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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돈이 뭐기에?"
유산 상속을 둘러싼 집안 간 싸움을 접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색 집안 다툼(?)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죽고, 홀로된 어머니가 두 남매를 키우고 있었다. 최근 어머니마저 암이 발견돼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 어머니가 아이들을 어디에 맡길까 고민이다."
자식을 두고 저세상으로 떠나야 하는 부모의 애절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 것들을 두고 죽음을 맞아야 하는 부모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그런데 외삼촌과 시동생이 서로 나서서 아이들을 키우겠다고 우기는 상황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집안싸움(?)이 어디에 또 있겠냐? 지인이 아이들을 데려오겠다고 담판 지으러 갔는데 어찌 됐나 모르겠다."
유산이 있는 것도 아닌 마당에 벌어지는 슬프고도 애틋한 사연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불행 중 다행이라 하던가요? 가만있을 수 없었습니다. 아들 삼형제 중 막내였던 시동생, 송인수(가명, 44) 씨에게 자초지종을 확인했습니다.
부모 없이 남겨질 아이들을 서로 키우겠다는 사람들
"둘째 형이 2004년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형수가 홀로 아들(초등학교 6)과 딸(초 1)을 키웠다. 그러다 형수마저 지난 4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형수도 형수지만 아이들이 받은 충격은 또 어떻겠는가?"
정말이지 너무나 기구한 운명이었습니다. 암과 사투를 벌이면서 남겨질 아이들이 눈에 밟혀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있다 합니다.
"엊그제가 둘째 형 제사라 형수 집에 갔다. 내가 아이들 둘을 키우겠다고 했더니 외삼촌이 안된대. 형수도 '외삼촌이 키우게 도련님이 양보하세요' 그러는데,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부모 없는 아이라는 소린 듣지 않게 키워야 하지 않겠냐, 송씨가 키워야지…' 했다. 누가 키울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형수는 시동생에게 미안해 외삼촌이 키우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가슴 아픈 배려입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한 명씩 나눠 키울 수도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내가 키워야 하는데…"
"아이들 외삼촌은 아이들이 다 커 무리가 없다. 주위에선 얼마 동안은 외삼촌이 키우게 하고, 기다렸다가 뒤에 키우라는 말도 한다. 그러나 내년에 중학교에 들어가는 큰 조카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다. 나도 봉급쟁이지만 아이가 하나뿐이어서 조카들 키우기에 지장이 없다. 내가 키워야 하는데 (외삼촌 때문에) 골치 아프다."
진심이 전해지더군요. 서로 키우지 않겠다고 발 빼는 세상에, 이런 싸움이야 얼마든지 있어도 좋은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누가 키우든 서로 도우면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덩그러니 남겨질 아이들 의견도 중요할 것입니다.
"조카들이 아직 어려 어디에서 살 건지 물어볼 수가 없다. 큰 조카는 눈치가 있긴 하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철없는 아이에게 대놓고 물어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송인수 씨 지인들도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게 문제지 키우는 돈은 문제가 아니다"며 "그가 조카들을 데려오면 옆에서 돕겠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세상사는 맛, 이런 거겠죠?
그런데 누가 아이들을 키워야 하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9.06.12 08:46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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