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보이는 일을 기쁨으로 해 내는 사람들

김천 봉계지역 아동센터 이전식 참석 소감

등록 2010.03.19 10:35수정 2010.03.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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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해야 할까요? '집들이'라고 하면 좋겠는데, 또 '이전식'이라는 말도 그럴싸하게 들립니다. 그동안 김천 봉산면 신리 마을회관 2층을 빌려 아동센터를 운영해오다가 이곳 구 봉산면보건지소 자리로 이사를 하고 오늘(18일) 집들이 또는 이전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잔치를 열었습니다. 이 아동센터는 김천 YMCA가 후원하는 아동 교육 시설로 지역 농촌 학생들을 돌보는 곳입니다.


정부는 큰 것만 추구하는 것 같은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수십 조 원을 쏟아 부어야 할 4대강 개발사업과 같은 대형 사업에 몰두하는 사이 진정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 정부인 것 같습니다. 편리하고 보기 좋은 시설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외받고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고생 덜 하며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농촌 지역의 아동들을 돌보는 일도 그렇습니다. 이런 곳에 눈을 주고 아이들이 별 탈 없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만들어 주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의 기대에 한창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추진하려는 이 정부의 빈 곳을 메꿔주려는 노력이 바로 봉계지역 아동센터와 같은 곳입니다. 봉사자들의 자원하는 섬김이 우선 돋보입니다. 한 사람 예외 없이 나의 일로 생각하고 봉사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호화로운 장소의 좋은 마이크와 조명 시설 아래에 길든 사람들에게는 이곳 이전 행사가 좀 어설프게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서투르기 때문입니다. 시설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

저녁 6시의 바깥 날씨는 아주 쌀쌀했습니다. 그래도 모인 사람들의 마음엔 따스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봉계지역 아동센터 운영위원들, 김천 YMCA 이사들, 지역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님들, 바쁜 와중일 텐데도 시장님을 대신해서 부시장님이 참석해서 축사를 해주었습니다. 사회자의 진행도 일품입니다. 날씨가 차가운 관계로 속전속결로 처리했습니다. 내빈 소개도 생략하고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그냥 지나가도 아무도 서운해 하지 않았습니다. 순서를 맡은 사람들도 분위기에 편승해서 아주 짤막한 말로 맡은 몫을 대신했습니다.

안에서는 음식 장만이 한창입니다. 잔치에는 뭐니뭐니해도 먹을거리가 풍성해야 합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의하면 이 먹을거리도 지역에서 또 후원회원들이 섬김의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라고 합니다. 탕수육은 지역 중국음식점에서 제공했고, 과일은 한 운영위원이, 새우튀김, 잡채 그리고 김이 무럭무럭 피어나는 떡도 이렇게 해서 마련된 것이라고 합니다. 십시일반의 마음이 이렇게 잔치를 풍성하게 하는 수도 있군요. 특식으로 제공된 맛있는 비빔밥을 먹으면서 이 사회도 이렇게 하나로 섞여 더불어 살아가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객인 저는 이 아동센터 운영의 세부 내용까지는 잘 모릅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번 이전에 김천시청의 적지 않은 후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진정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알고 실천한 것 같아 김천시청에 애정이 갑니다. 선진 복지국가 건설은 거창한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일에 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한반도 운하 운운해서 민심을 흉흉하게 하더니 '꿩 대신 닭'이라는 식으로 4대강 건설 사업에 매달리고 있는 정부가 이런 점에서 무척 안쓰럽습니다.


저는 '이명박'하면 건설이 먼저 떠오릅니다. 무슨 건설이든 건설이 철칙인 사람에게는 다른 것은 보이지 않게 마련입니다. 마치 사람을 위해 건설을 하는 것이 아닌 건설을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것과도 같이 생각하기 쉽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건설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에게는 그것만이 선(善)으로 보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다른 것은 도외시되기 십상입니다. 이 대통령이 현대 건설 회장으로 있을 때의 성공 신화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속전속결로 건설해서 세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

지금은 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사람의 행복도 꼭 돈에 있는 것이 아닌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생관도 따라서 삶의 성공 여부도 20세기와는 다릅니다. 이런 시대를 살면서 전근대적 건설 신화로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 특히 소외받고 있는 계층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살피고 연구해서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정부가 진정 국민들이 바라는 정부입니다.


봉계지역 아동센터의 조촐한 이전 행사에 참석하고 와서 느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작고 초라하게 보이지만 봉계지역 아동센터 운동과 같은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면 그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황금이 지배하는 세태를 애써 외면하면서 작은 것에서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여러 봉사자들이 준비한 행사였지만 센터 상근자와 김천 YMCA 실무자들의 노고도 결코 지나칠 수 없습니다. 나는 4대강과 같은 큰 것에서보다도 소외계층과 묵묵히 함께하는 이들에게서 장래 희망을 찾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봉계지역 아동센터 #이전식 #김천 YMCA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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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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