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카메라, 나중에 마련해도 늦지 않아요"

디카 사진 찍기를 배우다

등록 2010.01.13 20:21수정 2010.01.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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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이 있다.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속담인지 약간 헷갈리지만 아무튼지 더 욕심이 생겨서 배우겠다는 결심을 했으니 적절한 표현이 될 수도 있겠다. 어느 사진기자는 신문의 1면이 날마다 한 줄의 글도 없이 이미지로만 실리게 되는 때가 올 것이라는 꿈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했던가.

 

요즘 오마이뉴스에 글을 기고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인터넷 매체는 글도 중요하지만 이미지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글만 쭉 읽는 것보다는 이미지와 함께 보면 읽기도 덜 지루했다. 소설이 아닌 바에야 이미지가 필요했다. 특히 사물을 보여 주어야할 일에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었다.

 

몇 번은 딸이 갖고 있던 카메라를 사용하다가 아예 내 전용으로 조그마한 것 하나를 장만했다.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내게는 안성맞춤의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 느꼈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자기 인물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열심히 다른 사람들을 찍어줄까'하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렌즈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찍다보니 내가 들어가지 않아도 찍는 그자체로도 충분히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의 앞모습이나 뒷모습을 찍으면서 그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어 재미있었다.

 

그러나 찍기만 하면 뭘 하겠는가. 찍은 사진을 보면 늘 흐릿한 느낌으로 초점이 맞지 않기도 하고, 도대체 무엇을 찍으려고 했는지 주인공도 없는 것 같은 이미지를 기사와 함께 기고하려니 내 글을 읽겠다고 나선 독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도대체 제대로 사물을 담기나 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해서 집 근처에 있는 여성발전센터의 디지털카메라 반에 신청을 했다. 요즘은 동네 복지관이나 이런 센터에서 수강을 할 경우 수강료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주부로서 한결 편한 마음으로 배울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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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 ⓒ 박금옥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 ⓒ 박금옥

 

첫 시간은 대체로 그렇듯이 강의 전반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수강생들의 소개가 있었다. 사진 찍기를 배우겠다고 온 사람들의 목적도 가지각색이다. 특이한 것은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 지긋한 중년의 주부들이 많았다. 그 중에 연세가 칠십이 되신 분도 있었다. 그 분은 포토샵을 먼저 배웠다고 한다. 교회를 다니고 계신데 행사 때마다 사진을 찍어 이런 저런 모양으로 편집해서 시디에 구워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사진이 그렇게 잘 나온 것 같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사진을 제대로 찍어서 나누어 주고 싶다고 하신다.

 

"돈 들어가는 일이지 뭐... 그래도 사진을 받은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즐거워서 자꾸 하게 돼."   

 

강사는 우리들에게 절대로 비싸고 무거운 카메라장비를 미리 장만하지 말라는 말부터 한다.

 

"장작에 불을 붙이려면 불쏘시개가 있어야 하죠? 그 불쏘시개가 활활 타서 장작나무에 옮겨져 불쏘시개가 필요 없어 질 때쯤에 좋은 카메라를 사도 늦지 않습니다."

 

초보자는 우선 저렴하고 손안에 들어오는 가벼운 카메라를 장만해 늘 손에 들고 다니면서 그냥 찍으란다. 좋은 작품을 찍겠다는 생각보다 우선은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모든 사물에 들이대려는 연습을 해서 카메라가 손에 착 달라붙어 '참 재미있구나, 사진을 찍는 일에 이런 매력이 있구나'하면서 엔돌핀이 머릿속에 팍팍 돌 때쯤 좋은 장비를 마련하라고 한다. 그래야 장비의 무거움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무거운 카메라는 초보자에게 짐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많거든요. 그러면 재미도 없고, 불쏘시개가 제 역할을 해서 장작에 옮겨 붙기 전에 꺼져버리는 거죠. 카메라는 장롱 속으로 슬그머니 들어가 장식용이 되어 버리고, 아마 볼 때마다 애물단지 같을 걸요."

 

그 얘기를 들으니 지난번에 'POP예쁜글씨'를 배워 보겠다고 재료 일체를 구입해 놓고는 연습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만 둔 것이 생각났다. 그 미술도구는 그대로 집구석에서 잠자고 있다. 그 때 오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는데, 많은 금액은 아니었어도 앞으로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 도구를 볼 때면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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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쓰리게 했던 POP손글씨 도구 ⓒ 박금옥

속을 쓰리게 했던 POP손글씨 도구 ⓒ 박금옥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사람은 무엇을 배우겠다고 할 때 모든 장비를 구입해야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일단 부딪히면서 하나하나 마련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나중에 보면 거의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오래 붙들고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이번에는 미리 장비를 구입할 소모전을 펼치지 않아도 될 일이기에 마음은 편하다. 일단 가지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지금으로써는 최상이라 생각되는 장비이기도 하고, 아직은 카메라에 대한 욕심은 없기 때문이다. 그럴 만한 형편도 못되기에 오히려 가벼운 마음일 지도 모르겠다.

 

첫날이다 보니 카메라를 비유한 인생강의는 계속된다. 카메라는 연세 높으신 어르신들에게도 아주 좋은 취미란다. 요즘은 이렇게 가벼운 디지털 카메라가 널려 있고, 성능도 좋아서 찍기도 쉽고, 다리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지닐 수 있는 것이기에 평생친구로 삼으란다.

 

"이제는 카메라가 대중화가 되었어요. 회사마다 거의 비슷해요. 그러니 서비스센터가 잘 되어 있는 곳이 좋고, 굳이 따진다면 카메라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 것을 택하는 것이 좋겠죠? 오로지 카메라만을 연구 했을 테니까요."

 

그 외에도 카메라 구입법 등에 대해서도 차분히 잘 가르쳐 준다. 일단 첫 출발은 순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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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 박금옥

카메라 ⓒ 박금옥

 

몇 달 전에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를 읽었었다. 그 책을 선정해 준 사람은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사물을 바라보고 집중해야 하는 것은 사진 찍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읽기를 권유 받았던 것이다.

 

그 책에 디지털 사진에 대해 언급해 놓은 부분이 있다. '새로운 기술을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다만 그것이 최신 기술이고 일을 쉽고 빠르게 처리한다고 해서 거기에만 푹 빠져 매몰 되지 말고 그저 도구로만 사용하라'는 말이었다. 그것은 디지털카메라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그 편리함이 있어서 나 같은 사진의 문외한도 언감생심 배우겠다고 나선 것이기도 하다. 글을 기고하면서 디지털카메라를 샀고, 보이는 대로 찍어 기록용으로 활용하기에는 매우 유용한 기계였다. 그러나 이제는 세밀한 부분까지 컷으로 담아 보려는 노력을 하고 싶다.

 

사진으로 삶의 깊이를 느낄 적성은 없으나 '자연 속에 존재 하는 모든 것에 조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밖으로 나가서 내 '자신'을 찾는 것이다'라고 한  필립 퍼키스의 말을 따르고 싶다면 괜한 욕심이 될까? 이제 디지털카메라 배우기는 내게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리고 장작을 활활 태울 불쏘시개만큼 까지는 되고 싶다.

2010.01.13 20:21 ⓒ 2010 OhmyNews
#디지털 카메라 #디카배우기 #사진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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