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사로 울산 태화강을 생태하천 만든다?

4대강 모델 그 이면...환경단체 "토목중심 안경 벗어야"

등록 2009.09.01 14:01수정 2009.09.0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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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울산 태화강 전경

울산 태화강 전경 ⓒ 시사울산 자료사진


울산시가 지난 8월 31일 "태화강 중류에 제방축제·보축, 자전거길·산책로 등을 조성하는 생태하천을 조성한다"고 하자 1일 언론에는 "태화강 생태하천 조성"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특히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정부가 울산 태화강을 모델로 삼는다고 여러번 강조하면서 울산시는 태화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이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발 태화강을 그대로 놔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의견은 일축되고 4대강의 모델이라는 칭송에 고무돼 밀어부치기식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

울산시는 지난 8월31일 박맹우 울산시장, 시의원, 대학교수, 관련 국·과장 등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태화강 중류 생태하천 조성사업 실시설계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갖고 굴화 주공아파트에서 선바위교까지 길이 5.6㎞ 구간을 이같이 건설한다고 밝혔다. 

제방축제 및 보축, 자전거길 및 산책로 조성, 전망데크 설치, 둔치 조성, 비점오염원 처리, 기타 편의시설 설치 등이 주 내용인데, 홍수 등에 대비해 5153m의 구간의 제방 높이를 0.7m~1.8m로 보축하는 등에 모두 190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인다는 것.

하지만 지난 2007년 태화강의 '누치'가 떼죽음을 당하면서 울산환경운동연합이 "조사 결과 교각 공사로 인한 오염물질이 확인 됐고, 누치 아가미의 조직괴에서는 부유물질의 아가미 흡착이 발견됐다"며 토목공사에 의한 떼죽음을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울산시는 누치 떼죽음에 대해 가뭄으로 야기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고 밝혔었다. "강물 뿐 아니라 둔치 주변도 강의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환경단체는 태화강 잇따른 토목공사에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토목공사로 생태하천을?

사전에는 생태를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생태하천은 말 그대로 생물이 살아가는 상태의 하천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근래 몇년 사이 태화강이 생태하천 조성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있다. 태화강 둔치에 자전거도로가 속속  건설되고 있고 보기 좋은 전망대 등도 잇따라 만들어 지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이런 토목공사로 생물들이 살아갈 보금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공사 강행에는 태화강물이 맑아졌다는 점이 감안돼 '태화강은 기적의 강'이라고 불리는 것이 뒷받침한다. 

태화강은 영남의 알프스라고 일컬어지는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가지산 등에서 발원하는 남천을 본류로 46.02km를 동쪽으로 흐르다 울산만에 도착해 동해로 빠져나간다. 태화강은 굽이 흐르는 물길과 주변 환경이 좋아 옛부터 아름다운 강으로 여겨졌다는 기록이 있다.

지난 60년대 울산이 공업특정지구가 된 후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공장이 들어서면서 오염물질이 강으로 흘러들어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가 지난 십수 년간 오염물질 차단 등을 한 결과 태화강 수질이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지난 10여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시행한 태화강 살리기 프로젝트로 강물이 깨끗해지지 않았다면 되레 이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오영애 사무처장은 "태화강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강은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 지난 10여년간 오수 유입을 차단하고 정화시설을 갖추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이렇게 해서 강물이 깨끗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울산시에서 해온 태화강 사업의 결과 수질개선이라는 화려함 이면에는 적조같은 또 하나의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 치수중심, 토목사업 중심의 안경을 벗고 하천생태계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태화강의 명성을 현재처럼 유지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강의 생물다양성을 높여주는 부작용이 없는 방식, 돈이 안드는 방식, 자연 스스로의 자정장치를 해야 한다"며 "하천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자연생태계로 보고 수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한 시스템적인 수질개선 대책을 세워 태화강이 진정 살아나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지천에서 오는 오염원을 방지하는 '비점오염원' 처리 시설을 갖추고는 등 생태하천 조성에 일조할 것"이라며 "공사를 해도 환경을 오염하는 물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태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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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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