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곳이 모두 없어진 보약같은 제주도 여행

친구들과 떠난 2박3일 제주도

등록 2009.05.20 10:08수정 2009.05.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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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올레 8코스중에서 ..

올레 8코스중에서 .. ⓒ 정현순

▲ 올레 8코스중에서 .. ⓒ 정현순

"이번에는 가지 마" "안 돼. 지금 안 간다고 하면 회비도 되돌려 못 받고 비행기도 예약해놨는데"꼭 가야한다는 내말에 남편은 가방을 들고 김포공항까지 데려다 준다면서 집을 나선다. 공항에 도착하니 친구들이 와있었다. "어머나 얼굴이 진짜 반쪽이 되었네. 많이 아팠나보다" "밤새 토하고 오늘은 아무 것도 먹지도 못했으니..." 그때 시간이 오후 1시30분쯤 되었다.

 

지난 11일 친구들과 제주도에 가기로 한 달 전부터 약속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그 전날 파전에 막걸리 먹은 것이 체했는지 떠나는 날 새벽 4시까지 토사광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몹시 지쳐있었다. 그시간까지 먹은거라고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눌은밥을 2~2숟갈 겨우 넘긴것이 전부였다. 말하기도 힘겨웠다.

 

어쨌든 비행기를 타고 잠시 후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그쯤 서울, 경기지방에는 제법 굵은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제주도에는 아주 맑은 봄 날씨였다. 제일 먼저 올레8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이번 여행은 여행사의 패키지가 아니라 그곳에서 15인승인가? 버스를 렌트해서 우리들이 가고 싶은 곳을 가기로 한 자유여행으로 정했다. 하여 제주도에서의 스케줄은 탄력성이 있었다.

 

a 8코스에서 만난꽃 ..

8코스에서 만난꽃 .. ⓒ 정현순

▲ 8코스에서 만난꽃 .. ⓒ 정현순

a 8코스에서 만난꽃 ..

8코스에서 만난꽃 .. ⓒ 정현순

▲ 8코스에서 만난꽃 .. ⓒ 정현순

8코스 올레 길로 들어섰다. 난 얼른 카메라를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친구 중에 한명이"어머 저 언니 카메라를 꺼내니깐 눈이 다 반짝이네."한다. 걷기 좋은 바닷가를 지나 제법 커다란 돌들이 울퉁불퉁한 길로 들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카메라를 놓칠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못할 것 같기에 배낭에 카메라를 집어넣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아래만 쳐다보고 걸었더니 어지럽기까지 하고 또다시 속이 미식미식 거린다. 그래도 공기가 좋아서인가 토하지는 않았다.

 

a 얼큰하고 칼칼한 매운탕, 전복회 등 ..

얼큰하고 칼칼한 매운탕, 전복회 등 .. ⓒ 정현순

▲ 얼큰하고 칼칼한 매운탕, 전복회 등 .. ⓒ 정현순

 

말로만 듣던 올레길을 맛이라도 보고나니 기운이 좀 나는듯했다. 8코스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얼큰한 매운탕에 전복회, 돔구이 등이 입맛을 당기게 했다. 반공기의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시 소화제를 먹고 잠시 쉬고있었다.

 

친구들도 조금은 피곤한지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작년하고 올하고 너무 다르다면서. 아닌 게 아니라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여행 온 첫날은 아무리 강행군을 했어도 저녁을 먹고 노래방에 가서 가무를 즐기는 것이 당연한 코스였다. 하지만 그날은 누구하나 노래방가자는 친구가 없었다. 해수탕에 갔다 와서 일찍 잠을 청했다. 그래도 잠자리에서 수다는 떨었다. 특별한 이야기도 아닌데 웃고 또 웃고 하다 잠이 들었다.

 

a 새로 옮긴 숙소앞에 있는 보리밭 ..

새로 옮긴 숙소앞에 있는 보리밭 .. ⓒ 정현순

▲ 새로 옮긴 숙소앞에 있는 보리밭 .. ⓒ 정현순

 

다음날도 여유 있게 출발할 수 있어서 마음이 느긋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11명이 함께 왔는데 2개의 방을 숙소로 정했다. 방을 여러개를 안잡은 이유는 그렇게 자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방이 작았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을 갔더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자리가 없어서 기다렸다 먹어야 했다. 그뿐아니라 먹다가 반찬도 부족해서 또 기다렸다가 밥을 겨우 먹을 수 있었다. 밥을 먹은건지 아닌건지 감각도 없을 정도였다. 하여 의논 끝에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처음에는 로비에서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총무가 조리있게 따지자 그쪽에서도 미안하다면서 환불을 해주었다. 그리곤 버스가 떠나려하자 멋쩍은 웃음을 웃으면서 음료수 두박스를  실어주었다. 알고보니 우리에게 큰방을 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단체손님이 한꺼번에 많이 밀려와서 우리방을 내준듯했다. 그러니 우린 불편하고 그쪽은 당연히 미안할 수밖에.

 

어쨌든 이번에 총무를 맡고 있는 친구와 렌트한 버스의 기사아저씨가  수고를 해준 덕택에 깨끗한 펜션으로 옮길 수 있었다. 새로 옮긴 펜션은 모두 마음에 들어 했다. 창문을 여니 바로 아래에는 누런 보리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는 풍경은 그림이었다. 공기도 아주 맛있었다.

 

a 향기가 온동네에 퍼진 만리향 ..

향기가 온동네에 퍼진 만리향 .. ⓒ 정현순

▲ 향기가 온동네에 퍼진 만리향 .. ⓒ 정현순
a 바다 ..

바다 .. ⓒ 정현순

▲ 바다 .. ⓒ 정현순

새로 옮긴 숙소에 짐을 풀고 주변산책을 했다. 만리향이 온동네에 내려 앉아있었다. 친구들도 피로가 풀린듯했다. 내친김에 바다까지 산책을 마친 후 우린 12일 일정을 시작했다.그날의 일정을 시작하려고 버스를 타자 한친구가 내게 묻는다. "자기 오늘은 괜찮니?" "그러게 기운만 없지 괜찮네"하니깐 "여행이 좋긴 좋은가보다 어제만 해도 죽상이더니" 한다.

 여행오기전만해도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걷는것조차 아주 힘겨웠는데 이렇게 잘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여행이 보약은 보약인가 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1일에 2박3일 제주도에 갔다 왔습니다

2009.05.20 10:08ⓒ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지난 11일에 2박3일 제주도에 갔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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