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문제 해결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

[등록금 1인 시위 -15] 서울 여성회 회장 류은숙

등록 2009.05.21 18:36수정 2009.05.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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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문제 해결이라는 우리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일까요? 제가 대통령이라면 이 문제를 꼭 해결할 텐데 말입니다. 국민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정책 아니겠습니까? 막말로 개인 주머니를 털어서 해결하라는 것도 아니고, 국가 예산을 잘 편성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라는 것인데,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늘(21일), 15일차 1인 시위의 주인공은 서울 여성회 류은숙 회장이다. 한 손에 피켓을 들고, 한 손에 우산을 들고, 그렇게 비를 피해가며 1인 시위에 임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류은숙 회장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먼저 1인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줄 만큼 적극적인 삶의 태도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그렇게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대통령만 결단 내리면 되는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류은숙 회장. 류은숙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등록금 문제 해결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인 시위 15일차 주자로 동참한 류은숙 회장과 등록금 문제가 여성들의 삶에 끼치는 영향과 등록금 문제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다.

 

a 비오는 날에도 1인 시위를 서울 여성회 류은숙 회장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비오는 날에도 1인 시위를 서울 여성회 류은숙 회장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조민경

▲ 비오는 날에도 1인 시위를 서울 여성회 류은숙 회장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조민경

 

- 먼저 1인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연락을 주셨는데요, 1인 시위에 참석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등록금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여성회 회원들과 얘기해보면,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는 회원들뿐만 아니라, 결혼을 안 한 회원들에게도 등록금 문제는 상당히 큰 문제이더군요. 30대 초반의 회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직도 학자금 대출금을 갚고 있었습니다. 졸업을 하고도 5-6년 동안 계속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습니다. 문제는 그 회원만 그런 것이 아니지요. 대다수가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습니다. 여성 대졸자의 경우, 많은 임금을 받는 취직이 정말 힘듭니다. 결국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그것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는 것이죠.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등록금은 더 큰 부담입니다. 한 결혼한 회원은 언론에서 등록금 기사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서울 여성회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에 대학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 제정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기로 하였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개개인의 성장에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지요. 결과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국가에 필요한 인력으로 성장하고, 그것을 통해 국가의 경쟁력 또한 만드는 것 아닙니까? 당연히 개개인의 문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인데, 그 책임은 개개인, 가정, 학부모에게 떠넘겨지고 있습니다. 정말 불합리한 일이지요.

 

서울 여성회는 국가와 사회가 교육의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사업과 함께, 앞서 말한 서울시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을 계획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이번 1시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과거에 대학 다닐 때, 대학 등록금의 부담은 어느 정도였나요?

"어머니가 속초 시장에서 장사했습니다. 야채, 닭고기 등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저는 그냥 시장에서 일하시면서 학비 마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더군요. 2년 전에 저는 어머니가 학비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들었습니다.

 

2-3시간 자면서 추석, 설 명절 1주일 때 꼬박 일을 해서 등록금을 마련했다고 이야기해주시더군요. 대목이라고 하죠? 그 기간 동안 미친 듯이 일을 하는 것이죠. 그렇게 등록금을 마련하고 나면 너무 기뻐서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매일 장사해서 돈을 버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 들으니 정말 가슴이 아프더군요. 이 때 돈을 못 벌면 자식 대학 못 보낸다고 생각하면서 일했을 것을 생각하니 정말 맘이 많이 아팠습니다. 얼마나 피가 마르고 입이 탔을까요. 그런데 그때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죠.

 

가끔씩 주변엔 그런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소 팔아서 대학 간다고 하죠? 그렇게 지방에서 온 친구들 경우, 생활비가 올라오는 날이면, 부모님께 미안해서 술먹고 울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소를 몇 개 팔아야 대학을 갈 수 있으니, 그 등록금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 과거에도 등록금은 가계에 부담되는 금액이었지만, 지금은 그 이상입니다. 그래서 올해 4월에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하해 달라'라며 삭발식을 했었는데요, 그러다가 대거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었습니다. 혹시 보셨나요? 보시면서는 어떠한 생각이 드셨나요?

"그걸 보는 대학생 부모는 어떠한 마음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가슴이 찢어졌겠죠. 그리고 너무나도 절박한 요구를 가지고 삭발하는 대학생들을 연행하는 것을 보면서는 현 정부가 '등록금 문제 해결의 의지가 정말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은 국민들의 삶을 먼저 생각하기는커녕, 자기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을 막으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삭발하는 대학생들을 야만적으로 연행하는 것을 보면서 한 나라의 국민 대표자로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이것이 다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느 나라가 대학생이 공부하겠다고 등록금을 낮춰라라고 하는데, 이렇게 연행할까요?

 

끝으로 대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등록금 문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요즘에는 대학 가서 취직 공부만 한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이 그러한 취업알선센터가 되고 있는 것이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죠."

 

- 그러면 이러한 등록금 문제가 여성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시작할 때에도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좀더 자세히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아이들 학원비 벌기 위해 마트의 비정규직으로 취직하는 여성들은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죠? 학비 때문에 불안전하고, 불건전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교육비, 대학 등록금 때문에 여성들의 삶의 질이 하락합니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고 하죠? 하지만 대학 다니려면 등록금만 듭니까? 등록금만 1000만원인 거죠. 갈수록 교육비 부담이 증가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을 리모델링하는 CEO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돈 벌기에 바쁩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여성들을 전쟁터에 내몰고 있습니다.

 

기혼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닙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비혼 여성들도 청춘의 한때를 빚을 탕감하는 데 보내고 있습니다. 너무 불행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벌써부터 제 아들에게 입학금만 대줄 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어느 부모가 이런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싶겠습니까? 안타깝습니다."

 

- 이러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등록금 문제는 누구나 겪는 문제입니다.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만 되어서도 고민이 되는 문제입니다. 사교육을 시켜서 대학을 보내면, 대학 가서는 등록금 문제로 고민해야 하죠. 이러한 상황일지언데,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쏙 사라졌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하더니, 그 격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진행하는 부자 감세 100조라고 하죠. 3조면 등록금 문제 해결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자감세 중 3%면 되는데, 그런 것을 늘릴 생각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 상황이니, 해법은 간단합니다.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하면 됩니다. 삽질 예산도 엄청난 돈을 쓰고 있죠? 그것을 등록금 문제 해결에 쓰면 됩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 성장이라는 이득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결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민사회단체, 주민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민주노총에서도 등록금넷에 결합해서 1인 시위에 참가한 것을 봤는데요, 이렇게 참여하는 것,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등록금 문제는 교육 단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민적 삶과 연결되어 있지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최악의 사건이지 않습니까?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3월에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문제가 되면 안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대학생 신용유의자, 자살 등이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모두가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 끝으로 여성회 회장님으로서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작년에 촛불 여성들을 보면서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그동안 여성들은 사회, 정치적 문제에 소외되고, 사회에 대한 관심도 적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여성들이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발랄한 시위 문화까지 만들었지요. 촛불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서울 여성회는 서울 여성 문화 축제를 7월 4일 여성과 정치라는 주제로 진행합니다. 등록금, 정치 등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힘의 결집을 표현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촛불 이후에도 이렇게 사회, 정치적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회 정치적 문제의 정면에서 더 많은 여성, 서울지역의 여성들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조민경 기자는 등록금넷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등록금넷의 더 많은 활동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cafe.daum.net/downstop 으로 오시면 됩니다. 

2009.05.21 18:3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조민경 기자는 등록금넷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등록금넷의 더 많은 활동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cafe.daum.net/downstop 으로 오시면 됩니다. 
#등록금 #등록금넷 #1인 시위 #반값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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