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운동은 죽은 운동

[대담] 참여연대 김민영 처장-대중 속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

등록 2009.06.02 09:49수정 2009.06.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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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김민영사무처장 ⓒ 이창기


최근 어느 계급계층이건 또 어느 단체이건 대중 속으로 들어가 대중운동을 개척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중 속으로 들어갈 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머리를 긁적이거나 원론을 읊조릴 때가 적지 않다.

그래서 지난달 15일 대중운동에 대한 경험과 성과가 많은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43)을 만나보았다. 물론 참여연대가 표방하는 시민운동과 진보진영 운동은 차이가 있지만, 대중의 지지를 목표로 한다는 측면에서 참고할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진보진영도 이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하면서 저항과 투쟁뿐만 아니라 대안제시, 정책생산 능력이 절실해지고 있다. 그런 정책생산에 있어서 참여연대는 정치개혁입법 등 경험이 풍부하다.

김민영 사무처장은 오월 광주에서 중학교 재학 중에 광주민중항쟁을 경험했다. 이후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후 당시 많은 젊은이가 그랬듯이 학생운동에 뛰어들었고 학교를 나온 후에는 노동현장에 투신했다가 1년 반 정도 인천시민단체 활동을 거쳐 참여연대에서 들어와서 줄곧 15년 동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시민사업국, 시민감사국, 사무국 등 거의 모든 부서를 거쳐 2007년 2월 15일 사무처장직을 맡아 2008년 촛불시위 정국을 주도적으로 개척해오는 등 참여연대 발전을 위해 열정을 다해오고 있다.(참여사회 2007년 3월호 '박영선이 만남 사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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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사무처장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 ⓒ 이창기


- 현 대중운동 현황을 진단해본다면?
"과거에는 하나의 문제를 사회 이슈로 만들이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했다면 지금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부분,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주력하다보니 대중운동이 갈수록 앙상해지고 있다. 대중과 함께하는 운동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이다."

-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지?
"참여정부까지는 어느 정도 대중의 의사를 정부에서 반영해주었고 시민단체에서 정책대안을 국회에 내면 진보개혁적 요구라도 바로 내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대중의 의사가 묵살되고 시민단체들의 활동공간도 위축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 자발적 시민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지난해 광우병 위험소 수입반대 촛불시위가 그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자발적 대중과 함께하려는 활동가의 자세가 필요하다.

대중의 대변인이 아니라 대중 속으로 들어가 대중에게 전문성을 제공할 것인지, 방법론을 줄 것인지, 정치적 기획을 잘 짜 주어야 하는지, 대중 진출 마당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한지 따져보고 제 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대중 자신의 문제임을 절실히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광우병 관련 촛불시위도 사실은 참여연대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그 문제가 바로 '나와 내 가족의 건강' 문제라고 대중들이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을 정부에서 해결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대중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참여연대는 자유발언대를 만들어주는 등 대중 스스로의 의지를 표출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 앞으로도 현 정부의 일방독주는 계속될 것 같다. 대중 진출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한 마디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하지만 제2의 촛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그것보다는 선거를 통해서 심판하려할 것이다. 10월 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가 그래서 중요하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국회와 대통령까지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부자중심, 반 환경, 반 민생정책 등 일방독주가 바뀔 가능성이 높지 않다. 대중들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심판하려 할 것이다."

- 대중의 자발적 진출 위해 참여연대에서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현재는 시민교육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광우병의 위험을 인지했기에 지난해 촛불시위가 그렇게 뜨겁게 타오를 수 있었다고 본다. 과거 시민교양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2000년 초반 백화점 등에서 우후죽순 교양강좌가 개설되고 또 온라인이 발전하면서 결국 접게 되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참여연대에서는 아래가 허전하다는 평가가 많아 올해부터 학기제 형태로 7-8개 시민교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경제위기 국면이라 그런지 경제과목 등 인문학프로그램 등이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한 프로그램에 80여 명 정도 모인다. 사람들이 지적인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참여연대만이 아니라 참여연대와 함께 하고 있는 네트워크 단체들도 새롭게 교양강좌를 개설하고 있는데 다들 많이 모인다고 한다. 공부가 중요하다. 토대 즉 아래를 튼튼히 다져야 한다. 사회 구조적 문제, 인간 문제, 자연 문제 등을 주제로 한 시민교육에 투자를 더욱 늘려갈 생각이다.
이외에도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에서 경향신문과 공동으로 퀵서비스 종사자 등 특수직 근로자문제, 대형할인마트에 무너지고 있는 중소상인들의 어려움, 카드수수로 문제, 서민 생활안정 문제 등에 대한 기획조사를 통해 집중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립 서비스는 선거철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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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양강좌 내용 참여연대에서 최근 집중투자하고 있는 시민강좌프로그램 ⓒ 이창기


- 북핵문제, 통일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참여연대의 관심이 좀 부족한 것 같다. 이 부분이 최근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고 대중의 관심도 높은 분야인데?
"한반도문제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사실 활동이 적극적이지는 못한다. 참여연대의 주력분야는 권력감시, 복지, 노동, 인권 등이다."

- 그래도 '통일희망모임' 등 소모임도 만드는 등 노력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거의 활동이 중단되었다. 평화군축센터에서 평화군축에 관한 국제 활동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앞으로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겠지만 워낙 주력방향이 달라서....."

- 15년간 참여연대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을 때는?
"글쎄, 정치개혁법이나 부패방지법 등 아무래도 개혁적인 제도를 입법시켰을 때가 가장 보람이 있었다. "

- 사회운동을 개척해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수 시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은 운동이 중요하다. 시간이 흐르면 조건이 달라지고 시대상황도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운동이라는 말 자체가 변화를 내포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현재 양상들을 보면 잘 변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노동자들의 투쟁은 나름의 방식이 있겠지만 최근에도 모 노동자 집회에서 탄압의 구실이 되었던 시위방법 등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대에 따라 새로운 원칙,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운동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일이다. 관성화 되면 열정이 식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점은 전문가적 운동가가 되라는 것이다. 사회운동 발전을 위해 전문가들은 운동가적 전문가를 지향해야겠지만 일반활동가들은 전문가적 운동가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법제화 문서화하는 문제는 전문가들이 잘 하지만 그것을 대중적 감각으로 잘 풀어내어 이슈화시켜내고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활동가들이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활동가들도 대중적 감각과 함께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문가적 식견도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한다."

맺으며

김민영 사무처장은 '참여연대'는 큰 단체의 사무처장임에도 외모에서부터 눈빛과 표정 모든 것이 소탈하기만 했다. 너무 겸손해서 그런지 말도 요점만 간단히 정리해줄 뿐 말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을 잘 음미해보면 그 속에 또 많은 말이 담겨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아직도 식지 않고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뜨거운 추모열기만 봐도 그리고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집권여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놓고 봐도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의 분노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하나 같이 언젠가는 뭔가 일이 터질 것만 같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으며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여럿 당선되는 등 진보개혁진영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젊은 층 유권자들의 의외로 높은 투표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럴 때일수록 대중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신중한 접근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특히 민중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시기에는 자칫 과격해지기 쉽기 때문에 더욱 이 부분에 신경을 써야할 때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자주민보에도 올린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자주민보에도 올린 기사입니다.
#참여연대 #대중운동 #촛불시위 #보궐선거 #지방자치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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