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찾아 대학로로 온 오페라 <사랑의 묘약>

120석 소극장에서 오페라를 즐긴다

등록 2009.04.10 09:25수정 2009.04.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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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 벨오페라단의 대학로 오페라 <사랑의 묘약>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과 일부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 문성식

▲ 벨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 벨오페라단의 대학로 오페라 <사랑의 묘약>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과 일부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 문성식

 
화려한 무대를 버리고 대학로로 온 <사랑의 묘약>

a 벨오페라단의 대학로 오페라 <사랑의 묘약> 선량한 동네 청년 네모리노는 같은 동네에 사는 아리따운 처녀 아디나를 사랑하지만 그에게는 벨코레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벨오페라단의 대학로 오페라 <사랑의 묘약> 선량한 동네 청년 네모리노는 같은 동네에 사는 아리따운 처녀 아디나를 사랑하지만 그에게는 벨코레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 문성식

▲ 벨오페라단의 대학로 오페라 <사랑의 묘약> 선량한 동네 청년 네모리노는 같은 동네에 사는 아리따운 처녀 아디나를 사랑하지만 그에게는 벨코레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 문성식

대학로 씨어터 디아더 극장에서는 지난 4월 6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벨오페라단(대표 안광영)의 오페라<사랑의 묘약>을 공연하고 있다.
 
많은 소극장들과 까페들이 있고 젊은이들이 가득한 대학로 거리에서 오페라를 접한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오페라라 하면 오페라하우스 같은 매우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고가의 티켓으로만 관람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상당히 따분하기만 한 거리감 있는 장르로 여겨지고 있는데다  그것도 대학로 소극장에서 오페라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의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어 벨오페라단은 관객을 찾아 과감히 대학로로 나섰다. 기존의 화려한 무대와 수십명의 합창단원들, 오케스트라 반주 등을 생략한 대신 소극장의 장점인 관객과 무대의 가까움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수십미터 뒤에서 배우들의 얼굴도 잘 안보이는 객석과 달리 120석 작은 홀에서는 객석 맨 끝자리에서도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세세히 보면서 관람할 수 있어 관객들을 더욱 더 강하게 무대로 빨아들일 수 있다.

 

수많은 오페라들 가운데서도 특히 <사랑의 묘약>을 고른 것 역시 젊은이들의 거리 대학로라는 공간의 특성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서다. <사랑의 묘약>은 다른 오페라들에 비해 가볍고 위트가 있으며 분위기가 밝아 오페라가 생소한 젊은이들에게도 결코 지루하거나 졸리지 않는 특징이 있고 함께 온 연인들에게 알맞은 편이다.

 

거기에 더해 극중 레치타티보(recitativo)는 아예 대사로 처리하여 관객들이 좀 더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배려하였고 소극장에서는 쉽지 않은 1막 2막 전환은 아예 극중극 형태로 처리하여 비교적 무난한 진행을 보였다. 소극장의 여건에 맞게 약간의 수정은 있었으나 전체적인 줄거리에는 크게 벗어남이 없었다.

 

하지만 다소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배우들이 비교적 젊은 오페라 가수들이다보니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연기파 배우들에 비해 아직 설익은 점이 없지 않았고 비록 아무리 소극장 오페라라곤 하지만 무대 미술이 다소 빈약했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a 벨오페라단의 대학로 오페라 <사랑의 묘약> 순진한 총각 네모리노의 강력한 라이벌 벨코레가 아디나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장면

벨오페라단의 대학로 오페라 <사랑의 묘약> 순진한 총각 네모리노의 강력한 라이벌 벨코레가 아디나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장면 ⓒ 문성식

▲ 벨오페라단의 대학로 오페라 <사랑의 묘약> 순진한 총각 네모리노의 강력한 라이벌 벨코레가 아디나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장면 ⓒ 문성식

 

소극장 오페라의 장점을 최대한 잘 살릴 수 있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악기로도 흉내낼 수 없는 인간의 목소리로, 그것도 마이크 없이 날소리로 들을 수 있는 오페라를 배우들의 숨소리조차 들을 수 있는 매우 아담한 무대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특이한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귀에 익은 곡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의 경우 이태리 원어 그대로 불러 원작의 감동을 전달하는데 충실을 기했다.

 

세계적으로 오페라의 관객이 줄고 따라서 공연도 줄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화려한 무대를 버린 대신 관객을 찾아 대학로로 나선 벨오페라단의 이번 시도는 그런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한달 장기공연만큼 앞으로 좀 더 배우들의 연기를 가다듬고 무대장치에도 더 신경을 써서  노력한다면, 그래서 이번에 아주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관객들에게는 물론 다른 오페라 가수들에게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a 벨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 1막에서 2막으로의 전환은 극중극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벨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 1막에서 2막으로의 전환은 극중극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 문성식

▲ 벨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 1막에서 2막으로의 전환은 극중극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 문성식

#사랑의 묘약 #벨오페라단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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