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군인, 무장괴한에게 납치당하다!

[리뷰] 리 차일드 <탈주자>

등록 2009.09.23 14:49수정 2009.09.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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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탈주자> 겉표지

<탈주자> 겉표지 ⓒ 랜덤하우스

▲ <탈주자> 겉표지 ⓒ 랜덤하우스

리 차일드의 1998년 작품 <탈주자>는 '잭 리처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이다. 첫 번째 편이었던 <추적자>에 비해서 스케일이 커졌고, 속도감도 높아졌다.

 

전편의 무대는 미국 조지아 주의 작은 마을이었지만, 이번에는 시카고에서 몬태나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전편에는 작은 마을의 경찰과 범죄자들이 주요 인물이었지만, 이번 편에는 FBI 국장과 합참의장, 대통령까지 등장한다.

 

잭 리처가 상대해야 하는 적들도 더 강해졌다. 이들은 산탄총과 기관단총으로 무장하고, 창고에는 엄청난 양의 무기와 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다.

 

작은 전쟁이라도 한 판 벌일만큼 대단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편에서 잭 리처의 고생길이 훤히 열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배경과 상황이 바뀌었지만, 잭 리처 자신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그는 여전히 혼자서 고독하게 미국 전역을 여행하고 있고 특별한 상황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블루스 곡을 떠올린다.

 

30대 후반의 퇴역 군인 잭 리처

 

말이 없고 감정 표현도 풍부하지 못하지만,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은 결코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다. 그들의 숫자가 몇 명이건 간에 그 안으로 뛰어 들어서 그들 모두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고야 만다. 잭 리처는 마치, <삼국지>에서 단기필마로 조조군을 물리치던 조자룡과도 같다.

 

잭 리처의 이런 기질은 그의 과거와 연관있다. 그는 14개월 전까지 미 육군에서 소령으로 근무 중이었다. 국방예산이 삭감되면서 자신이 군대에 필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자진 전역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잭 리처는 대단히 유능한 군인이었다. 10년이 넘는 동안 유럽, 극동, 중동 등 수많은 나라를 옮겨다니면서 복무했다. 은성훈장 하나, 청동성장 두 개, 종군기장 여러 개를 받을 만큼 복무 능력이 뛰어났다. 단순히 유능한 군인이 아니라 영웅에 가까운 존재였다.

 

잭 리처의 아버지도 군인이었다. 그래서 리처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리처는 베를린에서 태어났고 9살이 될 때까지 미국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지금 서른 일곱 먹은 미국인 이지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못 올라가봤고 워싱턴박물관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전역 후에 혼자서 온 미국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조직에서 시키는 대로 살아왔으니, 이제는 발길 닿는대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는 않다. 잭 리처가 가는 곳마다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리처는 오랜 군생활의 육감으로 그것이 커다란 범죄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탈주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카고에 도착한 리처는 위스콘신으로 떠나려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거리를 걷던 도중 한쪽 다리가 불편한 젊은 여인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그녀와 함께 무장한 괴한들에게 납치당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트럭에 갇힌 채 미국을 가로지르는 험한 여정이 시작되는데...

 

무장 납치범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 살았기 때문에, 잭 리처는 미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리처에게는 확신이 있다. 미국은 아주 많은 일들이 잘못되어 있지만, 다른 어디를 가나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이 잘못되어 있다는 확신이다.

 

모든 것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리처가 포기하지 않고 적들과 맞서 싸우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시리즈에서 리처가 상대하는 적들은 단순히 정신나간 연쇄살인마 수준이 아니다. 시리즈 첫 번째 편인 <추적자>에서도 리처는 미국사회를 바닥부터 흔들려고 하는 조직을 상대한다.

 

<탈주자>의 적들은 그보다 더 조직적이다. 납치된 리처는 마구간이나 동굴에 갇히고 나무에 수갑이 채워진 채 묶인다. 정신없이 얻어맞고 수차례 생명의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13년간 복무하면서 수많은 전투를 치렀지만, 리처의 진정한 전투는 전역후 미국에 돌아와서 시작된 모양이다.

 

'잭 리처 시리즈'는 미국에서 현재 13편까지 출간되었다. 고독한 전사이지만, 리처는 가는 곳마다 젊은 여성과 로맨스를 만든다. 퇴역 군인이 만드는 활극과 로맨스가 다음 편에는 어느 곳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탈주자> 리 차일드 지음 / 안재권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2009.09.23 14:49ⓒ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탈주자> 리 차일드 지음 / 안재권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탈주자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탈주자 #리 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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