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파는 주흥개'에 '엽전'이 있다?

〔김강임의 제주 포구기행 3〕포구의 재발견 주흥동 포구

등록 2009.06.12 14:39수정 2009.06.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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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주흥동포구 주흥동 포구에 떠 있는 작은 어선은 섬 사람들에게 꿈을 파는 배

주흥동포구 주흥동 포구에 떠 있는 작은 어선은 섬 사람들에게 꿈을 파는 배 ⓒ 김강임

▲ 주흥동포구 주흥동 포구에 떠 있는 작은 어선은 섬 사람들에게 꿈을 파는 배 ⓒ 김강임

 제주도가 엄연히 특별자치도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람들은 제주도를 조그만 섬으로 인식한다. 그것은 육지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아직도 '꿈꾸는 섬'으로 인식되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a 주흥동 포구 섬속의 섬 포구 치고는 꽤 넓은 포구

주흥동 포구 섬속의 섬 포구 치고는 꽤 넓은 포구 ⓒ 김강임

▲ 주흥동 포구 섬속의 섬 포구 치고는 꽤 넓은 포구 ⓒ 김강임

 섬 속의 섬 원조는 포구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기행 하는 곳이 제주의 동쪽에 자리 잡은 섬  우도이다. 우도야 말로 진짜 '꿈꾸는 섬'이 아닌가 싶다.  꿈꾸는 섬 우도, 그 섬에 가면 누구나 부자가 되어 돌아온다. 그것이 바로 너른 바다밭이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환해의 현무암 섬, 암초가 많아 어류가 서식하기 좋은 섬, 삼치와 고등어, 전갱이와 오징어 를 싱싱하게 먹을 수 있는 섬, 가난뱅이를 부자로 만드는 섬, 어쩌면 그 섬의 시작은  포구에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에야 천진항이 화려한 부두로 변신했지만 한때 우도는 외로운 섬이었다. 따라서 포구는 그리움의 시작이며 희망이었다. 그래서일까, 해안도로를 돌다보면 띄엄띄엄 나타나는 포구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다.

 

a 주흥동포구 바다밭으로 가는 길목인 포구는 어부들의 흔적이 있다.

주흥동포구 바다밭으로 가는 길목인 포구는 어부들의 흔적이 있다. ⓒ 김강임

▲ 주흥동포구 바다밭으로 가는 길목인 포구는 어부들의 흔적이 있다. ⓒ 김강임

 

a 주흥동 포구 해안도로 변에 있다 보니 포구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주흥동 포구 해안도로 변에 있다 보니 포구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 김강임

▲ 주흥동 포구 해안도로 변에 있다 보니 포구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 김강임

 주흥동 포구 열린 사랑방

 

  지난 5월 마지막 주말, 우도면 주흥동 포구에서 정착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포구의 선착장에 주저앉아 있는 동안 가슴이 촉촉해지는 순간이었다. 주흥동 포구는 섬 속의 섬에 있는 포구라 하여 아주 작고 한적한 포구라 생각하였는데, 긴 방파제와 꽤나 넓은 선착장을 가지고 있었다.

 

 주흥동 오봉리 마을 남쪽에 위치한 주흥동 포구는 나그네들의 열린 사랑방이라고나 할까.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잡시 쉬어가는 쉼터였다. 때문에 바다 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단 몇 분만이라도 포구의 비린내를 마시고, 삶의 비린내를 토해낼 수 있었다. 

 

 5월 하오의 햇빛이 오봉리 주흥개에 내려앉았다. 여느 포구가 그렇듯 주흥개 포구에도 서너 척의 작은 어선둘이 여백을 채웠다. 심심할 정도로 한적한 포구의 한낮은 그저 섬을 방문한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뿐. 간간히 나그네들이 길을 던지는 웃음소리는 포구의 한적함을 달래주었다.

 

a 주흥동 포구 긴 방파제는 나그네들의 사랑방

주흥동 포구 긴 방파제는 나그네들의 사랑방 ⓒ 김강임

▲ 주흥동 포구 긴 방파제는 나그네들의 사랑방 ⓒ 김강임

 고루 번영하는 섬사람들의 별장

 

 80m 정도 되는 방파제와 100m 정도 되는 2개의 방파제 사이에 바닷물이 들어와 작은 개(포구)를 이뤘다. 물론 방파제가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아쉽긴 했다. 하지만 방파제를 걷다보니 방파제 끝에 전설처럼 떠 있는 성산일출봉이 매달려 있었다.

 

 일출봉에서 보는 우도는 늘 '꿈꾸는 섬'이었다. 반면 주흥동 포구에서 보는 일출봉은 '그리운 섬'이라고나 할까. 그리운 것은 잡힐 듯 말듯 멀리 있는 것이 아닐까?

 

 해무에 가려진 지미봉이 형체만 보일뿐, 제주의 오름은 또 하나의 섬 같았다. 왜 그리도 섬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까.

 

 주흥동은 우도면 4개리와 12개동 중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의 유래는 고루 번영하라는 두루주(周)와 일어날 흥(興)자를 써서 주흥동이라 했다 한다. 그래서 주흥동 포구 사람들은 그리 잘사는 사람도 못사는 사람도 없는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살아가는 섬마을이다.

 

a 방파제 방파제 끝에는 일출봉과 오름이 또 하나의 섬인양 떠 있다.

방파제 방파제 끝에는 일출봉과 오름이 또 하나의 섬인양 떠 있다. ⓒ 김강임

▲ 방파제 방파제 끝에는 일출봉과 오름이 또 하나의 섬인양 떠 있다. ⓒ 김강임

꿈을 파는 여정의 길목

 

 돌과 검은 흙이 범벅이 된 척박한 땅에서 땅콩과 마늘을 건져내고 땀을 식히는 곳이 바로 포구인 것을. 강남과 강북을 갈라놓고 땅값을 부추기는 요즘 세태에 비교하면 주흥동 포구는 섬사람들의 별장이라고나 할까. 고층 빌딩을 가지고 쾌재를 부리는 도심사람들에게 비하면 주흥동 사람들은 마음을 비울 줄 아는 선비라고나 할까. 집 한 채 가지지 못한 서민들의 생활을 감안한다면 주흥동 포구 사람들은 부자라고나 할까.

 

 특히 주흥동 포구에 대한 유래는 흥미롭다. 주흥동은 예전의 연평리 11개동 중에서 가장 부유평범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옛날 근해를 항해하던 상선이 주흥동 포구 옆 전흘동 포구에 태풍으로 난파하였다 한다. 따라서 주흥동 포구는 배에 실려 있던 엽전(동전), 즉 '돈을 많이 주은 마을'이라 하여 주흥개(포구)라 했다 한다.

 

a 주흥동 방사텁 섬 사람들의 액을 막아 준다는 방사탑

주흥동 방사텁 섬 사람들의 액을 막아 준다는 방사탑 ⓒ 김강임

▲ 주흥동 방사텁 섬 사람들의 액을 막아 준다는 방사탑 ⓒ 김강임

 

a 방사탑 방사탑

방사탑 방사탑 ⓒ 김강임

▲ 방사탑 방사탑 ⓒ 김강임

하지만 주흥동 포구은 고만고만한 어선들이 상념에 젖어 있을 뿐 엽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섬사람들의 수호신인 2개의 방사탑이 가장 높은 주흥동 포구, 주흥동 포구는 '엽전'은 없지만 꿈을 파는 여정의 길목이었다. 

#주흥동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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