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10원' 승소한 지율 스님 판결문, 어떤 내용?

'초록의공명' 홈페이지에 판결문 올려... 재판부 "기사 진실성 있다고 볼 수 없다"

등록 2009.09.08 16:44수정 2009.09.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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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 ⓒ 윤성효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변호사 없이 혼자 '정정보도청구소송'을 내 이겼는데, 8일 공개된 판결문을 보니 재판부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거의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조원철)는 지난 2일 선고를 내리면서 지율 스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당시 구체적인 판결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지율 스님은 7일 우편으로 판결문을 받았고, 8일 홈페이지(초록의공명)에 판결문을 올려 그 내용을 공개했다.

<조선일보>는 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 천성산 구간(원효터널) 공사에 반대하며 냈던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착공금지 가처분신청'(도롱뇽소송)이나 지율 스님의 단식(100일) 등과 관련해 칼럼(사설)과 기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도롱뇽 소송=2조 5000억 손실'을 보도했다.

지율 스님은 2008년 4월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내면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일 10원씩을 달라'고 해, 이 소송은 이른바 '10원 소송'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조선일보)는 판결 확정 후 피고가 최초로 발행하는 조선일보 A2면에 정정보도문을 제목은 20포인트 크기의 명조체로, 본문은 조선일보의 일반적인 본문 기사와 같은 크기와 활자체로 게재하라"고, "피고는 원고(지율 스님)에게 10원 및 이에 대하여 2008년 5월 28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매일 10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는데,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진실성 내지 상당성, 조선일보 주장 받아들이지 않아"


재판부는 '위법성' 조각 여부를 먼저 따지면서, <조선일보>의 보도는 '공익성'이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진실성 내지 상당성'에 있어서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공사중단기간 관련 : "원고의 100일에 걸친 단식이 끝난 직후 2005년 2월 4일 보도된 기사 등에서와 같이 피고는 노선 재검토를 위하여 원효터널 공사의 착공이 지연되다가 2003년 11월경 그 공사가 시작된 후 실제로 원고의 단식 등으로 인하여 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2004년 8월 26일부터 같은 해 11월 29일까지'와 '2005년 8월 20일부터 같은 해 11월 29일까지' 등 2차에 걸쳐 도합 6개월임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기사에서와 같이 원고의 단식과 소송으로 인하여 공사가 중단된 기간이 1년 이상인 것처럼 보도하였으므로, 피고로서는 보도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공정률 관련 : "이 사건 기사에 의하더라도 2005년 2월 4일 현재 공정률이나 2005년 12월 1일 현재 공정률이 모두 5%라는 기사는 그 사이에 있은 일부 공사중단기간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쉽사리 상정하기 어려운 내용일뿐만 아니라, 피고로서는 한국철도시설공사 등을 통하여 언제라도 손쉽게 공정율에 관한 정보 내지 자료를 구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그와 같은 자료를 기초로 기사를 작성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로서는 공정률에 관한 보도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조 5000억 손실 관련 : "공사 중단으로 인하여 국민의 세금이나 시공업체의 추가 공사비에 있어서의 직접적인 손실액이 연간 2조 5000억원에 달한다는 취지로 되어 있는 기사의 경우, 피고는 나름대로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자료를 토대로 하였다고는 하나, 이 자료에 의하더라도 연간 2조 5000억원에 달한다는 손실액은 대구~부산간 고속철도 개통이 지연될 경우 공로에서의 교통 혼잡으로 인한 비용과 여행시간 단축에 따른 편익을 금전으로 평가한 사회경제적 손실의 예상수치일 뿐 각 기사(조선일보)의 취지와 같이 공사 중단으로 인한 국민의 세금이나 시공업체의 추가 공사비 부담 등의 직접적인 손실액과는 성격이나 내용이 판이하게 다르고, 천성산 터널공사가 중단된 6개월 동안 시공업체가 직접적으로 입은 손실은 약 145억 원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피고로서는 손실액에 관한 보도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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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청구소송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의 판결문 일부. ⓒ 초록의공명


'공사중단기간'과 '공정률', '손실액'에 있어 재판부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기사 중 공익성, 진실성 내지 상당성이 인정되는 부분은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면서 "그러나 진실성 및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의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그로 인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배상액'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사건 기사가 조선일보 여러 면에 걸쳐 여러 차례 보도된 점, 원고의 지위, 경력 및 피고가 언론기관으로서 차지하는 사회적 비중과 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는 한편, 그 보도에 공익성이 인정되는 점 등 이 사건에서 드러난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볼 때, 피고는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1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08년 5월 28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10원'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는 천성산 터널공사와 같은 사건이 모든 행명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지구 생태환경을 무시한 채 인간 중심, 인간 편의 위주의 사고방식이나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나 관념에 경종을 울려 사람들이 여기서 벗어나는 전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사실상 최소의 화폐단위인 '10원'에 의미를 부여하여 같은 액수의 위자료만을 청구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해서 설명해 놓았다.

그러면서 '간접강제'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는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간접강제로서 위자료 청구와 같은 이유로 1일 1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청구하나, 이는 현실적으로 피고의 정정보도의무 이행을 강제한다기보다는 오히려 피고로 하여금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도록 유도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간접강제의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간접강제는 명하지 않기로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밝힌 정정보도문은 '바로 잡습니다'는 제목이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지는 지하수 유출로 인한 습지 등 생태환경의 파괴를 이유로 한 지율 스님의 단식농성으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원효터널 구간의 공사가 1년 이상 중단되어 2005년 12월 1일경 원효터널의 공정률이 5%에 불과하였고, 위 공사중단으로 인하여 2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되었다는 취지의 기사를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으로 인하여 위 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6개월이고, 이로 인하여 시공사가 직접적으로 입은 손실액은 약 145억원이며, 2005년 8월 26일 현재 원효터널이 존재하는 13-3 및 13-4 공구 중 13-3공구의 계획공정률은 13.04%, 실적공정률은 13.10%, 13-4공구의 계획공정률은 18.86%, 실적공정률은 17.35%였고, 2009년 4월 25일 현재 13-3공구의 계획공정률은 99.99%, 실적공정률은 97.77%, 13-4공구의 계획공정률은 100%, 실적공적률은 100%이었음이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지율 스님은 8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어제 저녁 우편으로 조선일보 소송 판결문 전문을 전해 받았다"면서 "문제가 되었던 2조 문제에 대해서 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현행 규정상 민사소송은 원고나 피고가 1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판결문을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항소하면 된다. <조선일보>는 8일까지 정정보도문을 게재하지 않고 있으며, 지율 스님은 조선일보의 항소에도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롱뇽소송 #지율 스님 #천성산 #원효터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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