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17) 금전적

― '금전적으로 효용이 있는가', '금전적인 것', '금전적으로는 손해' 다듬기

등록 2009.06.05 18:45수정 2009.06.0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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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금전적으로 보아 효용이 있는가

 

.. 대학의 학위가 금전적으로 보아 얼마만큼의 효용이 있는가를 보려면, 주립대학 졸업생의 소득을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  《P.우드링/홍웅성 옮김-미국의 고등교육》(탐구당,1972) 104쪽

 

 '효용(效用)'은 '쓸모'나 '쓰임새'로 고칠 말입니다. '얼마만큼의'는 토씨 '-의'만 덜어 '얼마만큼'으로 쓰거나 '얼마나'로 다듬습니다. "졸업생의 소득(所得)을"은 "졸업생이 얼마나 버는지"로 풀 수 있고, '보다'는 '더욱'이나 '더'로 고쳐 주며, '적절(適切)'은 '알맞다'나 '좋다'로 다듬어 봅니다. "대학의 학위"는 "대학 학위"로 손질합니다.

 

 ┌ 금전적으로 보아

 │

 │→ 돈으로 따져서

 │→ 돈벌이로 보아

 │→ 돈벌이에서

 │→ 돈이 되는가

 └ …

 

 보기글은 글월을 통째로 다듬어서, "대학 학위가 얼마나 돈벌이에 좋은가를 보려면"이나, "대학 학위가 있으면 돈벌이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를 보려면"으로 풀어냅니다. 글흐름을 보면, '금전적으로 + 효용이 있는가'인데, 이 말은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말해요.

 

 말 그대로 '돈'입니다. '돈'을 한자말로 옮기면 '금전(金錢)'입니다. 돈이니 '돈'이라 할 뿐입니다. 돈이라서 '돈'을 말한다고 하여, '돈이 되느냐'라고 말한다고 하여, 품위가 낮아지거나 어딘가 나쁘게 될까 궁금합니다. 알맹이보다 껍데기를 더 크게 여기고 높이 사는 우리 사회 흐름이, 이런 자잘한 몇 마디 말에도 고스란히 묻어나지는 않느냐 싶습니다.

 

 

ㄴ. 금전적인 것

 

..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바로 금전적인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흉물스런 겉모양을 다른 것으로 감싸기에는 그 가격이 10센트가 훨씬 넘을 것이고 ..  《인간과 디자인의 교감 빅터 파파넥》(디자인하우스,2000) 65쪽

 

 '흉물(凶物)스러운'은 '볼꼴사나운'이나 '보기 나쁜'이나 '못생긴'으로 다듬습니다. '가격(價格)'은 '값'으로 고치고, "넘을 것이고"는 "넘을 테고"나 "넘고"로 다듬어 줍니다.

 

 ┌ 금전적인 것이었습니다

 │

 │→ 돈이었습니다

 │→ 값이었습니다

 │→ 물건값이었습니다

 │→ 돈을 치를 수 있느냐였습니다

 │→ 돈 때문입니다

 └ …

 

 돈 때문에 말썽이 생겼으니 "돈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누가 저지른 잘못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 잘못 때문"이라 할 테지요. 그러나 요즘 세상에서는 '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금전-금전적'이나 '경제-경제적'이라는 말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돈을 얼마 벌었어?"나 "얼마 벌었어?" 하고 묻지 않고, "금전 수입(收入)이 얼마나 돼?"나 "금전적인 수입이 얼마나 돼?"나 "수입이 얼마나 돼?" 하고 묻는 요즈음입니다. "경제적(經濟的) 가치(價値)가 얼마이다" 하는 말은 있지만, "돈으로 치면 얼마이다" 하는 말은 쓰이지 않고, 우리 스스로 안 쓰려고 합니다. "돈이랑 놀자"라 말하면 철없다고 여길 터이나, "경제랑 놀자"라 말하면 '좋은' 일이라도 되는 듯 여깁니다.

 

 

ㄷ. 금전적으로는 손해가 많았지만

 

..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후회는 안 해요. 금전적으로는 손해가 많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요 ..  《권성현,김순천,진재연 엮음-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후마니타스,2008) 112쪽

 

 "하고 싶은 걸"은 "하고 싶은 일을"로 다듬고, "후회(後悔)는 안 해요"는 "아쉬워 안 해요"나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해요"로 다듬습니다.

 

 ┌ 금전적으로는

 │

 │→ 돈을 못 벌어

 │→ 돈을 못 만져

 │→ 돈이 안 들어와

 │→ 돈하고 멀어져

 └ …

 

 우리 말로는 '돈'이지만, 우리 말 '돈'이 제자리에 알맞게 쓰이는 일이 몹시 드뭅니다. 아무래도 있는 그대로 '돈'이라 말하면 껄끄럽고, '금전'이니 '비용'이니 '경제'니 하면서 한자말로 돌려 말해야 어울린다고 느끼기 때문일까요.

 

 이 자리에서는, 군소리 없이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으면 그리 많지는 않아도 다달이 일삯이 들어와 어느 만큼 먹고살 수 있었다고는 하나, 사람다운 삶을 꾸릴 수 없도록 억누르는 회사 흐름을 그대로 지켜보기만 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느껴 파업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돈을 벌 수 없어 살림을 꾸리는 데에 힘든 일이 많다'고 합니다.

 

 ┌ 살림이 버거워

 ├ 살림이 쪼들려

 ├ 살림이 힘들어

 ├ 살림이 안 되어

 └ …

 

 돈을 벌 수 없었다고 하니 말 그대로 "돈을 못 벌어서"라 말하면 됩니다. 돈을 못 번다고 한다면, "돈을 못 만지"거나 "돈 구경을 못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는 "일삯을 못 받아"나 "일삯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세상은 돈으로 굴러가는 만큼 돈이 없다면 참으로 고달플 텐데, 그래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아쉬움이란 없고, 즐거움이 가득하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돈을 어느 만큼 벌면서 살림을 그럭저럭 꾸리는 일이란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 이 땅에 태어난 보람이나 뜻을 하나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돈만 무턱대고 벌어야 한다면 재미있는 일이란 하나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 삶이 재미만으로 꾸릴 수 없다지만, 재미도 느끼고 보람도 느끼며 기쁨도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돈벌이를 하는 데에서도 힘겨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힘껏 나설 수 있지 않느냐 싶습니다. 돈만 벌어야 하는 돈벌이가 아니라, 돈도 벌면서 살림을 알콩달콩 꾸리는 돈벌이가 되어야, 우리 모두 오순도순 어깨동무하면서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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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5 18:45ⓒ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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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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