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 않았지만 사랑하고 싶은 당신

볼품없고 미운 꽃들도 자자손손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기에....

등록 2009.05.25 16:41수정 2009.05.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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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좋아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생긴다. 그리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기도 한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이 잠을 자고 출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러 날 만에 다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만났다. 곤드레나물밥을 먹으면서 지난 한 주간의 생활담을 나누었다. 역시 여러 가지 생활담 중에 노무현전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어김없이 올라왔다.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우연히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드물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잘 모른다. 언론에 알려진 모든 일화들이 진실인지도 모르거니와 정작 한번도 모습을 대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임 직후 얼마 안되어 탄핵을 받게 되었을 때 그래도 한 번은 일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시민단체들의 운동에 동조를 했다. 그리고 그 후 대통령의 행보에 관해서 종종 직설적인 육두문자에 관한 보도를 접하면서 차츰 처음부터 좋아하게 된 계기도 없었지만, 그러한 직설적인 화법은 언어에 민감한 내게 별로 좋아하고 싶지 않은 느낌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곤드레 나물밥을 먹은 4사람은 모두 각각 생각들이 달랐다. 한 사람은 정치에 지극히 관심이 없는 순수예술인이라서 "나름대로 이유가 심각했겠지!"라고 말했다.

 

보은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분은 "땅을 날마다 열심히 파도 밥 먹고 아이들 공부시키기 힘든 것은 노무현 정부 때나 현 정부 때나 다름없고 더구나 요즘은 아침 상 차리는 것도 집사람이 힘들어 하는 상황이라 별로 그다지 피부에 닿지 않는다"고 말했따.

 

부모도 가족도 없이 혈혈단신 혼자 암투병중인 어떤 분은 "나 같은 사람이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투병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정치적인 존엄사이겠지만 우리 모두에 불행한 일이다"는 등 사람마다 다양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죽음의 색깔로 해서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지만 사실은 국민들 가슴의 바다로 뛰어내렸다고 생각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치 별로 이쁘지 않은 할미꽃일지라도 막상 몹쓸 세파나 바람에 꺾여 그 꽃송이가 하루의 일상에 깊숙이 날라 왔다면, 인지상정으로도 그 꽃송이는 자연히 가슴에 품게 된다. 그렇기에 정권말기에 지지율이 폭락하고 그것이 계기되어 현 정권이 탄생했지만, 소박한 농부로 귀향하여 종내 국민들의 가슴으로 뛰어들어 가슴마다 수천, 수만, 수십 만개의 꽃들로 다시 피어서 살아났다.

 

그 꽃송이보다 더 쳐다보고 싶지 않은 꽃들도 제 잘 난 듯 악착같이 이 땅에 뿌리내려 자자손손 잘 먹고 잘 사는 시절이라 아마 가슴들마다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져 다시 살아난 그 꽃들은 오래도록 피어있을 것이다.

 

노래를 듣지 못하는 입장이라 좋아할 기회가 없었던 여러 음악인들 중에서도 더러 그렇게 살았던 흔적들을 노래로 팬들의 마음에 던지고 홀홀히 사라진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정말로 오래 오래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아무리 세파에 힘겹고 목을 꺾고 심장을 파고드는 살얼음이 아프더라도, 꿋꿋이 한 겨울을 견디는 송백처럼 그렇게 견디어 내는 것이다. 이왕이면 꽃보다 송백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면서 그래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떨어진 꽃이기에 사랑하고 싶고 간절히 명복을 빌어드리고 싶은 그 분의 영혼이다.

2009.05.25 16:41 ⓒ 2009 OhmyNews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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