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88) 양심적

'양심적 노동자', '양심적 지도자', '양심적 인사' 다듬기

등록 2009.04.07 17:36수정 2009.04.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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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양심적인 노동자로서

 

.. 이 땅의 꿋꿋한 노동자로서, 양심적인 노동자로서 섰을 때만이 현실을 개혁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저한테 심어 준 것이었습니다 .. <분단시대의 성찬과 평화>(천주교사회문제연구소, 일과놀이, 1990) 38쪽

 

'개혁(改革)할'은 '고칠'이나 '뜯어고칠'이나 '갈아엎을'로 다듬습니다. "확고(確固)한 신념(信念)"은 겹말이니 "굳은 믿음"이나 "굳센 믿음"으로 손질하고, "심어 준 것이었습니다"는 "심어 주었습니다"로 손질해 줍니다.

 

 ┌ 양심적(良心的) : 양심을 올바로 지닌

 │   - 양심적 지식인 / 양심적 판단 / 양심적인 사람 / 양심적으로 행동하다

 ├ 양심(良心) :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   - 양심의 가책을 받다 /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 / 양심에 따라 행동하다

 │

 ├ 양심적인 노동자로 섰을 때

 │→ 양심있는 노동자로 섰을 때

 │→ 올바른 노동자로 섰을 때

 │→ 거리낌없는 노동자로 섰을 때

 │→ 착한 노동자로 섰을 때

 └ …

 

세상에는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사람이 있고, 옳고 그름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올곧은' 지식인이 있으나, '비뚤어진' 지식인이 있습니다. '옳고그름'에 따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잇속에 따라 휘둘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옳은 일을 보고는 옳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지만, 옳은 일을 보고도 눈을 감는 사람이 있어요.

 

 ┌ 양심적 지식인 → 양심 있는 지식인 / 착한 지식인 / 올바른 지식인

 ├ 양심적 판단 → 양심에 따른 생각 / 올바른 생각 / 바른 생각

 └ 양심적으로 행동하다 → 양심에 따라 움직이다 / 올바르게 움직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옳음을 옳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름을 그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치우치지 않는 사람이 아니겠느냐고. 치우치지 않는 사람은 곧게 서 있는 사람이고, 곧게 서 있는 사람은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으니, 세상을 '착하게' 사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이리하여, 이 보기글에서 말하는 "양심적인 노동자"는, 밑뿌리를 살피고 좇다 보면 "착한 노동자"로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ㄴ. 양심적인 지도자

 

.. 그는 1919년에 영국 정부로부터 외국인에 의하여 처음으로 수여하는 백작의 작위를 거절함으로 인해서 영국사람들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철저한 인도의 양심적인 지도자였다 .. <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채규철, 한터, 1990) 99쪽

 

"영국 정부로부터 외국인(外國人)에 의(依)하여 처음으로 수여(授與)하는"은 "영국 정부가 외국사람한테 처음으로 주는"이나 "영국 정부가 나라밖 사람한테 처음으로 주는"으로 다듬습니다. "백작의 작위"는 "백작이라는 작위"로 손보고, "거절(拒絶)함으로 인(因)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나 "손사래치면서"로 손봅니다. "무색(無色)하게 할 정도(程度)로"는 "부끄럽게 할 만큼"으로 손질합니다. '철저(徹底)한'은 '빈틈없는'으로 고치고, "인도의 양심적인 지도자"는 "인도사람이며 양심있는 지도자"로 고쳐 봅니다.

 

 ┌ 양심적인 지도자였다

 │

 │→ 깨끗한 지도자였다

 │→ 훌륭한 지도자였다

 │→ 올곧은 지도자였다

 │→ 야무진 지도자였다

 └ …

 

앞에서 이끄는 사람은 누구보다 깨끗해야 합니다. 누구보다 아름다워야 하고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워야 합니다. 깨끗하고자 애쓰지 않거나, 아름답고자 힘쓰지 않거나 믿음직스럽도록 추스르지 않는다면, 뒤에서 따르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사람을 놓고 훌륭하다거나 따를 만하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올곧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사람들이 따릅니다. 참다운 길을 야무지게 밀어붙여야 흔들림 없이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누가 시킨다고 하는 올곧음이 아니요, 다른 이 눈치를 살피는 야무짐이 아닙니다. 스스로 찾고 손수 헤쳐나가는 움직임입니다.

 

세상을 부대낄 때에도 깨끗하고 훌륭하고 올곧고 야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사람을 만날 때에도 언제나 깨끗함을 잃지 않는 가운데 훌륭함과 올곧음을 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떠한 놀이를 즐기건 한결같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한 줄짜리 글을 쓰거나 두 마디짜리 말을 할 때에도, 매무새를 고이 가다듬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ㄷ. 양심적 인사들

 

.. 일본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두 나라의 참된 우호를 위해서는 실로 우리 민족을 이해하고 협조를 아끼지 않는 양심적 인사들이 많다는 점에서 .. <한민족과 그 예술>(야나기 무네요시/송건호 옮김, 탐구당, 1976) 3쪽

 

'민족(民族)'은 '겨레'로 다듬고, "이해(理解)하고 협조(協助)를 아끼지 않는"은 "헤아리고 도움을 아끼지 않는"으로 다듬습니다. '인사(人士)'는 '사람'으로 손질하며, '점(點)'은 '대목'으로 손질합니다. "두 나라의 참된 우호(友好)를 위(爲)해서는"은 "두 나라가 참되게 사이좋게 지내자면"으로 손보고, '실(實)로'는 '참으로'로 손봅니다. 그런데 보기글 짜임새가 어딘가 어설픕니다. 통째로 손보면서 "일본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두 나라가 참되게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 우리 겨레를 헤아리고 도움을 아끼지 않는"으로 앞머리를 다시 써 봅니다.

 

 ┌ 양심적 인사들이 많다

 │

 │→ 양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

 │→ 착한 사람들이 많다

 │→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 속깊은 분들이 많다

 │→ 아름다운 분들이 많다

 └ …

 

'良心'은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입니다. 옳고 그름을 가려서 옳은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누가 보아도 '아름답'거나 '착하'거나 '훌륭하'기 마련입니다.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대충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속깊이'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모로 '좋은'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이라,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자취와 매무새와 흐름뿐 아니라, 우리가 품는 생각과 뜻과 마음 또한 '좋을' 수 있도록 가누게 된다면 서로 즐거웁겠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 생각과 뜻과 마음을 '좋은' 쪽이 아닌 궂은 쪽으로 맞춘다면, 또는 얕은 셈속과 꾐수를 부린다면, 무슨 일을 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나도 아쉬움과 안타까움과 모자람만 있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남들이 바른 사람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바른 사람이 될 노릇이라고 봅니다. 아니, 나 스스로 바른 사람이 되어 간다면, 그러면서 바른 사람이 되어 가는 즐거움을 스스럼없이 보여줄 수 있으면 넉넉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나 스스로 착한 사람이 되도록 돌보고, 나 스스로 속깊이 돌아보는 눈매를 기르며, 나 스스로 아름다울 수 있게끔 사랑해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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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7 17:36ⓒ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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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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