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세대와 촛불세대, 그 희망 찬 메시지를 기다리며...

22일까지 '5.18민중항쟁기념 제5회 서울청소년대회' 문예공모전

등록 2009.04.15 15:11수정 2009.04.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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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5.18 청소년 문예공모전 지난 해 열린 '5.18민중항쟁기념 서울청소년대회 문예공모전

5.18 청소년 문예공모전 지난 해 열린 '5.18민중항쟁기념 서울청소년대회 문예공모전 ⓒ 이종찬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 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 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 정민경 '그날'(2007 제3회 대상 작품) 모두


a 서울 청소년 대회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이란 '오월의 노래'처럼 5.18 그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서울 청소년 대회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이란 '오월의 노래'처럼 5.18 그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 이종찬


a 서울 청소년 대회 핸드폰으로 찍어봐, 무엇이 찍히나

서울 청소년 대회 핸드폰으로 찍어봐, 무엇이 찍히나 ⓒ 이종찬


몰랐다.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다. 5.18...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국군이 국민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그 피 비린내 나는 그날. 나는 창원공단에 있는 한 공장 프레스실에서 철판을 자르고 있었다. 광주와 전라도에서 내가 다니는 공장에 취직을 한 현장 노동자들도 프레스기에 매달려 제품 하나 더 생산하기 위해 식은땀을 쏟고 있었다.

TV를 보아도, 신문을 보아도, 광주에서 우리나라 군인이 우리 국민들을 향해 총을 쏘아 죽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개죽음 당하지 않기 위해 광주 시민들이 시민군을 만들어 전남도청에서 대포를 앞세운 국군과 맞서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에서야 광주와 전라도에 고향을 둔 동료 노동자들이 '아이고~ 형님이 총을 맞고 죽었당게' '내 여동생이 대검에 찔려 죽었어야'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민주주의 이념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피흘려온 역사,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은 청소년들 가슴에 어떤 모습으로 담겨 있을까. 청소년들이 그리는 '대한민국-민주공화국'은 대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지난 해 아무개 아침방송에서 대학생 중 상당수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한 것처럼 청소년들은 민주주주의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일까.

5.18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가 청소년들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오월정신'을 이어 받고 '민주시민의식과 공동체정신'을 다지는 열린 학습을 위한 마당을 마련했다. 서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이루어갈 미래사회에 아로새길 희망을 한 장의 사진과 그림, 한 편의 글로 드러내는 문예공모전이 그것이다.  

핸드폰으로 찍어봐, 무엇이 찍히나

a 청소년 문예공모전 제5회 서울 청소년 대회 포스터

청소년 문예공모전 제5회 서울 청소년 대회 포스터 ⓒ 이종찬

"사진 부문 공모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필름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이고 요즘 청소년들 손에 쥐어져 있는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으로도 언제든 응모가 가능하도록 했다. 문예공모전 응모가 글이나 그림 부문에 재능이 있는 청소년들로 제한되지 않고 누구나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하자는 뜻에서다."-5.18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이란 '오월의 노래'처럼 5.18 그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5.18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가 다가오는 5.18민중항쟁 제29주년과 국가기념일 제정 제12주년을 맞이하기 위해 5.18민중항쟁기념 제5회 서울청소년대회 문예공모전을 열고 있다.

지난 3월 13일(금)부터 오는 4월 22일(수)까지 한 달 남짓 열리고 있는 제5회 서울청소년대회 문예공모전은 서울 시내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과 그 나이 또래 청소년이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분야는 운문, 산문, 그림, 사진 부문으로 응모신청서를 써서 22일까지 온라인(www.518seoul.org) 접수 또는 우편(서울기념사업회)으로 접수하면 된다.   
 
5.18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중구 정동 34-5 배재정동빌딩 B동 2층)는 15일 "이번 행사 목적은 서울의 청소년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와 정신을 바르게 이해하고 숭고한 정신을 계승함으로써 '올바른 민주시민의식과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해마다 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문예공모전 주제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오월정신'(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 불의에 대한 항쟁, 나눔과 평등, 평화통일의 지향)과 '민주시민의식', '공동체정신'이다. 응모작 제목은 자유. 운문은 형식 자유이며, 산문은 초등학생은 1천자, 중학생 1천5백자, 고등학생은 2천자 안팎이어야 한다.

그림은 수채화와 크레파스화, 포스터화는 4절이어야 하며, 아크릴화와 유화는 10호, 한국화는 2절이어야 한다. 사진은 소재가 '헌법 제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정해져 있으나 분야는 인물, 풍경, 현장 사진 등 제한이 없다. 촬영 카메라 또한 핸드폰, 디지털, 필름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되며, 흑백 칼라 모두 접수 받는다.

심사는 4월 25일부터 29일까지. 심사위원은 관련분야 전문가 또는 작품을 통해 인정받은 작가, 5.18민중항쟁을 경험한 사람 등이 맡는다. 발표는 5월 1일, 시상은 5월 18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 광장. 이번 문예공모전은 5.18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 서울시 교육청, 서울지방보훈청, 5.18기념재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한다. 

a 서울 청소년 대회 이번 문예공모전 주제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오월정신'(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 불의에 대한 항쟁, 나눔과 평등, 평화통일의 지향)과 '민주시민의식', '공동체정신'이다

서울 청소년 대회 이번 문예공모전 주제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오월정신'(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 불의에 대한 항쟁, 나눔과 평등, 평화통일의 지향)과 '민주시민의식', '공동체정신'이다 ⓒ 이종찬


a 서울 청소년 대회 분야는 운문, 산문, 그림, 사진 부문으로 응모신청서를 써서 22일까지 온라인(www.518seoul.org) 접수 또는 우편(서울기념사업회)으로 접수하면 된다

서울 청소년 대회 분야는 운문, 산문, 그림, 사진 부문으로 응모신청서를 써서 22일까지 온라인(www.518seoul.org) 접수 또는 우편(서울기념사업회)으로 접수하면 된다 ⓒ 이종찬


'오월세대'와 '촛불세대'의 화려한 만남

"2008년, 전국의 촛불 현장을 뒤덮은 함성은 바로 '헌법 1조'의 정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였다. 촛불은 세대를 뛰어넘어 이 시대의 가치를 공유한 소통의 장을 열었다. 시민단체가, 정치권이, 언론이, 기성세대가 머뭇거릴 때 청소년들이 먼저 나서 우리 사회를 지탱해 줄 기본 정신을 다시 환기시킨 것이다."-서울기념사업회

5.18민주화운동이 1997년에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지 12년이 지났다. 하지만 서울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초, 중, 고등학교 12년 교육과정을 마치기까지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학교에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다. 놀랍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4회까지 보내온 청소년들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기념사업회 정경자 사무국장은 "지난 1회에서 4회까지 보내온 청소년들 작품에서는 학교 교육이 잃어버린 12년, 처음 알게 된 5.18 또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정 국장은 "이 대회 참가를 계기로 막연하게 알고 있던 역사, 자신과 무관했던 5.18의 의미가 청소년들 가슴 속에 되새겨지고 그 정신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많은 청소년 참가자들이 문예공모전을 통해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되었으며,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온 '오월세대'를 이해하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정 국장은 "공모전에 참가한 청소년 대부분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숭고한 역사를 가진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오월세대'와 '촛불세대'의 화려한 만남. 아무쪼록 이번 5.18민중항쟁기념 제5회 서울청소년대회 문예공모전에서도 수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창작한 작품을 통해 5.18을 생생하게 만나게 되길 바란다. 그 만남이 '오월세대'와 '촛불세대' 사이에 알게 모르게 가로막힌 물꼬를 틔워 희망 찬 메시지로 서로 울려 퍼지길 기다린다.

a 서울 청소년대회 사진작품 '갈망' 앞에 선 여학생은 2008년 사진부문 대상 수상자 영락고 김은율 양

서울 청소년대회 사진작품 '갈망' 앞에 선 여학생은 2008년 사진부문 대상 수상자 영락고 김은율 양 ⓒ 이종찬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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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소년대회 #5.18 문예공모전 #촛불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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