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도 '박연차 대책회의' 했나

민주당 "천신일, 작년 7월 휴가 동석"... 구명 로비 전후

등록 2009.04.20 20:32수정 2009.04.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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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8년 5월 28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숙소인 조어대에서 조찬 간담회에 앞서 천신일 세중관광 회장 등 수행 경제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2008년 5월 28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숙소인 조어대에서 조찬 간담회에 앞서 천신일 세중관광 회장 등 수행 경제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8년 5월 28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숙소인 조어대에서 조찬 간담회에 앞서 천신일 세중관광 회장 등 수행 경제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08년 7월 말 이명박 대통령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대통령 휴양지인 경남 저도 해군휴양지에서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따라 천 회장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박연차 회장 구명을 위한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몸통은 천신일 회장이며, 이 대통령도 사전에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다.

 

민주당 인천부평선대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재성 의원은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에 따르면, 지난 2008년 7월 26일부터 30일까지 이명박 대통령과 천신일 회장이 경남 저도의 해군휴양지에서 여름휴가 보냈다"면서 "청와대는 천 회장이 지난해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대변인은 또 "지난해 7월은 금강산 피격사건, 독도영유권 문제가 불거진 매우 복잡한 시기였다"며 "천신일씨를 만나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느냐"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최 대변인은 "검찰이 이런 의혹을 마땅히 수사해야 함에도 대통령과 측근 관련 의혹은 수사하지 않고 있다"면서 "박연차게이트는 박연차게이트가 아니고 천신일게이트"라고 공세를 폈다. 이어 그는 "천신일게이트는 노 전 대통령 측근 수사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도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7월 말 이명박·천신일 휴가→박연차 세무조사→천신일 등 대책회의

 

a  지난 10일 밤  MBC <뉴스데스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2007년 8월 초 박연차 회장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게 수십억 원을 건넨 단서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밤 MBC <뉴스데스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2007년 8월 초 박연차 회장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게 수십억 원을 건넨 단서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지난 10일 밤 MBC <뉴스데스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2007년 8월 초 박연차 회장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게 수십억 원을 건넨 단서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민주당이 주장한 것처럼 이 대통령과 천 회장이 지난해 7월 함께 휴가를 보낸 것이 사실이라면, '박연차게이트'의 파장은 또 한 번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연차게이트는 지난해 7월 30일 국세청이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 이후 이 대통령의 '40년 지기' 천 회장과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정복(박연차 사돈)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박연차 구명을 위한 대책회의를 수차례 열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천 회장이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다는 '7월 말'은 '박연차 구명 로비' 출발 시점인 셈이다. 일부 언론은 이미 7월부터 박연차 대책회의가 시작됐다는 의혹도 내놨다. 

 

따라서 해군휴양지에서 만난 이 대통령과 천 회장 사이에 박연차 구명을 위한 얘기도 오갔으리라는 의혹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앞서 천 회장은 '박연차 대책회의'를 시인하지는 않았지만, 박 회장과 이 전 수석, 김 전 청장을 따로따로 만났다는 점은 시인한 바 있다. 여기에 박 회장도 동석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천 회장은 지난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박연차 구명 로비와 관련해 "친동생 같은 아이가 세무조사를 받는데 '형님 좀 보자' 이렇게 하면 인간 정의상 안 갈 수 있느냐"고 말했다. 대책회의 의혹에 대해서는 "나와 이 전 수석, 박연차가 같이 만난 적은 없다"면서도 "다만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과는 한두 번 동석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언론이 대책회의라고 이름 붙인 것이지, 실제 대책회의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명박-천신일' 동반 휴가설을 주장하고 나선 민주당은 검찰의 박연차 수사가 4.29 재보선을 겨냥한 기획·표적수사라고 거듭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박연차게이트와 관련한 3대 의혹(천신일 10억 수수설, 30억 당비 대납설, 국세청장 기획출국설)을 제기하며 "편파수사를 중단하고 공평무사하게 법의 정의를 실현하라고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검찰이 '선거국면에 활용될 수 있는 재료' 의혹을 살 수 있는 수사를 한다면 민주당은 특검 추진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이 검찰의 수사를 인정하지 않는 한 불가피하게 특검수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청와대 "대통령은 휴가 때 친구도 못 만나나"

 

한편 청와대는 최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은 친구와 개인휴가도 못가느냐"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 개인휴가에 친구와 같이 간다는 게 문제가 되느냐"면서 "당시 휴가에 갔을 때는 대통령 지인들이 여러분 참가했고,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국가원수 개인 휴가까지 정쟁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휴가 때 못만난 사람도 만나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민주당의 의혹이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2009.04.20 20:32ⓒ 2009 OhmyNews
#박연차게이트 #천신일 #최재성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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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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