 위축되건 말건 돈 되는 것만 좋아하는 지도력이 아닌, 동네를 위해 희생을 먼저 하는 그런 지도력을 갖춘 이들을 키워내고 함께 하고자 한다. 무등사랑이 광주의 공공성과 구체적인 발전을 위해 편하게 찾아와 얘기하고 공부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정찬용 #무등사랑 #광주광역시 #참여정부 #이명박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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