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장들, 나를 무서워한다
난 서초·강남 3선 출신 '능력 있는 진보'"

[인터뷰①] 박명기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

등록 2010.03.30 16:35수정 2010.03.3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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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교육비리, 일제고사, 두발규제, 자율형사립고, 특목고, 교장공모제….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 산적한 과제들입니다. 오는 6월 2일은 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각 시도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들을 만나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모든 후보의 인터뷰에는 학생복지(무상급식), 교육계 비리근절대책, 사교육비 절감, 학생인권, 학력 평가 및 신장 등 5개 항의 공통질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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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기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서울시 교육위원·서울교대 교수). ⓒ 권우성

서울시교육청에서 터져 나온 인사 비리가 마침내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구속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공 전 교육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상태에서 인사비리와 연루돼 구속으로 이어진 가운데 제18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예비 등록한 후보자들이 29일 현재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모두 11명에 이른다.

그 가운데 박명기 현 서울시 교육위원은 지난 2월 2일, 가장 먼저 예비 후보 등록을 했다. 지난 2004년 학부모 운영위 간선교육감 선거에서 1차 투표에선 공정택 후보를 이겼지만, 결선에서 공 후보에게 패한 적이 있는 그는 "지난해 11월 20일경 이미 출마 결정을 했기 때문에 주위 눈치 안 보고 바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박명기 예비 후보는 자신을 가리켜 '능력 있는 새로운 진보'라고 명명했다. "민주 진보 세력이 약하다는 서초 강남 지역구에서 3선을 했고 초·중등교육과 서울 교육을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어떤 후보보다 능력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최근 두차례에 걸쳐 박명기 예비 후보와 한 인터뷰 내용이다.

"이명박 대통령, 안병만·이주호에 책임 물어야"

- 무상 급식 실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무상급식 실시는 진작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초·중·고 전체에 전면 무상급식을 하는 데는 약 4500억 원의 재원이 소요되지만, 초등학교만 우선 실시할 경우 약 1800~2000억 원의 재원이면 즉각 실시가 가능하다. 서울시교육청의 연간 예산이 약 7조 원인데, 이중 시설비와 교육 사업비가 각각 약 10%다. 많이 알려진 대로 시설 예산은 전용이나 낭비가 많다. 연간 약 16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으며, 그 밖에 부족한 예산은 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이제 무상급식은 모두가 수용하는 의제가 됐다고 본다. 무상급식을 꼭 실현하겠다."

- 서울시교육청 비리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계 비리 근절을 위해, 교육감 권한 축소와 교장공모 50% 확대 등을 이야기했다.
"대통령은 먼저 지금까지 잘못된 교육 정책을 펴온 사람들, 특히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나 이주호 교과부 차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 대통령은 사교육 부담 경감과 교육의 경쟁 및 자율을 강조했는데, 그게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으면 책임자를 문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인사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교장임용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학부모가 학교장을 직접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청의 감사담당관을 외부인사로 공모하고, 감사담당 기관이 독립성을 갖도록 변모시켜야 한다. 아울러 어떤 비리에 대해서도 불관용하는 원칙을 세워 엄정하게 실천함으로써 교육 구성원들의 의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 이 대통령의 개입이 교육자치를 훼손한다고 보나. 
"훼손 정도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것을 경제적 효율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는 점이다. 물론 경제 영역에선 그게 타당할 수 있지만 교육은 아니다. '100일 완성하기', '365일 돌격대' 이런 식으로 교육이 바뀌면 얼마나 좋겠나. 이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교육의 본질에 대해 좀 더 고민하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단기간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그 바탕을 만드는 게 국가와 본인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초등, 일제평가 없애고 학교별 평가로 대체"

- 이번 서울시교육청 비리 연루자들은 대부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다.
"내가 봤을 땐, 보수 후보들은 태생적으로 공익적 사고 방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울교육의 수장이 되면 난마처럼 얽힌 비리 구조를 바꾸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결국 이경복 교장이나, 이상진 교육위원이나, 이원희 교총 회장 등 관료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현재의 서울시교육청 비리 구조를 혁신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민주 개혁적 사고 방식과 행동 방식을 체득한 사람이 서울 교육을 맡을 때 교육의 기본틀과 의식이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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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기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서울시 교육위원·서울교대 교수). ⓒ 권우성

- 정부는 사교육비 절감 대책의 하나로 자율형사립고의 확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의 확대는 교육 격차와 차별을 확대하고 계급 재생산 구조를 강화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공교육 강화의 핵심은 교사들이다. 교사들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보장하여 학교가 교육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 두발자유와 체벌 금지 등이 담긴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학생인권 향상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찬성하고 높이 평가하나 제정이 목적이 아니라 실제 운영이 중요하다. 학생인권의 문제는 인성교육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당선된다면 서울교육청에서도 필수적인 내용으로 제정할 생각이다. 학생들의 인격적·주체적 판단능력을 존중하고 자치적으로 판단·결정하는 방향으로 가면 될 것이다."

- 정부는 경쟁과 수월성을 이야기하면서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제고사에 대한 견해와 학력 신장 방안을 밝혀 달라.
"학력신장의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점수만이 아니라 인성도 학력에 포함된다. 학력의 개념을 협소한 지적 능력만이 아닌 전인적인 소양, 민주시민으로의 태도나 품성, 적성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학력으로 확장하여 학교성적만이 아닌 다양한 가치와 품성, 태도를 기르게 하겠다.

특히, 초등학교의 일제평가를 없애고 학교별 평가로 대체하겠다. 학생 각자가 지닌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공립형 대안학교를 세우겠다. 현재 학교시설이 남아도는 곳이 많으니, 공립형 대안학교를 세워서 운영하는데 예산도 그리 많이 들지 않을 것이다. 서울의 각 지역에 인문학적 소양을 위주로 교육하는 학교, 예체능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 탐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 등을 설립하려고 한다."

설립취지대로 운영 안 되는 외고·국제고, 폐지


- 왜 서울교육감 출마를 결심하게 됐나?

"1차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이명박 정부의 교육을 바꿔야 하는데, 이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 나서서 실천적으로 해야 하는데 내가 적임자다. 교육을 잘 알고 그러면서 교육 관료처럼 매몰돼 있지 않은 내가 적합하다."

박명기(1958년)
대구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사범대 및 동대학원 졸업
미국 노스캐롤리나 주립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박사)
서울 금옥여중·목일중 교사
제3대 서울시 교육위원(부의장)
제4대 서울시 교육위원
제4대 전국교육위원협의회 교육자치특별위원회 위원장
제5대 전국교육위원협의회 교육재정특별위원회 위원장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이사
위례시민연대공동대표
서울교대 교수(현)
제5대 서울시 교육위원(현)
- 가장 앞세우는 정책은 무엇인가.
"서울시교육청 부패 구조를 완전히 끊으려고 한다. 일부 교장들은 나를 두려워 하고 있다. 내가 교육감 되면 확 물갈이 할 거라고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정말 물갈이 할 생각이다. 물론 무작정 사람 바꾸기 식으로는 안 한다. 서울 교육의 부패 구조를 없앨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명박식 경쟁교육' 기조를 바꾸겠다. 외고, 자립형사립고, 국제고 등 수월성 중심의 학교들을 엄밀히 조사해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폐지할 것은 폐지하겠다."

- 사학 비리를 고발한 교사가 파면됐다. 내부고발 활성화와 내부고발자(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 방안이 있는가?
"우리 교육청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감사시스템이 전혀 역할을 못한다. 감사관실에 있는 사무관이 전혀 엉뚱한 일을 해서 얼마 전 중징계 받지 않았나? 감사담당관이 다른 부서로 순환하는 구조에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사의 엄정함이 있을 수 없다. 조금 있다 자리 옮기면 자신도 감사 받을 텐데 누가 제대로 감사하겠나. 감사관실이 엄정하게 감사하는 곳이 아니라 사학과 유착하는 부서였다. 감사관은 외부 공모를 하고, 추천과 희망 받아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승진까지도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추대위 특정 후보 추대, 공정성 문제 있다

- 학교 폭력의 원인과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왕따)의 바탕은 학력중심의 지나친 경쟁교육에 있다고 본다. 공정택 전 교육감이나 이명박 정부가 무차별적 경쟁을 통한 수월성 교육을 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성이나 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한 것이다. 일부 소수 승리자와 절대 다수 패배자를 양산하는 구조는 안 된다. 잘못된 교육철학과 정책이 지금까지 지속돼 왔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더욱 강화되면서 드러난 것이다. 해결책도 교육의 기본 철학과 방법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소질을 계발하고 가능성을 찾는 학교로 바뀌어야 한다."

- 교육위원으로 3기에 걸쳐 12년을 일했다.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성과는 여러 가지라 다 말하기 그런데…. 1차적으로 교육행정과 학교현장의 민주화와 합리화 도모하는 데 기여했다. 학교 비리, 사립학교 비리의 구조적 문제 지적했다. 상문고, 인권학원 등의 문제 해결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학교시설물안전에관한조례'를 만들어 통과시켰다. 학생과 담임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학급운영비 제도를 1999년에 제안하고 2000년부터 서울은 제도화됐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걸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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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기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서울시 교육위원, 서울교대 교수). ⓒ 권우성

- 진보 진영 후보 추대위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민주 진보 진영의 후보단일화는 민주와 진보를 표방하는 모든 후보의 윤리적 소명이다. 민주 진보 후보를 선정하는 주체는 민주 시민이다. 추대위는 후보를 검증하고,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절차를 추진하는 실무 주관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단일화 시기는 최종 후보 등록시까지 최대한 늦추어야한다. 누가 적합한 후보인지 대중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토론회 5회 이상, 김상곤 교육감 선거의 예와 같이 100%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후보 선정은 당선 가능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

참여 단체들의 성향이 다양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대위가 헤게모니 쟁탈 방식으로 후보를 만들면 안 된다. 충분한 후보 검증 과정을 거쳐 당선 가능한 민주 진보 진영의 시민 후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2004년에도 출마해 공정택 후보에게 패한 적이 있다. 이번 선거에는 승리 자신 있나?
"자신 있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예비 등록도 눈치 안 보고 바로 했다. 지난해 11월 20일경 출마 결정했다. 연구교수 신청 마감이 그 무렵이라 학교(서울교대) 휴직했다. 나는 민주 진보 세력이 약하다는 서초 강남 지역구에서 3선했고 서울대 사범대 나와서 초·중등교육과 서울교육을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어떤 후보보다 '능력 있는 새로운 진보'라고 생각한다."
#서울교육감선거 #지방선거 #박명기 #공정택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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