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왜 노무현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가?

등록 2009.05.25 16:08수정 2009.05.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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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 소식에 전국에 애도의 물결이 휩쓸고 있다.

 

아내 친구의 아버지는 노 대통령을 뒤따라 자살하겠다는 친구를 달래려고 소주 한 잔 하러 가신다고까지 한다. 노무현을 싫어했던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로 그의 인기가 바닥권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노사모들은 알까? 소위 노빠들은 알까? 사실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다. 그러니 나 역시도 모르겠다. 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르는지 알 수가 없다. 노무현과는 일면식도 없고, 솔직히 그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특별하게 그를 존경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자꾸 눈물이 흐르는 것일까?

 

내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쩌면 다른 국민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노무현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나의 감정에 대해서 이유를 생각해봤다.

 

첫째, 너무 '불쌍하다', '안쓰럽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대자들조차 느끼는 마음일 것이다. 우리 국민이라면 느껴지는 인지상정이리라. 물론 애도하시는 분들 중에는 '불쌍하다'는 말조차 불경스럽다고 생각할 분도 있으리라.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바란다.

 

둘째,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분의 비참한 심정에 공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한 그의 희생정신 때문이 아니었을까. 마치 내가 그 아비의 모습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 생각할수록 눈물이 흘러내렸다.

 

셋째, 인생의 무상함이다.

 

우리나라 국가 권력 최고의 수장인 대통령직까지 거치고도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인간 삶의 무상함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노무현의 인간됨 때문이다.

 

그의 완벽함 때문이 아니라 부족함 때문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에서 느껴지는 향기 때문이다. 일국의 대통령으로 있을 때도 그는 늘 우리와 같이 평범하다고 느껴졌다. 권위주의를 탈피한 그에게서 느껴지는 작은 존경이 아니었을까.

 

그가 남긴 유서에서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외쳤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아직은 너무 철이 없어서일까. 어떤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이 곧 나였고, 내가 바로 노무현이었다." 국민들이 이토록 애도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인간미 때문이 아니었을까.

 

바보 노무현은 한 번도 주류였던 적이 없었다. 주류가 된 적이 있어도 곧 그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하지만 그 스스로 비주류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모습처럼, 그는 지독하게도 어리석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바보 노무현'을 그리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과 미디어다음에도 게재되었습니다.

2009.05.25 16:0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개인 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과 미디어다음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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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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