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378)

― '자외선 따위의 여러 빛', '인터넷 따위의 수단', '쇠뜨기 따위의 풀꽃' 다듬기

등록 2010.01.20 11:28수정 2010.01.20 11:28
0
원고료로 응원

ㄱ. 자외선 따위의 여러 빛

 

.. 우주에서 비쳐 오는 자외선 따위의 여러 빛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되기도 한다 ..  <라이얼 왓슨/류시화 옮김-생명조류>(너와나,1991) 72쪽

 

 "빛의 영향을 받아서"는 "빛을 받아서"로 손봅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되었어" 같은 글월에서는 "아버지한테서 영향을 받아 그렇게 되었어"나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아서 그렇게 되었어"로 손질해 주고요.

 

 ┌ 자외선 따위의 여러 빛

 │

 │→ 자외선 같은 여러 빛

 │→ 자외선이나 여러 가지 빛

 │→ 자외선을 비롯한 여러 빛

 └ …

 

 "자외선 따위 여러 빛"이라고 적어도 괜찮습니다만, '따위'라는 말 뒤에도 '-의'가 들러붙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어느 말 뒤이든 아무렇지도 않게 토씨 '-의'를 찰싹찰싹 붙입니다. 굳이 안 붙여도 될 뿐더러, 따로 붙일 까닭이 없으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철썩철썩 붙입니다.

 

 '같은'을 넣어 "자외선 같은"으로 하면 '-의'가 못 붙겠지요. '비롯한'을 넣어 "자외선을 비롯한"으로 해도 '-의'는 달라붙을 수 없고요. "자외선이나 여러 가지 빛"처럼 적을 때에도, 또 "자외선이라든지 여러 가지 빛"처럼 적을 때에도, 그리고 "자외선이며 여러 빛"처럼 적을 때에도 '-의'는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하나하나 살피고, 곰곰이 더 짚어 본다면, 우리 말투 어느 곳에도 군더더기 토씨 '-의'는 손아귀를 뻗치지 못합니다. 이모저모 돌아보고, 차근차근 좀더 가다듬을 수 있으면, 우리 글투 어느 자리에도 섣불리 토씨 '-의'가 스며들지 못합니다.

 

ㄴ. 인터넷 따위의 편리한 통신수단

 

.. 요즘에야 외국으로 유학을 가더라도 전화나 인터넷 따위의 편리한 통신수단이 널린데다 ..  <에드워드 김-그때 그곳에서>(바람구두,2006) 42쪽

 

 '외국(外國)'은 '나라밖'으로 손봅니다. '편리(便利)한'은 '좋은'이나 '괜찮은'이나 '쏠쏠한'이나 '쓸모있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유학(留學)을 가더라도"는 그대로 두면 되지만, 때에 따라 "배우러 가더라도"로 다듬어도 잘 어울립니다.

 

 ┌ 인터넷 따위의 편리한 통신수단

 │

 │→ 인터넷 따위 좋은 통신수단

 │→ 인터넷 같은 괜찮은 통신수단

 │→ 인터넷이라고 하는 쓸모있는 통신수단

 └ …

 

 보기글에서는 토씨 '-의'만 덜면 됩니다. 또는 '같은'을 넣어 줍니다. 이렇게 하면 토씨 '-의'가 들러붙지 않습니다. '-이라고 하는'처럼 붙여도 되고, "인터넷과 같은"처럼 적어도 되며, "인터넷이나 여러 가지"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편리한 통신수단"이라는 대목을 덜 수 있습니다. "요즘에야 나라밖으로 배우러 가더라도 전화나 인터넷 따위가 널린데다"라 적어 보아도, 이렇게 '쓰기 좋은 통신수단이 있어' 어찌어찌하다는 느낌을 나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없었으나 오늘날 들어 새로 생기는 좋은 통신수단이 있기에, '새상 참 좋아졌다'고 말하는 자리이거든요. 그러니까, "인터넷처럼 새로 생기는" 무엇이 있다고, "인터넷이나 다른 여러 가지 좋은 통신수단이 새로 생긴다"처럼 조금 다르게 적어 주어도 잘 어울립니다.

 

 ┌ 누리그물처럼 좋은 통신수단

 └ 누리그물처럼 새로 생기는 좋은 통신수단

 

 우리 말을 좀더 알맞고 알차게 쓰려고 하는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알맞고 알차게 쓸 수 있습니다. 우리 글을 한결 싱그럽고 아름다이 쓰려고 하는 생각이 있으면 언제라도 싱그럽고 아름다이 쓸 수 있습니다. 먼저 우리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먼저 우리 생각을 다스려야 합니다.

 

ㄷ. 쇠뜨기 따위의 풀꽃들

 

.. 그다지 밉지 않은 토끼풀 무더기. 이름도 정겨운 질경이며 의젓한 풍모의 엉겅퀴, 쇠뜨기 따위('따위'라는 말을 쓸 때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의 풀꽃들 ..  <차은량-꽃멀미>(눈빛,2009) 123쪽

 

 '정(情)겨운'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살가운'이나 '애틋한'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의젓한 풍모(風貌)의 엉겅퀴"는 "의젓한 엉겅퀴"나 "의젓해 보이는 엉겅퀴"로 손질해 줍니다.

 

 ┌ 쇠뜨기 따위의 풀꽃들

 │

 │→ 쇠뜨기 따위 풀꽃들

 │→ 쇠뜨기 같은 풀꽃들

 │→ 쇠뜨기며 여러 가지 풀꽃들

 │→ 쇠뜨기를 비롯한 풀꽃들

 └ …

 

 '따위'에 토씨 '-의'를 붙인 보기글을 찬찬히 헤아려 보면 그냥 '따위'라고만 해도 되는데 구태여 토씨 '-의'를 붙였구나 하고 느낍니다. '같은'이나 '처럼'을 넣으면 손쉽게 가다듬을 수 있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또한, 저마다 다 다른 말씨나 말결을 살리면서 새롭게 쓸 수 있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 말투를 새롭게 가다듬거나 추스르거나 북돋우려 하지 않는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이름도 살가운 질경이며 엉컹퀴며 쇠뜨기며 온갖 풀꽃들"처럼 새롭게 적어 볼 수 있습니다. "이름도 애틋한 질경이와 엉컹퀴와 쇠뜨기와 갖은 풀꽃들"처럼 새로 적어 보아도 됩니다.

 

 늘 그러하지 않느냐 싶은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가꾸지 못합니다. 우리 말이 무엇이라고 제대로 느끼지 못하며, 우리가 우리 손으로 일구는 말 문화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발을 디딘 이 삶터를 있는 그대로 못 느끼는 탓이 아닌가 싶고, 우리가 사랑할 삶터는 어떻게 뿌리내리면서 꾸준히 이어가야 좋을까를 살피지 못하는 탓이 아니랴 싶습니다.

 

 튼튼하게 뿌리잡힌 삶터를 바탕으로 튼튼하게 뿌리잡는 생각이 있습니다. 튼튼하게 뿌리잡는 생각과 함께 튼튼하게 뿌리잡아 일으켜세우고 살뜰히 나누는 말이 있어요.

 

 ┌ 이름도 살가운 질경이, 의젓해 보이는 엉겅퀴, 그리고 쇠뜨기와 여러 풀꽃들

 ├ 이름도 살가운 질경이, 의젓한 엉겅퀴와 쇠뜨기, 그리고 수많은 풀꽃들

 └ …

 

 우리가 나라밖에서 어떤 말을 빌어 오지 않더라도 '스스로 찾는 사람이 길을 찾는 법'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알맞게 찾으려 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알맞게 쓸 말을 넉넉하게 찾아내어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글을 훌륭히 일구려고 한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훌륭히 나눌 글을 푸지게 빚어낼 수 있습니다.

 

 땀을 흘리는 만큼 열매를 거둡니다. 땀을 흘리려는 매무새에 따라 열매 맛과 냄새가 달라집니다. 땀을 어떻게 흘리느냐에 따라 우리 스스로 느끼는 보람이 새로워집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1.20 11:28ⓒ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의 #토씨 ‘-의’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5. 5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윤 대통령, 24번째 거부권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윤 대통령, 24번째 거부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