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서해주운관'을 비판한다

등록 2009.04.22 10:38수정 2009.04.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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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서해주운관(西海舟運觀)을 비판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6박7일의 중국순방을 마친 뒤에 나온 다음의 보도를 접하고, 놀라움과 걱정이 앞서 다시 한번 서해주운 프로젝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경인운하는 물류뿐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와 경인운하 사업의 가장 큰 매력은 중국과의 관광뱃길을 만드는 것이다. 운하는 물류기능도 중요하지만 인접도시의 발전과 결합한 관광비단길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동부연안의 경제도시로 열리게 될 경인운하는 그 전망이 매우 밝다. 중국 동부지역 고소득 계층이 여객선을 타고 경인운하로 접어들어 화려한 노을을 감상하고, 서울에 도착해선 최첨단 IT와 고품격 문화를 즐기고 쇼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 여객노선은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경항운하(京杭運河)가 중국의 후대들에게 엄청난 이득을 주고 있듯이, 경인운하도 우리 후손을 먹여 살리는 수단이 될 것이다. 경인운하는 금전가치로 따질 수 없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 한편에선 2009년 현재 유형화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따지지만, 훗날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을 때 중국의 신흥부자 수천만명이 크루즈 관광이라는 고품격의 관광상품으로 한국을 찾는 수요까지 감안해야 한다. 서울-상하이■톈진에 여객선을 띄우고 관광객 1,2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요지이다.

오시장은 5000톤 꼬마배의 20시간 이상의 고달픈 여행을 고품격 크루즈 관광상품으로 粉飾하고 있다. 해운업계와 관광업계에서는 최소한 1,000명 이상의 승객이 승선하는 3~8만톤급의 '떠다니는 리조트'라 불리우는 호화유람선을 크루즈라 한다. 오시장 말고는 5000톤급 꼬마배를 크루즈로 호칭하는 사람은 없다. 오시장은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5000톤급 배를 타고 상하이와 텐진을 오고갈 것인지 묻고싶다. 5000톤급 배는 옛날 이민선이나 해양대 학생들의 실습선에 불과하다.

5000톤급 꼬마배는 중국의 동부연안 신흥부자들이 탈만한 배가 아니다. 적어도 해외여행을 할 정도의 중국인들은 한국인들보다 돈도 많고 호사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5000톤급 배를 띄울 수는 있지만, 그 배에 승객을 채울 수는 없다. 120억원을 들여 썽썽한 양화대교를 뜯어고치기 전에 우선 관광업계에 묻고 또 물어 투자비용이 회수된다는 확신이 설 때에 다리를 뜯어고치기 바란다.

경인운하에는 화물선도 여객선도 다니지 못한다. 경제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냉혹하다. 지금 운항중인 한강유람선도 적자이고 수상택시도 이용객이 없어 운영비도 충당하지 못한다고 알고 있다. 2조2,500억원의 경인운하 건설비와 한강운하 건설비 3,000억원은 모두 완전한 낭비이다. 경인운하와 한강운하는 양양공항, 울진공항, 무안공항 등과 똑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중국의 1,800km 경항운하는 자동차도 기차도 비행기도 없던 시대에 백성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운하이다. 경항운하는 자동차 등이 등장하기 전까지 1300여년의 장구한 세월동안 유용한 운송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 등에 밀려 뱃놀이 수로에 불과하다. 운하는 천연의 강이 아니면 경쟁력이 없다. 경항운하는 지금에 와서는 천연의 강처럼 되었고, 이왕 있는 것이니 그저 이용하는 것이다. 경항운하는 건설비용이 매몰비용(sunk cost)이 되어 운항비만 발생한다. 지금의 경항운하는 중국인들에게 엄청난 이득을 주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2조2,500억원을 들여 새로 건설할 경인운하와 경항운하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경인운하의 문제점은 완공과 동시에 자동차와 비행기에 밀려 무용지물의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인운하는 옛날 수나라 백성들의 노역(勞役)이 한국국민들의 혈세(血稅)로 대체되는 것으로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혈세로 무용지물의 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수양제의 폭정 및 실정과 맥을 같이 한다. 아니 수양제의 폭정 및 실정보다 더 못하다. 경항운하는 1300년 동안 유용했던데 비해 경인운하는 완공과 동시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차, 비행기가 넘치는 21세기에 막대한 돈을 들여 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한없이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데도 오시장은 "경인운하가 후손을 먹여 살리는 도깨비 방망이"라고 믿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

엎드리면 코가 닿을 거리의 인천항을 두고 3시간을 허비하면서 용산이나 여의도에서 배를 이용할 사람은 없다. 5000톤 꼬마배를 타고 20시간 이상 뱃멀미에 시달리며 서해바다를 오고갈 중국인이나 한국인은 없다. 오시장의 서울-상하이■텐진 주운관광에 대한 제안을 듣고, 아마도 중국관리들은 한국인들의 아둔함에 놀라고 크게 비웃었을 것이다. 

3만불, 4만불로 소득이 늘어날수록 비행기를 이용한다. 앞으로 한중간에는 항공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항공사들은 계속해서 항공편을 늘릴 것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항공운임도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교통수단은 비행기이다. 느려빠진 선박은 비행기와 경쟁할 수 없다. 물론 5만톤, 8만톤급의 호화여객선(크루즈)은 별도의 관광시장을 형성한다. 그러나 5000톤급 꼬마배에 대한 관광수요는 없다. 게다가 인천항에는 5000톤 꼬마배의 강력한 경쟁자 2~3만톤급 화객선(貨客船)이 있다. 한중항로에 5000톤급 꼬마여객선이 설 자리는 없다.

서울시가 장기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1,200만명을 유치하려면 교통편은 항공사에 맡기고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관광컨텐츠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한강운하와 경인운하에 쓸 돈을 각종 문화컨텐츠와 관광인프라에 투자하기 바란다.     

다음은 요트사업에 대한 소견이다. 우스개 소리가 있다. "없으면 갖고 싶고, 있으면 귀찮고 골치아픈 것이 3가지가 있는데, 별장, 요트, 애인"이라고 한다. 요트의 대중화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요트란 돈도 있고 모험심도 있는 극소수의 한가한 사람들이 즐기는 오락이다. 서울시는 지금 한줌도 안되는 가진 자들의 오락을 위해 시민들의 혈세를 쓰고 귀중한 수변공간(水邊空間)을 할애하려는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은 국민정서상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회이다. 요트는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요물이 될 것이다. 서민들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양식있는 요트애호가들은 사람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드넓은 바다에서 마음껏 즐기기를 원할 것이다. 수백억원의 시 예산으로 마리나를 만들어 놓아도 이용할 사람들은 극소수의 철없는 과시형 요트마니아들에 불과하다. 위화감을 유발하는 과시형 마니아들을 위해 혈세를 써서는 곤란하다.

2009년 3월 27일 서울대학에서 "바람직한 하천정비와 대안적 지역개발"이라는 주제로 한일공동 심포지엄이 있었다. 나는 우리보다 잘사는 일본이 요트계류장을 내수면에 만든 예가 있는지 물었다. 내수면에는 없고 모두 해변에 있다는 답변이었다. 또한 나는 90년대 초에 미국 북서부 해안과 항만을 둘러보았는데, 마리나는 모두 해변의 항구 한 모퉁이에 있었다.

요트는 범선이다. 바람을 받아 드넓은 바다를 종횡무진으로 시원하게 항해하는 것이 요트의 핵심이다. 1시간만 나가면 넓은 바다가 있다. 요트는 엔진을 돌려가며 경인운하의 좁은 수로를 타고 2개의 갑문을 지나 2~3시간을 허비하며 한강으로 들어와야 할 이유가 없다. 한강변에 세워질 마리나는 이용객이 없는 무용지물의 흉물이 될 것이다. 많은 비난과 지탄이 오시장에게 쏟아질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 지도자들이 왜 이렇게 시대에 맞지 않는 운하에 매달리는지 참으로 답답하고 걱정스럽다. 내 눈에는 시대착오적인 이대통령의 운하집착에 오시장이 덩달아 맞장구를 치고 있는 것으로 비추인다.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애물단지가 될 경인운하와 한강운하는 이대통령과 오시장에게 영원한 멍에가 될 것이다.

앞서 한일공동 심포지엄에서 확인한 점은 일본의 하천개발은 기존의 운동장, 놀이터 등을 유수지(留水池)로 만들고 수초(水草)를 심어 물고기가 서식할 수 있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한강도 가급적 자연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야광분수, 인공섬, 요트시설 등은 모두 말초를 자극할 뿐 한강을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프로젝트들이다. 모두 후손들에게 짐이 되는 것들이다.

라면 먹고 자랐다는 오시장이 공금(公金)을 너무 허투루 쓰는 것 같다. 혈세로 조성된 공금은 내 돈보다 더 아끼고 쓰는데 신중해야 한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볼거리 놀거리에 하나같이 돈을 펑펑 써대는 사업이다. 서울시민들에게 부담이 될뿐만 아니라 오시장의 장래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공부를 하고 근거를 들어 비판하라!"고 일갈했던 오시장이 깊이 공부한 결과인지 묻고 싶다. 오시장은 공부는 물론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깊은 성찰(省察)이 있어야 하겠다.
#오세훈 #경인운하 #한강르네상스 #서해주운 #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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