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한명으로 얼마나 바뀌겠느냐고요?

교장공모제가 학교와 학생, 교사를 바꾼다

등록 2009.12.05 17:57수정 2009.12.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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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영위원을 하면서 교장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알게 됐습니다."

관문초등학교 운영위원장 김순영씨의 말이다. 김씨는 최근 교장공모제를 둘러싸고 교장과 신경전을 벌였다. 관문초등학교는 내년 2월 교장 정년을 앞두고 있어 교장공모제를 신청할 수 있게 됐으나 교장이 절대불가방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이 끝난 지난 8월말, 관문초 운영위 학부모위원들은 부림동의 한 교회 까페에서 교장공모제에 관한 1차 설명회를 열었다. 학부모회가 없어 체계적인 연락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은 녹색학부모회, 어머니폴리스, 도서도우미, 체육진흥회 등 학내 단체장들과 만나 의견을 모으고 각자 입소문을 내어 사람들을 모았다.

약 70명의 부모들이 설명회장을 가득 채웠다. 교장 한 명으로 학교가 얼마나 바뀌겠냐며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호의적인 분위기였다. 10월 6일에는 과천 청소년수련관에서 공교육 혁신사례로 잘 알려진 남한산 초등학교의 교사이자 현재 경기도 교육청의 공보담당관인 안순억 교사를 초청해 2차 설명회를 했다. 이 때 모인 사람도 70여명.

김순영씨는 "아이, 학부모, 교사들의 4~5년이 좌우되는 일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즐겁게 다닐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고 싶다"며 공모제 추진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다. 김씨뿐 아니라 나머지 여덟 명의 지역, 학부모 위원들도 교장공모제 취지에 동의하고 쉽게 의견을 모았다.

또 다른 운영위원 ㄱ씨는 "학교 예산의 3% 이상을 도서구입비로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학교운영비로는 2년간 단 한 권도 구입하지 않았다.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사겠다더니 전자영어교재만 500만원어치 교장이 직접 구입했다. 애들이 잘 보지도 않을 책이라 도서관 운영위원들이 반대하는데도 굳이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큰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상식이 통하는 교장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교장공모제를 지지하는 관문초 학부모들은 공모제 시행지침에 관한 도교육청 공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공문이 오는 대로 학교와 협의하여 학부모 찬반 설문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교장공모제는
승진에 의한 임용방식을 벗어나 공개모집을 통해 유능한 교장을 발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정년퇴직을 앞둔 교장이 있는 학교가 우선대상이며, 대상학교는 학부모의 찬반의견을 수렴해 공모제 신청여부를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2007년 9월 도입된 이 제도는 현재 392개 학교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다. 공모제 유형으로는 교장자격증 소지자만 지원할 수 있는 '초빙형', 교단경력 15년 이상의 평교사도 지원 가능한 '내부형', 외부전문가를 채용하는 '개방형'의 세 가지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0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부형 교장이 전체 공모 학교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11월 18일에는 모든 학교에서 공모제를 도입할 수 있되 '교장자격증 소지자'만 공모 교장이 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직무수행점수나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온 '내부형 교장'을 사실상 폐지하려는 교과부의 움직임에 대해 교육운동단체들은 학교를 개혁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교장을 임용하고자 도입한 교장공모제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법령 개정과 별도로, 교장공모제 6차 시범운영학교 140여개를 선정해 내년 3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과천마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과천마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장공모제 #관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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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의 한 공부방(맑은내방과후학교)에서 교사로, 과천마을신문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교육관련기사를 담당했고, 교육이 서열화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제 기능을 찾도록 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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