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신라시대의 고찰 대승사에 가다

등록 2010.01.03 11:12수정 2010.01.0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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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3자매가 모였다. 문경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둘째 처형 가족과 부천에서 교편을 잡고 있고 셋째 처형 가족, 그리고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이 연휴를 맞아 처가에 문경시 신기동의 처가에 모인 것이다.

오랜 만에 만난 3자매를 중심으로 술을 한잔하면서 식사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한해를 정리하는 이야기를 나눈 다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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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 문경의 고찰 대승사 ⓒ 김수종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무슨 일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너무나 충실한 불교신자인 장모님의 권유로 문경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중에 하나인 산북면 사불산(四佛山)에 위치한 사찰 대승사(大乘寺)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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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의 돌탑 보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은 돌탑 ⓒ 김수종


크리스마스에 교회도 아니고 절로 가는 것이 웃기기는 했지만, 모두 남의 생일에 신경을 쓸 나이가 지난(?) 지라, 아이들은 집에 두고 어른들 7명이 절로 갔다.

장인어른은 다른 볼일이 있어 외출을 하시면서, '대승사가 문경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지만, 요즘은 공사 중이라 크게 볼품은 없다'고 미리 알려주신 관계로 '기대 반 실망 반'을 예상하고서 길을 나섰다.
 
대승사는 신라 진평왕 9년인 서기 587년에 설립된 사찰로, 내 고향 영주에 있는 부석사나 희방사보다도 오래된 고찰이다. 인근에 위치한 김룡사 보다도 1년 더 빠르다고 하니 대단한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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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 입구 새롭게 건물을 짓고 있다. ⓒ 김수종


문경 시내의 처가에서 차를 2대에 나뉘어 타고 어른 7명이 출발을 하니, 채 30분도 되지 않아 산북면 사불산에 도착을 한다. 대승사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좌측으로 가면 김룡사로 가는 길이고, 우측이 대승사로 가는 길이라 재미있다. 문경지방의 대찰 2곳이 큰 길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것이 놀랍다.

대승사는 절을 알리는 표지판을 보고서 차로 대략 5분 정도는 더 가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었다. 좁은 길을 따라서 가니 도로 좌우가 온통 소나무 숲이다. 녹음이 좋은 계절이나 단풍이 좋은 가을에 오면 참 좋을 것 같다. 물론 눈이 조금 온 겨울에도 좋기는 하다.

절 입구에 사불산 대승사라는 푯말이 보인다. 사불산이라? 절 뒤편의 산마루에 위치한 작은 바위 사면(四面)에 석불상이 있는 사불암이 있다고 하여 사불산이라고 불린다고 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대승사 옆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암자인 윤필암(閏筆庵)에는 부처상이 없고, 사불암을 바라보면 기도할 수 있도록 큰 창문을 낸 사불전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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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 대웅전 기품이 있어 좋았다 ⓒ 김수종


신라시대에 세워진 고찰을 보기 위해 절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무척 놀랐다. 최근 템플스테이를 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공사를 하고 있어 절이 너무 어수선했다. 장인어른의 말씀대로 뒤편의 대웅전과 나한전 등은 오래된 건물이라 기품이 있어 좋았지만, 앞쪽의 공사 중인 종루와 숙사동 등은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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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 범종루를 짓고 있다 ⓒ 김수종


충실한 신자인 장모님은 절 입구에 들어서면서 절을 한번 하고 가신다. 나도 따라서 절을 하고는 안으로 들어선다. 새롭게 종루를 만들고 있는 곳에 서보니 큰 범종이 황금 칠을 하여 번쩍번쩍 광이 났지만, 내 눈에는 그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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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 대웅전 옆의 굴뚝 ⓒ 김수종


이어 대웅전과 좌측의 스님들이 생활하는 거처, 우측에 나한전, 삼성각 등이 보였다. 어른들 모두가 대웅전으로 들어가 절을 하는 사이, 나는 좌측의 스님들 숙소 앞에 편안하게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는 백구와 인사를 하고 사진을 한 장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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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 낮잠을 자고 있는 백구의 모습 ⓒ 김수종


그리고 대웅전과 숙소 사이에 있는 재미난 굴뚝과 부처님 혹은 달마대사의 모습을 한 연기 통을 보면서 웃으며 사진을 한 장 더 찍는다. 그런 다음 대웅전 뒤편의 나한전과 삼성각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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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전 초라한 대승사의 나한전 ⓒ 김수종


오래된 건물임에 틀림이 없었지만, 단청이 빛을 바랜 것이 많아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건물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단청부터 색칠을 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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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전 문짝의 연꽃 무늬 ⓒ 김수종


대웅전 뒤편의 석축과 담장은 오래된 느낌에 기분을 좋게 하는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것이 보기에 좋았다. 나는 나한전의 문창살에 새겨진 작은 연꽃문양과 대웅전 문창살의 연꽃을 보면서 '참 이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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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 석축 ⓒ 김수종


대웅전에 절과 기도를 드린 다른 어른들이 나오고 나서, 나는 혼자 대웅전에 들어갔다. 부처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방해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 들어가서 부처님의 사진을 찍었다. 인자한 모습의 부처님이다.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에게 아무말씀도 없으시다. 사진을 찍고서 절을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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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문창살- 대승사 ⓒ 김수종


고찰인 대승사에는 보물 제575호인 목각탱부(木刻幀附) 관계문서(4장)와 사적비(寺跡碑) 및 아미타불사에서 나온 금자화엄경(金字華嚴經)(7권), 불사리 1과(顆) 등이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 발견되어 보물지정을 앞두고 있는 금동아미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 아미타삼존다라니, 향낭 등 4건 13점은 고려시대의 유물로 조형미가 뛰어나고 완성도가 높아 높이 평가되고 있는 작품들이라고 한다.

겨울이라 문이 닫힌 곳이 많아 전부를 보고 오지는 못했지만, 대웅전에 들어 부처님을 보고 온 것이 마음에 찬다. 식구들 모두가 절을 크게 돌면서 둘러보았지만, 모두가 한두 마디씩 이구동성으로 말을 한다.

"이거 예전의 그 절이 아니군. 템플스테이를 한다고 하여 공사를 너무 많이 한 것이 원래의 맛을 잃게 했어" 나도 동의했다. 처음 와 보는 대승사지만, 뒤편의 대웅전과 나한전, 삼성각, 석축 등을 제외하곤 별로 볼 것도 느낄 것도 없어서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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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의 부처님 남의 무뢰함도 용서하신 부처님 ⓒ 김수종


차라리 여름이나 가을에 큰 길에 차를 내려 30~40분 정도 절 입구까지 걸으며 소나무 길을 산책하고 나서 절을 스쳐 사불산에 올라 부처상이 새겨진 사불암에 올라 절을 한번 하고 돌아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요즘 큰 절은 대부분 공사 중이라 너무 어수선하다. 아쉽게도 말이다.

아무튼 대승사를 둘러 본 일행들은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는, 비구승들의 수련장인 작은 암자 윤필암(閏筆庵)으로 이동했다.
#대승사 #문경시 #사불산 #윤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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