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일 지방선거가 넉달여 남은 상황에서 경기도의회 의원 전원의 3년여 의정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평가 자료가 1일 공개됐다. 도의회에서 의정홍보를 위해 만든 게 아니다. 경기시민사회포럼(아래 포럼)이라는 시민단체가 그 일을 해냈다.

이대수 포럼 운영위원장은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는 도의회 활동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과정을 통해 도의회가 활성화 돼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도록 자극을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정활동의 활성화가 이뤄지면 곧 경기도정도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 될 것이란 이 운영위원장의 생각이다.

이번 평가기간은 2006년 7월1일부터 2009년 12월31일까지다. 무려 3년6개월 동안 개별 도의원의 의정활동을 조례안 발의와 도정 질문, 5분 자유발언, 찬반 토론, 보충 질문, 결의한, 건의안, 요구안을 비롯해 본회의 출석률까지 꼼꼼히 기록했다.

가장 많은 조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건 한나라당 소속 박명희 의원(비례대표). 박 의원은 '경기도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조례'와 '경기도 헌혈장려 조례안'을 비롯해 모두 8건을 대표 발의했다. 반면 단 1건도 대표 발의한 조례(개정)안이 없는 도의원도 21명이나 됐다.

단 1건도 대표 발의한 조례안이 없는 도의원도 21명

도의원 중 유일한 민주노동당 소속 송영주 의원(비례대표)의 활동도 눈에 띈다. 5분 자유발언(8번)과 찬반토론(5번)을 전체 도의원 중에서 가장 많이 했다. 혼자 활동하다보니 다른 당 의원들보다 의견을 제시해야 할 사안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5분 자유발언의 경우, 수원이 지역구인 8명의 도의원 중 김인종·남경순·이승철 의원은 1번도 없고, 이유병·차희상 의원은 1번, 최용길 의원 2번, 이남옥·한규택 의원이 3번이다. 찬반토론은 8명의 수원지역 도의원 중 한규택 의원만 단 1차례 있을 뿐이다.

김인종·남경순·이남옥·차희상 의원은 도정질문을 단 1번도 하지 않았고, 한규택·이승철·이유병 의원은 각 1번, 최용길 의원은 2번 했다.

또 광명시가 지역구인 최아무개 의원은 본회의 출석율이 49.5%에 지나지 않으며, 39명의 도의원들은 단 한 차례도 도정질문을 한 바 없다.

포럼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지표를 토대로 개별 의원들의 성적을 낼 순 있지만, 이번엔 개별 성적과 가중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결과가 미칠 파급력이 워낙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니 최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도록 더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이 운영위원장은 "개개인의 성적이 사람들의 관심사이긴 한데, 과연 순위를 매겨 공개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면서 "또 아직까지 표결 내용이나 발의 내용까지 평가가 다 이뤄진 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판단 근거를 만들어 접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당 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아가는 데 도움됐으면 한다"

이 운영위원장은 "과연 어느 정치인이 믿을 수 있는지, 불량품은 아닌지 평가를 해줘야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한 뒤 "정당에서도 불량의원이 있으면 도요타처럼 리콜하든지 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각 정당의 후보 공천 때 주요한 근거로 활용되야 한다는 게 이 운영위원장의 생각이다. 그 연장선에서 현재 각 정당의 후보 공천 기준이 불명확하고, 지구당 위원장 등 소수의 권한이 막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지금은 도의원이 오히려 의정활동 잘하면 위원장과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봐서 공천에서 잘린다는 얘기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리의 노력이 정당 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아가는 데 도움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포럼은 앞으로 도의회를 꾸준히 모니터해 해마다 정례 보고하고, 회기마다 자료를 업데이트해서 한눈에 의정활동을 볼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또한 기초지자체는 물론 다른 광역단체 의원들의 평가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