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홈플러스에는 '유령'이 살고 있다

인천지역 유통업체들 유령 집회 신고 여전... 업체들 "영업 방해 막기 위한 방법"

등록 2009.07.17 10:08수정 2009.07.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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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인정을 요구하는 씨제이(CJ) 헬로비전 노조가 이재현 CJ회장 집 앞 집회신고를 위해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CJ측과 먼저 집회 신고를 내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기업의 상습적인 '유령집회' 신고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007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인천지역 집회신고 다발지역 상위 20곳에 대한 집회신고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대형 마트, 백화점, 병원 등에서는 이른바 '유령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유령집회 신고서'를 제출해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과 백화점의 유령집회 신고의 주요 내용은 '기초생활질서 확립', '쓰레기 줄이기', '정지선 지키기', '안전사고 예방', '한 줄 서기 운동' 등의 캠페인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집시법에는 시간과 장소가 경합하는 2개 이상의 집회 신고가 들어올 때 집회 목적이 서로 상반되거나 상호 간에 방해가 된다고 인정될 경우 나중에 접수된 집회 신고에 대해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최장 30일간 집회 신고를 낼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런 점을 악용해 대기업들이 집회 신고를 싹쓸이하고 있는 것.

인천 연수점 이마트의 경우 2007년 1월부터 올 6월 30일까지 총 884회의 집회 신고를 접수했지만, 단 한 차례도 집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명절과 휴가 등을 제외하고는 2년 6개월 동안 집회 신고를 싹쓸이한 셈이다.

부평롯데백화점도 신고회수 883회 중 882회 동안 집회 및 캠페인 등을 전혀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 집계 결과 드러났다. 홈플러스 구월점도 신고된 883회 모두 집회가 개최되지 않았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집회를 유령 집회로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2001 아울렛 부평점 824회(미개최 횟수 824), 이마트 계양점 823회(823), 홈플러스 간석점 805회(805), 인천성모병원 735회(726), 홈플러스 계산점 704회(704), 청라 A블럭 일대 661회(661), 인천공항 634회(629), 롯데백화점 구월점 621회 (620) 등으로 집회 신고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가천의과대 길병원 619회(618), 홈플러스 작전점 607회(607), 홈플러스 가좌점 589회(589), 대우자판 511회(487), 이마트 검단점 511회(511), SK 물류센터 442회(442), 현대제철 396회(396) 순으로 집회 신고가 많이 접수됐다.


절대 다수의 대형 마트와 백화점, 병원 등이 가짜로 집회 신고서를 접수해 놓고 집회를 전혀 개최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나 이런 대형 마트들 중 일부는 집회가 예상되는 곳에다 불법적으로 매대(가판대)를 설치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유령 집회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현행법의 맹점을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이 악용하고 있는 경우지만, 제도가 보완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집회로 인한 영업 방해를 피하기 위해 집회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 뿐만 아니라 동종업계에서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은 "대형마트들은 중소 영세 자영업자들의 삶까지 위협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인 집회의 자유마저 빼앗고 있다.  더 이상 유령 집회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처장은 "집회 신고가 빈번한 곳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으로 이곳에서 집회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집회를 개최하는 사람들은 인적 드문 인천 앞바다에서 소리를 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집회 신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이들 대기업에 대한 의식적인 항의가 필요하며,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령집회 #집회신고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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