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제 존경하는 위인이 생겼어요"

존경하는 위인이 없었던 딸, 노무현을 존경하게 되다.

등록 2009.05.28 11:28수정 2009.05.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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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의 마음에 노무현 당신은 살아있습니다. ⓒ 진민용

두 딸의 마음에 노무현 당신은 살아있습니다. ⓒ 진민용
 

이순신, 안중근, 유관순 등 흔히 "존경하는 인물" 리스트에 꼭 포함되는 몇 분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조차도 잘 모를 것 같은 초, 중등학교의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존경하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 현대사에 들어오면서 그런 위인들은 찾기 어려워집니다. 할아버지들이 '박정희'를 좋아하면 그저 박정희를 존경하고, 이승만을 좋아하면 이승만이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고 배웠고, 김구 선생이나 아니면 조금 배운 아이들은 함석헌이나 김수환 추기경 등을 꼽습니다.

 

제 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학교1학년과 3학년의 두 딸이 평소 존경하는 인물을 물으면 장난처럼 '이순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진정성이 없다는 건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당선됐을 때 오바마에 대한 책을 사 줬습니다. 그 때 부터 큰 녀석은 오바마의 지지자가 됐고, 작은 녀석은 아직도 존경할 위인이 없다거나 잘 모르겠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런 두 딸들에게도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당시 저희 가족은 모두 이회창과 노무현의 피말리는 접전을 봤습니다. 당시 9살이던 딸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노무현이 당선되기를 기원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초반의 이회창이 앞서는 모습과, 곧이어 대 역전극이 일어나며 노무현이 당선되는 모습은 그야말로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기뻐했고, 아이들도 영문은 몰랐지만 함께 기뻐했습니다. 그 후로 노무현의 탄핵, 그리고 조중동과의 치열한 싸움까지.. 두 딸은 그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워낙 이 문제에 심각해 하니까 자기들도 뭔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랬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온 집안이 침통해졌습니다. 이제는 머리가 커진 아이들조차 노무현의 죽음은 그들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울기도 하고, 아쉬움에 탄식도 해 봅니다.

 

지난 광우병 촛불 때는 함께 집회도 참석했는데, 이제는 이명박 정부와 검찰의 파렴치한 행태를 실감을 하나 봅니다. 그러면서 말합니다. "아빠 그 동안 학교에서 존경하는 위인이 없다고 했는데, 이제부터는 노무현이라고 말할 거예요" 언니와 한살 반 차이가 나는 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와 진짜 노무현 대통령 대단하네. 나도 이제부터는 노무현 존경해야지"

 

참 다행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존경할 만한 인물이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바보 노무현'은 우리 아이들의 진정한 영웅이 됐습니다. 그의 소탈함이 아니라, 그의 '정신과 가치'를 가르쳐줄 수 있게 됐습니다.

 

아마도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다시한 번 노무현을 기리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인물을 넘어서서 민족의 지도자이고 우리 이웃이며, 가장 가까운 친구와 같은 지도자로 말입니다.

 

이제 아쉬움은 접어야 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입니다. 그러나 노무현을 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는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은 우리 딸들에게 '존경하는 위인'을 되찾아 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2009.05.28 11:28 ⓒ 2009 OhmyNews
#노무현 #바보노무현 #노무현추모 #노무현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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