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아문질개' 할머니 '승무' 춤추네!

백발은 고깔이요 농기구는 북채

등록 2009.10.01 14:44수정 2009.10.0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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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문질개' 할머니 포구할머니 자태가 '승무'를 연상케 한다.

'아문질개' 할머니 포구할머니 자태가 '승무'를 연상케 한다. ⓒ 김강임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 오고'


팔순을 넘기신 할머니의 동작은 조지훈님의 '승무'를 연상케 했다.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37km 떨어진 아문질개(월령포구)에는 '승무' 춤을 추는 할머니가 산다. 백발과 하얀 고무신, 펑퍼짐한 몸뻬에 헐렁한 티셔츠, 가을 햇빛을 따라 원을 그리며 곡식의 알갱이를 긁어모으는 자태는 춤꾼 같다.

"할머니 잠시만요! 할머니 모습 너무 아름다워서 카메라에 담아 갑니다."

곡식을 말리는 할머니 뒤태가 너무 아름다워서 숨죽이며 할머니 곁으로 다가갔다.

"늙은 할망 무시거 좋다고 사진을 박어!"

서너 평 되는 아문질개(월령포구) 빈터에서 곡식을 말리는 포구 할머니는 제주사투리로 투박하게 쏘아댄다. '할머니 작업에 방해가 되었나' 하는 생각에 못내 죄송했다.


"할머니, '승무' 알어요?"
"어? 무신 무우?"

할머니의 개그가 일품이다.


"할머니 곡식 말리는 모습이 춤추는 것 같다고요!"
"어? 내가 무신 춤을 추었다고?"

a 하얀 고무신에 길다란 농기구  햇빛에 곡식을 말리는 할머니의 신발

하얀 고무신에 길다란 농기구 햇빛에 곡식을 말리는 할머니의 신발 ⓒ 김강임


젖은 곡식을 햇빛에 말리는 할머니는 계속 엉뚱한 말만 해댔다. 포구 할머니의 하얀 꼬뺑이 고무신과 백발의 머리가 가슴에 저며왔다. 할머니의 헐렁한 몸뻬 바지가 여유롭게 느껴졌다.

a  할머니의 백발 머리는 하얀고깔 같았고 농기구는 북채 같았다.

할머니의 백발 머리는 하얀고깔 같았고 농기구는 북채 같았다. ⓒ 김강임


할머니의 백발은 하얀 고깔이요. 할머니가 오른손에 잡았던 농기구는 북채 같았다. 가을 해를 따라 빙글빙글 돌고 있는 할머니의 자태, 포구 할머니는 '인간의 고뇌를 상징하는 춤'을 추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아문질개'란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월령포구를 말한다.


덧붙이는 글 '아문질개'란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월령포구를 말한다.
#포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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