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로 되살아난 아서 왕의 이야기

[신간] 버나드 콘웰 <윈터 킹>

등록 2009.12.30 18:01수정 2009.12.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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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킹> 겉표지 ⓒ 랜덤하우스

▲ <윈터 킹> 겉표지 ⓒ 랜덤하우스

유럽 역사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아서 왕'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오래전에 TV에서 방영했던 만화 <원탁의 기사>를 포함해서 영화 <엑스칼리버> 모두 이 아서 왕을 소재로 한다.

 

아서 왕을 무적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성검 엑스칼리버, 성배를 찾아 떠나는 12명의 원탁의 기사들 이야기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아서 왕은 역사가 아니라 전설에 가깝다. 그가 실존했다는 정확한 증거나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아서라는 인물이 실존했더라도 그가 당시의 브리튼을 통일한 왕이라기 보다는, 침략군 색슨족을 몰아낸 군벌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아무튼 아서 왕이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는 모르더라도, 그가 영웅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만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영국 작가 버나드 콘웰은 자신의 장편 <윈터 킹>을 통해서 아서 왕을 되살려냈다. 성배, 전설의 야수, 마법검 등은 이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엑스칼리버도 나오지만 일반 검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아서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상황과 인물들을 복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윈터 킹>은 판타지가 아니라 제대로 된 역사소설인 것이다.

 

혼돈의 브리튼을 통일하려는 아서

 

아서가 살았다고 알려진 시대는 서기 5-6세기이다. 당시의 브리튼은 혼란과 암흑 그 자체였다. 브리튼을 지배했던 로마군은 떠났고 현지 주민들은 계속되는 외침에 시달려야 했다. 서쪽에서는 아일랜드인들이 쳐들어왔고 북쪽에서는 스코틀랜드 고지인들의 약탈이 끊이지 않았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동쪽에서는 야만적인 색슨족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적들과 맞서야하는 브리튼의 왕국들은 단결하지 못했다. 단결은커녕 서로 헐뜯고 비방하면서 분열되어 있었다. 종교도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로마인들이 브리튼의 전통 종교인 드루이드교를 파괴했지만, 로마군이 떠나면서 드루이교도 조금씩 되살아났다. 다른 종교들도 기승을 부렸고, 그중 기독교는 대표적이었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제들 사이의 갈등도 심해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 둠노니아 왕국에 후계자가 태어나고 선왕은 죽는다. 뛰어난 군인이자 전략가인 아서는 아기 왕이 나라를 다스릴 나이가 될 때까지 둠노니아의 왕권을 수호하겠다고 서약을 한다.

 

왕이 없는 왕국은 저주받은 왕국이다. 아기 왕의 자리를 노리고 주변의 다른 왕국들도 둠노니아로 서서히 세력을 뻗쳐온다. 동쪽의 색슨족도 점점 강해지면서 둠노니아로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왕국의 수호자 역할을 했던 대마법사 멀린의 행방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아서는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모든 적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아서라지만 난감했을 것이다. 아서는 적들을 때로는 매수하고 때로는 무력으로 제압하면서 왕권을 지켜나간다. 아서에게는 원대한 꿈이 있다. 골치거리인 색슨족들을 완전히 몰아내고 브리튼을 통일하는 것이다. 지금은 눈앞의 적을 막아내기에도 급급한 현실. 아서는 어떻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작품에서 묘사하는 5-6세기의 브리튼

 

아서 왕의 이야기니까 성배가 떠오를 수도 있겠다. 아서가 실존했는지의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그가 기독교 신자였는지도 의문이다. <윈터 킹>의 도입부에서 작중 화자인 늙은 수사는 아서를 가리켜서 '하느님의 적'이라고 부른다. 이걸로 미루어보아서 아서가 성배를 찾아다니기는커녕 그 존재 자체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대신에 작품 속에서 대마법사 멀린은 켈트족의 다른 보물들을 언급한다. 엘루네드의 반지, 브란 갈레드의 뿔잔, 클러드노 에이딘의 솥 등. 드루이드교가 로마에 파괴되면서 제사장들이 로마군 몰래 다른 곳에 감추어 두었다는 보물들이다.

 

보물이란 힘의 열쇠를 뜻한다. 이런 보물들이 모두 모이면 색슨족을 몰아내고 브리튼의 왕국을 하나로 합칠 수도 있을 것이다. 멀린은 그런 기대감을 안고 보물들의 행방을 추적하는 것이다.

 

반면에 아서는 인간의 힘을 믿는다. 동족들에게 평화를 호소하고 함께 색슨족에 맞서 싸우자고 하소연한다. 그런 아서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범하고 그 실수는 브리튼 땅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오기도 한다.

 

작중 화자는 아서를 최고의 사나이로 묘사한다. 특별히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평소에는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는다. 어린아이에게도 친절하고 공정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입버릇처럼 평화와 타협을 얘기하지만 전장에서는 가차없이 상대를 베어나간다. 아서야말로 혼돈의 땅에 질서를 부여하고, 어둠의 세계에 빛을 끌어들일 영웅이었던 것이다. 역사이건 신화이건 간에 아직도 아서 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윈터 킹> 버나드 콘웰 지음 / 조영학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윈터 킹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1

버나드 콘웰 지음, 조영학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윈터 킹 #아서 왕 #역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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