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범국민대회' 기사로 본 신문사들 성향

조선일보 동아일보 vs. 한겨레 경향신문

등록 2009.06.15 21:19수정 2009.06.1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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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009년 6월 10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선 일촉즉발의 상황들이 더러 발생했다.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서 실시간으로 전한 현장취재뉴스에 따르면 결집된 시민들과 경찰들 사이에 충돌이 이어지자 밤 11시경 한 전투경찰이 초록색 색소총을 발사했고, 이에 흥분한 시민들도 한 경찰을 5분간 집단구타하는 등 자정이 넘어서까지 쌍방의 대치가 이어졌다고 하니, 이는 마치 22년 전 민주화운동의 한 일면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총 10만여 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던 <6.10 6월항쟁 계승·민주회복 범국민대회>(이하 '범국민대회')에 부여하는 중요성과 의미, 그리고 그에 따른 기사화의 양상에는 신문사별 그 차이가 극심했다. 6월 10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6.10 범국민대회>의 준비 모습을 1면 첫 뉴스로 실어 그 중요성을 부각시켰으나 조선일보(朝鮮日報)는 '국회의사당을 떠난 민주당'에 초점을 맞추어 1면 아랫부분에 기사를 실었고, 동아일보(東亞日報)는 아예 1면에 관련 기사를 싣지 않고 대신 귀퉁이에 <폭력시위물품 금지가 집회자유 제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음으로써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나의 중요 사건을 두고 극명하게 갈리는 이러한 기사화의 차이는 다음날인 6월 11일자 신문에선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본 글에서는 6월 10일자와 6월 11일자 조선일보(朝鮮日報), 동아일보(東亞日報), 한겨레, 경향신문을 통해 현 한국사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잇따른 시국선언들로부터 이어져 정치적 국면의 가장 큰 쟁점이자 불꽃의 시발점으로 작용 가능한 <6.10 범국민대회>가 각기 어떤 양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 보기로 하겠다.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우리는 보수와 진보 성향의 신문들이 가지는 뚜렷한 성향 차이부터 시작해 그러한 조직적 색깔이 객관적인 사실을 다뤄야 하는 기사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각 신문 하나만을 통한 일방적 사실(fact)의 수용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곱씹어 볼 수 있을 것이다.

 

2. 기사화 집중 분석 ① : 6월 10일자 한겨레/경향신문

 

   우선 6월 10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살펴보자. 6월 10일 수요일자 한겨레 7판의 1면에는 [민주당 의원들 밤샘 '광장 지키기']라는 제목과 함께 사진이 기재되어 있다. 이 기사는 민주당을 포함한 총 5개 야당과 500여개 시민.사회.노동단체, 그리고 4대 종단 등이 6.10 민주화운동 22돌을 맞아 저녁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정부의 불허 방침에 맞서 문화제 형식의 '6월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는, 사실의 전달에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체적 사실 전달과 함께 한겨레는 이 문화제를 정부, 경찰, 검찰 측이 '불법집회'로 간주하여 강행 시 강제해산 시키겠다고 한 입장에 대한 반론적인 면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측의 인터뷰를 빌어 부각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경향신문 또한 [잇단 시국행사 '6.10 긴장']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1면 첫 뉴스로 서울광장에서의 범국민대회에서 있을 충돌을 우려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가 이어지는 종합 5면에는 ["여기서 자겠다"…민주당 1박2일 서울광장 지키기]라는 제목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개별 주장 인용문들을 바탕 삼아 현재 '반MB(이명박) 연대' 강화도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사진과 함께 보다 구체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 기사의 왼편에는 [극단 대립 한국 사회 전쟁터로 변한 '공간']이라는 제목으로 뉴스분석이 실려 있는데, 이 분석 또한 마찬가지로 "서울광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 되고 있다."는 말로 시작함으로써 기사를 계획할 때부터 영향을 주었음이 틀림없는 진보 조직 내 기자의 성향이 짙게 묻어 나오고 있다.

 

3. 기사화 집중 분석 ② : 6월 10일자 조선일보(朝鮮日報)/동아일보(東亞日報)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측은 이 사건에 부여하는 중요성과 사실을 다루는 양상이 앞의 두 신문사와는 극히 다르다. 개중 그래도 이 사건을 '기사화' 하고 있는 조선일보를 우선 살펴보도록 하자. 조선일보 6월 10일 수요일 54판 1면에는 첫 기사인 ['對北 금수품' 실은 선박 公海서 검색 가능] 아래 서울광장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농성 모습이 담긴 사진이 비교적 크게 실려 있고 그 밑으로 [의사당 떠나 廣場에 자리잡은 민주당] 이라는 제목으로 '서울광장 사용 허가 못받자 장소 선점 위해 기습 농성/ "민주주의는 피를 먹는다"'라는 리드(lead)가 제시되고 있다.

 

같은 사실(fact)이기는 하지만 한겨레와는 사건을 기사화 하면서 못박은 초점 자체가 다르다. 이들은 기사의 첫머리부터 '민주당이 10일 야당과 좌파.시민단체가 주최하는 '6.10 범국민대회' 장소 사전 확보차원에서 9일 서울광장 선점(先占)에 나섰다.'라는 부정적 시각의 자극적 문장을 이용하고, 이 모임이 '불법집회'라고 처음부터 명시함으로써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 기사는 A3면에 이어지고 있는데, A3면은 전체가 이와 관련된 기사로 도배되어 3개의 헤드라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통일적으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첫번째 헤드라인 [삼보일배.시국선언.추모제…광장은 하루종일 옥신간신]의 아래에는 '경찰이 광장 둘러싸자 욕설하며 격렬한 몸싸움'이라는 리드(lead)를 앞세워 '입에서 욕설을 내뱉는 그들'을 지칭, '평범한 시민 같아 보이지는 않았고, 무슨 단체 소속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고 꼬집는 의미심장한 문장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李정부 집회.시위 금지 건수, '盧정부 시절'의 절반]이라는 헤드라인 아래에는 '야당.좌파 시민단체들 盧정권때는 문제 안삼더니 이젠 "공안탄압" 몰아붙여'라는 리드(lead)를 통해 노무현 정권이 불법 폭력시위가 예상될 경우 예외 없이 집회를 불허했었음을 거듭 강조하면서 지난 2003년 11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제시한 시위문화 4대원칙까지 명료하게 명시되어 있다. 취재원인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의 말을 빌어 "좌파단체들은 전 정권에서 문제 삼지 않던 것을 현 정부 들어 모두 '공안탄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적어도 공정한 잣대를 가지고 상대를 비판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는 기사의 말미는 누가 봐도 그 입장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실제 1면의 기사와 이어지는 [의사당 떠나 廣場으로 몰려간 제1야당/ '광장으로 이슈 이동' 속으로 웃는 민주당]이라는 헤드라인 아래에는, 민주당이 이러한 모임을 "집회가 아니라 문화제"라는 말장난을 이용해 집회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말장난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부터 법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어기는 행동에 앞장서고 있다."라며 민주당의 행보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아예 이와 관련된 집중 기사를 싣지 않고, 대신 큰 사진으로 '흑백 갈등과 빈부 격차 해소'의 의미를 담아 디자인 된 남아공월드컵을 위한 사커시티 스타디움의 모습을 1면 유일의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사진 아래의 [서울대 신입생 38.6% 입학사정관제 선발]이라는 기사 밑부분을 이용 [폭력시위물품 금지가 집회자유 제한?]이라는 헤드라인을 걸고 있다. 이 기사는 인권위가 삭제 신고한 집시법 개정안 규정을 소개하며 인권위의 입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박에 힘을 실어 그들의 논지를 비판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A5면에는 사진 없이 작게 ["범국민대회는 정치집회.. 불법땐 '처벌'"/ 민주당 "집회 예정대로 강행" 서울광장 선점농성]이라는 헤드라인으로 <6.10 범국민대회> 관련 기사가 실려 있는데, 글의 대부분이 경찰 측의 입장과 광장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 등의 인터뷰를 따온 것으로써 일정 부분 한쪽 측면에서의 편파적인 사건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4. 기사화 집중 분석 ③ : 6월 11일자 한겨레/경향신문

 

   앞서 6월 10일자 신문들이 범국민대회의 준비과정에 국한된 기사들을 다뤘다면, 6월 11일자 신문들은 실제 큰 파장을 몰고 온 <6.10 범국민대회> '이후'에 발행되었기에 이를 다루는데 있어서 더욱 뚜렷한 양상의 차이를 보여준다. 우선 한겨레는 2009년 6월 11일 목요일자 7판 1면의 처음부터 굵고 큰 헤드라인으로 [광장의 외침 "이 대통령, 일방통행 멈춰라"]를 싣고, 아래로 '"민주주의 회복" 촛불 밝힌 서울광장'이라는 설명이 달린 간밤의 촛불집회사진을 크게 담음으로써 경건하고 자율적이며 또한 평화적인 취지에서 이루어졌던 집회의 분위기를 강조했다.

 

홍석재, 이경미 기자는 이 기사에서 <6.10 범국민대회>에서 이루어졌던 시국선언과 시민 대표자들의 결의문 등을 소개하고, 행사가 밤 10시 20분께 노래패의 선창으로 '광야에서'를 함께 부른 뒤 평화롭게 마무리 되었다고 기술했다. 일부 시민들은 태평로 쪽으로 추가로 진출해 경찰과 대치했으나, 밤 11시 5분께 시작된 경찰의 전격적인 해산작전에 10여분 만에 도로와 광장에서 완전히 밀려났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3, 4면에 이어져 [촛불 든 10만여명 "국민뜻 모아 민주주의 후퇴 막자"]라는 선동적인 문구를 내세워 서울을 포함해 부산, 광주 등지에서 있었던 지난밤의 범국민대회 사진들을 큼지막하게 싣고 있다. 기사는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이명박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다고 전하며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과 목소리를 인용해 구체적인 분위기 전달을 함과 동시에 경찰이 강제해산 뒤 24명을 연행했음 또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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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자 한겨레 1면 사진   ⓒ 김경은

▲ 6월 11일자 한겨레 1면 사진   ⓒ 김경은

 

   경향신문의 경우 이 사건에 할당한 지면의 수가 어마어마하다. 일단 1면에 한겨레의 2배 정도 되는 크기로 [22년만에 터진 "민주주의" 요구]라는 헤드라인이 걸렸다. 1면 오른편은 길게 걸린 '촛불의 물결' 사진으로 엄숙함을 풍긴다. 기사는 범국민대회의 4개항 요구를 소개하며 시민들이 "6월항쟁 계승하여 민주주의 회복하자"는 구호를 외쳤다고 전하면서, 범국민대회가 끝난 밤 11시 8분쯤 경찰들이 강제 해산을 시작해 서울광장과 한국프레스센터앞 도로에 있던 시민들을 밀어내 20여분만에 서울광장까지 장악했으며 그 과정에서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했음을 고발했다.

 

이와 관련된 기사는 3.4.5.6.7.8면에 <6.10 22주년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라는 포괄적 주제를 걸고 전면 배치되어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3면에는 [5만여명 국민대회 뒤 경찰 강제해산.연행]이라는 헤드라인으로 <6.10 범국민대회>의 구체적인 시간대별 상황을 소개하고 있고, 4면에서는 [시민들은 왜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나]라는 타이틀로 고등학생부터 67세 주부에 이르는 시민 6명의 사진과 함께 그들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인터뷰 한 기사가 자리잡고 있다.

 

5면에는 [각계 각층. 전국. 해외서 시국선언 절정에]라는 헤드라인으로 6월 10일까지의 시국선언 현황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표가 기재되어 있고, 6면은 [민주당 "국민이 쟁취한 민주주의 압살 위기"]라는 헤드라인으로 강제 경찰 강제연행의 사진을 통해 몸싸움의 현장을 고발하고 있으며, 7면에는 광고주 불매운동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고려대 박경신 교수의 글과 왜곡된 언론에 대한 기사가, 8면에는 [부산.대구.광주.대전… "서민 생존권 되찾자"]라는 헤드라인으로 부산, 전주, 광주 등 전국에서 이루어진 촛불문화제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5. 기사화 집중 분석 ④ : 6월 11일자 조선일보/동아일보

 

   그렇다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기사들은 어떠할까. 우선 2009년 6월 11일 목요일자 동아일보의 1면 첫번째 기사는 <6.10 범국민대회>와 관련된 것이 아니다. 뜬금없지만 [나로우주센터 오늘 준공… 세계 13번째 '우주개발 대장정 ' 스타트]라는 기사와 함께 동화적인 구성의 로켓 CG가 실려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600M 거리두고 따로 '6월항쟁 기념식']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세로로 길쭉한, 중구 태평로 왕복 12차로를 시민들이 점거해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12차로 도로 위 한밤 대치'라는 제목으로 실려있다. 헤드라인 아래에는 '정부-시민단체 별도 개최… 李대통령 "주장 관철 위한 폭력은 민주주의 왜곡"'이라는 리드(lead)가 있다.

 

이 기사에는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경찰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10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만 2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6월 항쟁 계승.민주회복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강행했고 이에 대한 진압에 있어 경찰이 물리적인 수단은 이용하지 않았다고 기술되어 있으며, 기사의 말미 부근 행정안전부가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제22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이달곤 장관이 대독한,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법을 어기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도 우리가 애써 이룩한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한 기념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기사는 A8면에 이어지는데, [무대장비 반입싸고 몸싸움… 행사뒤 도로점거도]라는 헤드라인에서도 알 수 있듯 평화적인 부분보다는 불법적이고 다소 폭력적이었던 요소가 강조되어 있다. 기사는 범국민대회 당시 참가자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고 밝히며, 경찰이 서울광장을 봉쇄하거나 시민들의 광장 접근을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거리 점거 등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했다며 경찰들의 입장에 편을 들어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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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   ⓒ 김경은

▲ 6/11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   ⓒ 김경은

 

    그나마 조선일보는 좀더 그럴듯한 사진을 기재했다. 조선일보 11일자 52판 1면 첫 기사는 ['시위'가 '시민'을 몰아낸 서울광장]이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있지만, 태평로 왕복 12차선 도로에서 경찰들과 대치하는 일부 시민들의 모습이 찍힌, 다소 사건의 본질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진을 실은 동아일보와는 달리 깜깜한 밤 서울광장에 빼곡히 들어선 촛불 든 시민들의 모습을 기재했다.

 

하지만 이미 논조가 드러나고 있는 제목처럼 리드(lead)도 다음과 같다. '예정된 문화행사 대신 구호와 깃발 난무… 무원칙한 당국 대응도 문제'. 이 기사는 <6.10 범국민대회>가 가진 뜻과 시민들의 외침을 옮겨오기보다는 시위의 광장으로 전락해 버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에 대한 여러 교수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옮겨져 있고, 급기야는 시위장소로 변질된 광장 모양을 변경시키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그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이 기사는 A3면에 이어지는데, ["광장에 나무 심어 시위 막자" 의견도]라는 헤드라인의 기사 위로 [수만명 모여 "독재 타도" 反정부 구호 외쳐]라는 제목의 <6.10 범국민대회>가 소개되어 있기는 하나, 사진도 경찰과 대치하는 시민들의 모습이며 내용 또한 집회의 폭력성과 불법성을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 기사 중에는 '서울광장이 다시 한번 특정 정치세력과 그에 호응하는 일부 시민의 집결지가 된 것이다'라는, 자신의 논조가 깊이 벤 주관적인 문장도 포함되어 있으며, 기사 말미에는 경찰 진압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외치며 경찰을 향해 PVC 막대기를 휘두르고, 깨진 소주병을 들어 위협하기도 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A3면의 오른편에는 ["폭력으로 자기 주장 관철시키는 건 애써 이룩한 민주주의 왜곡하는 것"]이라는 타이틀로 李대통령의 6.10항쟁 축사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려 있다.

 

6. 나오며 - 특정 신문사의 기사만을 통한 사실 수용의 위험성

 

   6월 10일자와 11일자를 합해 총 8편의 신문들에 실린 <6.10 범국민대회> 관련 기사들을 분석하며 본인은 같은 사건을 다룰지언정 정치적 입장이 다른 신문사별 그 기사의 알맹이는 극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 <6.10 범국민대회>의 취지와 의도, 과정,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평화적 속성 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강조하고자 했다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의도적으로 사건의 일부만을 편파 보도하거나 애써 그 취지와 파장에 대해선 감추고 미뤄내는 모습을 보였다.

 

 동아일보의 경우 1면에 기재된 사진 자체가 <6.10 범국민대회> 현장의 참된 본질을 왜곡하는 수준이었으며, 기사 내용 또한 수박 겉 핥기 식의 객관적 사실만 전달함으로써 집회의 의미와 규모를 축소시키는 양상을 띠었다. 조선일보 또한 일부 시위대가 태평로 12차로를 검거했다는 등의 일부 사실(fact)에 포인트를 맞춤으로써 본질에서 벗어난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아예 1면에 범국민대회의 취지가 아닌 서울광장의 시위 장소로의 이용을 막자는 식의 논리를 펼침으로써 의도적으로 사실 전달을 일정 부분 은폐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6.10 범국민대회>의 참여 인원 수가 주최측 추산으로 15만명이라고 표기했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비록 괄호 안에 '주최측 추산 15만명'이라고 명시하기는 했어도 경찰 추산의 2만 2000여명을 기준으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상 참여인원의 수는 집회의 전체적인 파장 정도를 나타내줄 수 있는 가장 단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산 표기의 차이는 양 신문사 측의 입장 차이를 가장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서울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던 인파는 적어도 2만명은 훨씬 웃돌아 보인다. 그렇다면 경찰이 이를 축소 추산하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를 받아들여 기사화 했다는 것인데, 이것의 저변엔 '범국민대회의 중요성과 사회 동요의 정도'를 축소시킴으로써 이것이 초래할 수 있는 보다 넓은 차원의 전체적인 사회 동요를 원천 봉쇄하고자 했던 의도가 있었으리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차이들을 감안할 때, 우리가 한 쪽 입장의 신문사가 제공하는 기사만을 읽고 사건과 사실(fact)을 곧이곧대로 수용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6.10 범국민대회>에 대한 조선일보(朝鮮日報), 동아일보(東亞日報), 한겨레, 경향신문의 기사들은 모두 사실(fact)에 근거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도 발언을 했고, 한나라당 의원과 경찰 관계자들도 발언을 했으며, 대학 교수들도, 시민들도 모두 실제 자신들의 입장에서 타당하게 한 발언들을 기자들이 따와 그들의 기사 속에 인용한 것이며, 경찰에 대한 일부 시민들의 구타나 욕설도 분명 실재했던 일이고, 경찰들의 강제 연행에 다수의 부상자가 속출한 것도 사실이다. 그와 관련된 모든 사진들이 보여주는 모습들도 전부 세트화 된 것이 아닌 실제 장면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fact)들을 어떤 식으로 선별해 어떤 것들만 추려서 기사화 하느냐는 각 신문사들의 입장과 의도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변형될 수 있으며, 때문에 그것은 같은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사실의 왜곡이 없더라도 독자들에게 '다른' 인식과 사고를 심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사라는 것이 일단 사람을 통한 사건의 정리이고 신문사라는 기업의 구조 아래 완성되는 것이기에, 완벽한 중립의 객관성이란 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본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현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본 글에서도 집중적으로 살펴봤듯 신문사별 특정 사건들에 대한 기사화 결과의 완연한 차이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주체성을 가지고 선별적이고 합리적으로 주어진 사실들을 수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고자 노력하는 것이 지금 우리 모두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자세이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2009.06.15 21:19 ⓒ 2009 OhmyNews
#6.10범국민대회 #조중동 #한겨레 경향신문 #신문사의 정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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